3일밖에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

[인터뷰] 송파구청장실 앞에서 만난 환경미화 노동자 김영경 씨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기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백조였던 시절은 있어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어본 경험이 없어 묻고 또 물었다. 그는 “뭐라고 할 말이 없네요”라고 답한다. 어느 날 집으로 날아온 해고통지서 앞에서 그는 멍해졌다.

남들이 천하다 말하는 직업, 있는 것은 티가 나지 않지만 하루만 없어도 티가 확 나는 직업, 지나가는 사람들이 냄새가 난다며 코를 막는 직업. 그는 송파구에서 하루에 수 톤씩 쏟아지는 재활용 쓰레기를 매일 수거하고, 운반하고, 치우는 환경미화 노동자 김영경 씨다.

송파구 시설관리공단에 소속되어 있던 김영경 씨는 그래도 정년이 60세까지 보장되는 ‘준공무원’이었다. 남들이 천대하는 직업이라도 그는 소명감을 가지고 일 해왔다.

  김영경 송파구시설관리공단분회 조합원

“보통 자정부터 일을 시작해요. 그러다 보니까 일 년 열두 달 딸하고 밥 한 번 먹을 시간이 없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전천후예요.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지면 안 되니까요. 아파도 나와야 해요. 나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구요, 보충도 안 되니까. 약을 먹어가며 나와서 일했어요. 그런데...”

지난 11월 어느 날, 그의 집에 속달로 해고통지서가 도착했다. 송파구청이 그간 송파구 시설관리공단이 위탁 받아 해왔던 재활용 수거, 처리 업무를 중단하고, 2008년 1월 1일부터 민간업체에 넘긴다는 이유였다. 지자체들은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돈을 조금 들이면 최고라는 효율성의 논리를 들어 다양한 업무를 민간위탁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렇게 그의 일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그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3일이다.

노동자들의 반발에 송파구청 측은 현재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민간위탁 할 업체에 취업을 알선해 주겠다고 했지만 월급도 줄어들고, 근로조건도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남의 일로만 생각했어요. 나한테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죠. 앞이 캄캄해요. 아무리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어졌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요”

전천후 동료들과 함께 나선 길

  송파구시설관리공단분회 조합원들은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진행했다.

그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가 ‘전천후’라고 말했던 동료들을 만났다. 해고통지를 받은 노동자는 30명에 이른다. 그는 40대 중반을 넘어서고 있지만 그 중 젊은 편이다. 인터뷰를 하던 도중 옆에 앉아 있던 동료는 “난 육십이야”라고 한숨을 보탠다. 그들은 함께 송파구청장실을 찾아갔다. 수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하고, 면담을 신청하는 공문을 접수 시켰지만 가타부타 답변이 없었기 때문이다. 송파구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을 만나도 이사장은 “나는 힘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얼마 전에 대선이 있었는데 다들 고용안정을 만들겠다고 하고, 일자리를 몇 십 만개 아니 몇 백 만개 만들겠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런 상황은 정말 말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서민들을 위해 정치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 앞뒤가 안 맞으니까, 나 같이 힘없는 백성들은 누구를 의지하고 살겠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들 착한 사람들 이예요. 잘난 사람들처럼 눈먼 돈 바라고 이러는 것도 아니고, 정말 착실히 살아온 사람들이란 말이죠. 근데 이게 뭡니까”

겨우 20대 후반이나 되었을까. 아들 뻘 되는 보안직원한테 들을 소리 못 들을 소리 들으며, 날아오는 주먹을 피하며 겨우 송파구청장실 앞에 앉았지만 그들의 “정말 열심히 일 할 테니 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너무나 절박한 요구는 구청장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구청장한테 하고 싶은 얘기요? 그냥 한 가지예요. 고용안정이 되어서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 하겠다는 마음을 얘기하고 싶어요”

공공노조 서울지역시설환경관리지부 송파구시설관리공단분회는 27일, 결국 김영순 송파구청장을 만나지 못했다. 앞으로 지역 주민들을 계속 만나가며 민간위탁 철회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고용이 안정되어야 합니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함부로 해고하지 못해야 합니다. 노동의 결과가 노동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합니다. 국민의 행복한 삶을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우리의 투쟁은 앞으로 터져 나올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반드시 승리하고 우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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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 송파구청 , 환경미화 , 시설관리공단 , 김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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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미숙

    김영경씨 힘내세요 ^^* 회사 잘되실꺼에요 ~

  • 김지현

    날은 춥고 마음도 착잡하지만 기운내세요 ~어두운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만 빛을 보고 나오는건 금방이래요 ^^

  • 김경숙

    꼭 회사잘되시길 바라내요

  • 배영관

    우리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게 저 여혼이 없는 넘들이 깨어날 수 있도록 진정한 삶 이 무엇인지 깨칠 수 있도록 신명나게 투쟁해보자.힘내고 나하나가 아닌 수천 수만의 마음이 넉넉한 동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마라..

  • 배영관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집회에 8명 참석후 마장동에서 지라,간에 소주한잔하고왔다.영경아 힘내라 조금만 참고 견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