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현실 외면한 부시의 마지막 국정연설

경제위기에는 “세금감면이 유일한 해결책”

부시 미 대통령이 28일 마지막 국정 연설을 통해 2008년의 구상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 위기를 절감하는 듯 국정 연설의 절반을 할애해 세제 및 주택, 자유무역의 확산 등 경제 문제를 언급하는 데 썼다.

세금감면이 “유일한 해결책”...한미FTA 타결 촉구도

[출처: 백악관]
부시 대통령은 “경제가 불확실성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며 “온 국가의 식탁에 경제에 대한 걱정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경제가 성장할 것이라 확신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지난 주 행정부와 민주당, 공화당 하원이 초당적으로 합의한 감세안을 비롯한 1천 5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의회가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감면을 영구화하는 것”이라며 “세금을 올리는 어떤 법안도 반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도하 라운드의 성공을 위해 일하고 있다”며 “올해 반드시 타결 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페루와의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해 준 의회에 감사를 표하고 “콜롬비아, 파나마, 한국과의 협정을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국정연설을 통해 이민에 대해서 강경한 입장도 피력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은 국경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국경 정찰대의 수를 두 배로 늘릴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를 1년여 남겨둔 부시 미 대통령의 마지막 국정연설에서는 지난 국정연설들에서 ‘악의 축’ 등 획기적인 단어와 어조를 통해 일대 변화와 공세를 예감하는 말들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대 테러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자신의 공으로 돌리려는 모습이 엿보였다.

중동 현실 외면하고 ‘나 멋대로’ 해석

부시 대통령은 아프간에 대해서 “한 때 알 카에다의 피신처”였지만, “젊은 민주국가”로 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7년 초 3개 지방의 20개 지역을 통제하던 저항세력이 오히려 2007년 말 도시 지역을 제외하고 아프가니스탄 영토의 75%를 차지했다고 알려져 사실상 부시 대통령의 아프간 정책이 실패했음이 판명 나고 있는 상황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1년 전에는 거의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결과”를 이라크에서 낳았다고도 자축했다. 그러나 “적은 여전히 위험하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단서를 달아 조속한 철군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미군이 작전을 이끄는 역할에서 이라크 군과 파트너로, 궁극적으로는 방어임무로 전환되고 있다”며 미군 역할의 변화를 시사했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라크의 상황이 진전되고 있다며, 이것을 성과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시 대통령의 마음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미군이 병력을 증파한 이후, 이라크에서는 오히려 미군 사망자가 증가했고, 지난 1월에도 미군이 알카에다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바그다드 변두리 지역에 10분간 1만 8천 킬로그램의 폭탄을 떨어뜨리며 무차별 공격을 하는 등 이라크 내의 상황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시 대통령의 평가는 지난 9월 퍼트레이어스 장군의 보고서 당시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퍼트레이어스 장군은 이라크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지 2개월 만에 상황을 뒤엎고 이라크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밝혀 조작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도 부시 대통령은 현실을 철저히 외면했다. 부시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에서 테러와 대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통령을 선출”했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올해 말 까지 평화 협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팔레스타인 가자 지역에서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지난 1년간 최대 규모의 희생자가 발생해 이스라엘이 국제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이스라엘의 봉쇄로 약 150만 가자 지구 주민들이 전력이 끊어지는 등 최소한의 삶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봉쇄 조치를 견디다 못한 가자의 주민들은 하마스가 이집트와의 국경에 있는 장벽을 폭탄으로 터뜨려 길을 터주자 대거 이집트를 왕래하며 생필품을 구해오는 상황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 경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검증할 만하게 핵 농축을 중단해야 협상은 시작될 것”이라고 이란의 지도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우리 군을 위협하는 사람들과 대치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