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5일뒤인 11일, 같은 장소(대영중학교)에서 교사 이민숙을 만났다.
"일제고사의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
"아무도 안 믿지만, 저 사실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거든요"
"일개 교사가.." 보수언론에서부터 진보개혁언론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지면을 메운 그녀의 행동에 대해 몇몇의 네티즌 배심원(?)은 '괘씸죄'를 선고(?)했다. 댓글 중 "그렇게 튀어서 좋았니?"라는 말이 가장 뼈아팠다고 고백했던, 또 언론으로부터 과격한 방식이었다는 식의 뭇매를 맞고 있는 교사 이민숙은 "사실 자신은 소심한 사람"이라고 자평했다.
기자의 처지가 처지인만큼 자평에 대해 반박할 수 없었지만, "지난 2006년 교원평가제도에 대한 공청회 당시 선생님께서 책상에 올라가 단상을 향해 고함을 지르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라고 찔렀더니 가만히 웃는다.
그 날의 일이 있고 5일이 지나도록 이민숙 교사는 '혹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을지', '그렇더라도 아이들의 판단을 한 번 더 구해보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내 행동이 다른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위축감을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등의 정리되지 않는 고민과 물음들로 고단해보였다. 그녀의 고민 속에서 '소심한 사람'이라는 자평에 대한 근거의 단면을 포착할 수 있었지만 일신상의 불이익을 염두한 고민이 아닌 것으로 봐서 그녀를 단지 '소심한 사람'이라고 정의하기엔 시원찮은 구석이 있어보인다.
이민숙 교사는 "교사 개인의 행동으로 주목받으면서 정작 놓치면 안되는 일제고사의 문제점이 제대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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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도중에도 타 언론사 및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이민숙 교사와의 인터뷰는 대영중학교에서 진행되었다. |
언론에서 이번 사건을 결의에 찬 여교사의, 혹은 한 중학교 교사의 과격한 행동으로 몰아가고 있는 사이 전교조는 그녀와, 전국 20여 명의 교사들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기에 바빴다.
이민숙 교사는 "전교조 중앙의 지침이 아니었다"는 전교조 위원장의 한 방송사 인터뷰에 대해 서운함과 야속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제고사 문제 많았고, 소신껏 행동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거부는 정당하다' 이렇게 나와야 되는 것 아니었는가. 비조합원 교사들조차 전교조 뭐하고 있느냐 왜 혼자 그러느냐 라는 말 듣는다. 전교조는 국민으로부터의 박수 언제 받을 것인가"
이민숙 교사는 학기 초 등의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하면서도 이번 일제고사와 관련한 전교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얼굴이 팔린 것이야 어찌할 수 없지만(심지어 '소심하기까지한') 이왕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마당에 조직이 왜 망설이냐는 원망 섞인 항변이었다. 거기다 여론도 나쁘지 않았다. 인터뷰 당일(11일) 치러진 초등학교 일제고사까지 쟁점을 선도해갈 수 있는 상황이 있었음에도 전교조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론에서 연일 강제전보 등 '징계' 문제가 오르내리고 있는 가운데 교사 개인의 책임과 부담감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는 다른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가는 것이 차단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도 했어요. 넓게 크게 함께 해야하는데. 앞으로의 싸움이 징계를 각오해야 하는 싸움이 되는 것은 아닐지... 일제고사에 대해 고민하고, 아이들과 그 고민을 공유하면서 대응해가는 선생님들이 아주 많습니다. 학부모 상대로 편지써서 아이들 편에 보내기도 하고, 아이들 하고도 얘기도 하면서 고민을 공유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요. 몇몇 교사들은 OMR카드는 제출했지만 성적표가 나오면 배포하지 않는 방식은 어떨까 이런 고민을 하기도 하고, 또 교사이자 학부모이기도 하니까 자녀들에게 '너네 그날은 학교 가지 말아라'라며 출석거부를 권유하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이렇듯 교사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번 일제고사의 문제를 알려나가고 있어요"
그러나 여전히 화두는 '일제고사' 그 자체다. 이민숙 교사의 말처럼 연달아 실시되고 있는 초중고교 일제고사에 대한 반발은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초등학생까지 자살하는 아이들 나올지도... 교실에 있으면 피부로 느껴요"
"시험을 치르기 전에 일제고사와 관련한 아이들의 심정을 글로 써서 받아놓은 것이 있었어요. 재밌는 글들이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이 "강남, 목동 애들이 잘하는 것 알고, 영등포 애들 당연히 낮을 텐데 뭘 이걸로 스트레스를 주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민숙 교사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과도하다고 전한다. "이렇게 가면 중학교 1학년 중 자살하는 아이들, 또 초등학생까지 자살하는 아이들 나올 거예요" 이민숙 교사는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답안지 제출 거부에 대해 34명 중 31명의 학생이 동의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보가 과도하게 수집되고 있다"고도 지적하며 "학교 안에서 채점을 하고 해당교사와 아이들만 알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민숙 교사는 "단위학교에서 성적처리를 요구하면 시도교육청에서 OMR카드를 한꺼번에 수집해서 외부기관에 성적을 매기도록 넘긴다"며 "그것으로 서열이 매겨지는 것인데, 석차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담장 밖으로 나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시다시피 금천 지역에 홈에버가 있거든요. 이랜드 해고자인 이 학교 학부모를 만나 얘기를 나눠봤는데, 두 분다 비정규직이고 자녀가 두 명이라고 하면서 사교육은 꿈도 못꾼다고 하더라고요. 학교에서만이라도 잘 배워서 좋은 학교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요. 정말 마음이 안좋았죠. 지금의 교육정책이 가진 사람 중심의 정책으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이 힘들게 쫓아가는 형국이잖아요"
10년 만에 부활한 일제고사가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고 아이들을 입시경쟁으로 내몰 것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답안지 제출 거부를 실천으로 옮기기까지 (더군다나 소심한^^) 그녀로서도 고민이 없지 않았을터, 이민숙 교사는 "전날까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결정적 계기 역시 아이들이었다.
"중학교에 들어온지 불과 3일 만에 치르는 시험이기 때문에 예행연습 차원에서 시험 전날 하루종일 OMR카드 작성 연습을 시켜야 했어요. 아이들이 힘들게 OMR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지요. 참담했습니다. 일제고사에 대한 문제점은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고 또 누군가가 알리겠지 하고 아무일 없었던 듯이 그냥 있을 수 없었습니다"
결국 답안지 제출..."아이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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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숙 대영중 교사 |
"소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어제(10일) 상황에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언론에서 학부모들의 항의로 굴복된 것으로 보도되니까 마음이 좋진 않고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잠도 잘 안오고"
이민숙 교사는 답안지를 거두는데 한 남학생이 "저는 답안지 제출하기 정말 싫었어요"라고 귀뜸했다고 덧붙였다. 이민숙 교사는 이러한 과정이 "아이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하나라고 본다"고 말했다.
"혹시 아이들을 대상으로 보진 않았나. 어제(10일) 답안지를 받으면서 한번 더 판단을 물어봤으면 나았을까. 아이들을 여전히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 아니었나. 아이들의 판단을 인정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한편 이 사이 서울시의회는 학원의 심야 교습을 허용하는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공교육 해체' , '사교육 심화'를 우려하는 교육당사자 및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를 영어몰입교육, 일제고사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폐기되야할 교육정책으로 꼽고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민숙 교사는 "교육이 희망인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혹시 사기치는 것은 아닌가. 이 주변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어려운 편인데, 이 아이들에게 "너희만 성실히 공부하면 좋은 대학 가게 되고 훌륭한 사람된다"고 얘기해 주는 것이 맞나. 하나라도 더 해라 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 없기도 한가"라고 교사 개인으로서의 자괴감과 고민을 토로했다.
연말, 일제고사와 같은 방식으로 '학업성취도평가'가 또 진행될 예정이다.
이민숙 교사는 "학부모들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학부모들의 상당수가 아마 비정규직"이라며 "이런 학부모들이 지금의 교육정책에 맞서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교육을 심화시키고 불평등을 확산하는 지금의 교육정책에 저항해야 하는 진정한 주체가 아니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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