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의 필리핀 남부철도 ODA, 누구를 위한 건가?

[인터뷰] 철거민들 개발에 집 뺏기고, 일자리도 잃어

온갖 희망 섞인 수사로 포장된 '개발' 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삶을 '강탈'하는 것과 동일한 말이 되기도 한다. 특히 빈민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개발로 인해 누군가는 집을 빼앗기고,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고, 누군가는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2004년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대외원조(ODA) 개선방안'을 제출하면서 ODA규모를 '09년까지 GDP의 0.1%로, 2015년까지 0.25%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도 ODA(공적개발원조)의 표면상의 취지인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한 세계 빈곤퇴치와 개발'에 입각해 이제는 '받는 국가'가 아닌 '주는 국가'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기조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을 통해 ODA(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필리핀 남부철도, 한국 정부가 ODA지원...시공은 대우 인터내셔널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ODA(공적개발원조)가 과연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서 '세계 빈곤퇴치'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개발원조가 자국 기업의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되면서, 오히려 현지 주민들의 인권과 생계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2003년 필리핀 정부는 남북통근열차 사업을 추진했다. 그 중 36km에 달하는 남부철도(South Rail)에 대해서는 한국에 공적개발원조(ODA) 자금을 요청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 들였다. 시공은 대우 인터내셔널이 맡았다.

그런데 이 지 남부철도(South Rail) 구간은 마닐라와 마카티 등 가장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정부소유의 토지에 6-7평 남짓한 집을 짓고 살던 철로 주변의 약 3만 가구의 주민들이 이주를 해야만 했다.

그런데 필리핀 정부가 제시한 곳은 원래 거주지보다 약 50km 떨어진 까부야오의 사우스 빌. 약 8,000가구 4만 여명이 그곳으로 이주했다. 나머지는 아직 철로변에 남아 있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곳으로 개별적인 이주를 한 상황이다. 그러나 사우스 빌에 재정착한 이들도, 철로변에 남아 있는 이들도 아직 필리핀 정부와 싸우고 있다. 집뿐만 아니라 생계까지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들 철거민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현재 싸움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인 에스트렐리아 바나레스와 에블린 모하카, 그리고 필리핀 빈민운동의 대부 알리시아 머피를 만나 이들의 상황과 한국 정부도 책임이 있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재정착지서 뎅기열로 15명 사망해...갈 병원도 없어

  사우스 빌의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는 에스트렐리아 바나레스
먼저 사우스 빌로 이주한 에스트렐리아 바나레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사우스 빌의 상황은 어떤가?

"수도도, 병원도, 교통시설도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병원도 기존 주민들만 사용가능할 뿐 새로운 정착민들은 사용할 수 없다. 응급상황이 생기면 정부에서 제공하는 앰뷸런스를 이용해 마카티로 가야 한다."

필리핀 정부는 사우스 빌에 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그런데 보건소 1개만 달랑 지어 놓았다.

"작년에 뎅기열(전염병)로 15명이 사망했다. 당시 뎅기열에 걸린 사람은 100여명이었다. 나도 작년에 딸과 함께 뎅기열이 올라 앰뷸런스를 불렀지만, 멀어서 오지 않았다."

일자리 없어, 생계 위협...다시 마카티로

지하수로 공급되는 수도도 오염이 심각했다. 작년에는 세 달 된 아기 두 명이 수돗물에 탄 분유를 먹다 사망한 일도 있었다고 한다.

  수도시설 미비로 홍수가 난 사우스 빌

"생계도 문제다. 대다수 주민들은 사우스 빌에서 일거리가 없다. 그래서 마카티로 다시 간다. 주변에 공장이 있기는 하지만, 18-20세 여성들에게만 일자리가 주어지고 기술 등의 문제도 있어서 취직하기도 힘들다."

사우스 빌에서 마카티까지 소요되는 교통비용은 132페소, 그러나 마카티에서 벌 수 있는 일당은 약 200페소다. 그래서 택시 운전사인 바나레스의 남편은 마카티에서 주중에는 택시 운전을 하며 친구집에 얹혀살다가 주말에만 집에 들어온다.

"마카티에서는 노점을 해서 하루에 천 페소 정도 벌었다. 그런데 사우스 빌에는 일자리가 없다."

시골인 사우스 빌에서는 노점을 하기도 마땅치 않고, 청소하는 일 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다.

재정착지 알아보라던 정부...주민 원하는 "몬탈반은 안된다"

그래서 까부야오의 사우스 빌로 이주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다시 마닐라와 마카티의 철로 주변으로 돌아갔거나, 갈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철로 주변에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상황은 좀 나을까? 아직도 철로 주변에 살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캠페인을 하고 있는 에블린 모히카에게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물었다.


  철로 주변의 빈민가

"정부와 협상을 했다. 이주할 만한 곳을 찾으라고 이야기 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몬탈반이다. 모든 자료를 주택공사(NHA)에 제출했다. 그런데 정부는 몬탈반으로 이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럼 정부가 철거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건가?’라고 물었다. 그들은 ‘그렇다’고 답했다. 트레스말디 지역도 까부야오와 마찬가지로 너무 멀리 있어서, 현재의 일자리를 잃거나 하루 임금에 맞먹는 돈을 내녀 통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남아 있는 주민들은 트레스말디 지역으로 이주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트레스말디 지역에 이미 주택과 시설을 다 지어 놓았다며 트레스말디로 이주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주민들은 트레스말디 지역의 개발업자와 정부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경찰 총 들고와 위협..."이게 자발적인가?"

철거 과정에서 폭력으로 위협받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었다. 한편, 필리핀 정부는 현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이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부 철도 선로 주변에 남아 싸움을 하고 있는 에블린 모히카
"실제로 폭력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경찰이 총을 들고 온다. 무기가 없는 시민으로서는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자신해서 철거를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두고 정부는 ‘자발적 철거와 재이주’라고 하는 것이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MDA(메트로 마닐라 개발국) 사람들이 와서 일부 가옥들을 완전히 파괴해서 아무것도 건질 수가 없었다."

"일부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몬탈반으로 이주하기도 했다. 집 지을 돈이 없어서 살던 집을 뜯어서 몬탈반에 집짓는데 쓰고 있다."


현재 몬탈반의 시장은 암묵적으로 주민들의 재정착을 용인해 주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약 1,500세대의 주민들은 몬탈반으로 이주를 강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4월 3일 최종 철거 계고장이 발송된 상황이라 이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한국 정부는 이주 관련 조사 보고서 공개해라"

필리핀 정부는 주민들이 몬탈반으로 이주하겠다는 요구를 거절한 채 강제철거 등을 통해 남부 철도(South Rail)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필리핀 빈민운동의 대부 알리시아 머피는 남부 철도 사업 및 이주대책에 대해 공적개발원조(ODA)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측에게도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2006년부터 한국 정부와 이야기 해왔다. 한국 정부는 우리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한국 정부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 2월에는 아시아개발은행(ADB) 소속 재정착 전문가에게 의뢰에서 이주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주 하는 데 대해 아주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조사 보고서 내용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도움을 받아 보고서 공개를 요청했지만, 이것도 거부되었다"

"한국 정부도 ODA에 대한 책임져야"

  필리핀 빈민운동의 대부 알리시아 머피
알리시아 머피는 남부철도(South Rail) 사업에 ODA(공적개발원조) 자금을 지원했고, 재정착 비용에 대해 유상으로 차관을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민들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더욱이 재정착 비용을 유상 차관으로 제공한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우리를 주체로 봐야 한다. 결국 그건 우리 세금으로 나가는 갚는 것 아닌가. 왜 우리가 이렇게 느끼는지를 알아야 한다. 15명의 희생은 엄청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ODA(공적개발원조)를 기업들이 통제하고 있다. 대우, 한진 등 기업들만 에게만 발언권을 주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업들은 인권에 관심이 없다.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재이주를 해야 하는 프로젝트에 ODA(공적개발원조)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지금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이 개발원조를 잘 못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원조에는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있고, 한국 정부도 이것을 지켜야 하는데도 지키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07년 5월 피해주민 대책위원회가 정부에 보낸 서면질의에 대한 답을 통해 사회기반시설 및 재이주 과정이 공정하게 처리되었는지에 대해 감시활동을 진행했다고 답변하고, 필리핀 정부의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적절한 재이주 보상이 되지 않을 시에 원조기금을 반환 조치 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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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 남부 철도 , south rail , 마닐라 , 마카티 , 피해주민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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