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7일 발표한 개각안은 3개 부처 장관만을 교체하는 '생색용 개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5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 정부 정책 전반에 걸쳐 중단을 요구하고 나선 수십만 촛불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다. 한 달 전 쇠고기 파동의 책임을 지고 한승수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전원이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던 것은 정치적 '쇼'였음이 입증된 셈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교체하는 소폭 개각을 단행했다. 야권뿐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경질 요구가 나왔던 '강만수 경제팀'에서는 최중경 기획재정부 제1차관만 경질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유임됐다. 한승수 국무총리도 자리를 지켰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강만수 경제팀'도 '대운하'도 그대로
청와대의 이날 개각 단행은 쇠고기 정국을 매듭짓기 위한 방편으로써 인적 쇄신 작업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쇠고기 협상의 주무 장관이었던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과 함께 김성이 복지부 장관은 협상 해명 과정에서 실언 등 자질 시비에 올랐던 것이, 김도연 교육부 장관은 국비 모교지원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 경질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대운하도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던 것과 달리, 이날 뚜껑을 연 개각은 국정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무리한 성장기조와 고환율 정책으로 물가 폭등을 초래한 기획재정부, 대운하를 추진한 국토해양부, 경찰 폭력진압을 주도한 법무부 행정안전부가 그대로 유지됐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경질 요구를 받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자리를 지켰다. 이동관 대변인은 소폭 개각 배경에 대해 "내각이 그간 총선과 쇠고기 파동 등으로 제대로 일할 시간을 갖지 못해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야당들은 일제히 청와대의 소폭 개각 방침을 비난하며 전면 개각을 요구했다. 조정식 통합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다. 이번 개각은 국민기만 개각이다"며 "이 대통령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더니, 권력의 눈높이에 맞춰 면피용 개각을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면 개각만이 총체적 난국과 분노한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고 촉구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거국내각 수준의 전면개편을 단행해도 민심을 수습하기 어려운 상황에 무슨 배짱으로 현 체제를 그대로 고수하겠다며 소폭 개각을 했는지 그 경솔함과 무사태평을 질책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승수 총리와 강만수 경제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어청수 경찰청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원내부대표는 "정부가 또 국민을 속이고, 우롱하는 쇼를 벌였다"면서 "청와대의 이번 내각 개편은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기만적 조치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이정희 원내부대표는 "정부는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는 내각 개편이 아니라 면죄부를 주듯 장관 3명만을 교체했다"면서 "이명박 정부는 변함없이 국민의 뜻을 받들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신장식 진보신당 대변인은 "한 총리가 유임된 것은 정치적 무책임의 상징이며, 강만수 장관의 유임은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고집불통의 상징이고,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의 유임은 경찰 폭력을 비호하는 폭력과 강압의 상징이며,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유임은 대운하의 헛된 꿈을 아직도 버리지 않았다는 자기고백"이라고 비꼬며 "국민과 소통하고 싶다면 내각 전원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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