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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경계를넘어] |
복잡한 정치사와 더불어 수단을 고통스럽게 괴롭히는 것은 반정부 무장세력과 정부, 그리고 정부가 지원하는 민병대가 벌이고 있는 전쟁이다. 중앙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출로 시작된 봉기는 내전으로 확대되면서 전투와 학살로 수단을 멍들게 하고 있다. 수단 남부지역에서 1962년부터 시작된 남부 지역의 반군과 중앙정부의 싸움이 수차례의 휴전협정에도 불구하고 끝나지 않았으며, 서쪽 다르푸르에서는 2003년에 무장봉기가 일어난 후 정부군과 정부가 지원하는 민병대와 반군 사이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다르푸르 문제는 '잔자위드'라고 알려진 친 정부 민병대가 정부의 지원 하에 대규모의 조직적인 학살을 벌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1994년 르완다 학살에 이어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할 당시 다르푸르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여러 국제인권단체들을 비롯해 한국의 단체들까지도 다르푸르에 하루빨리 유엔평화유지군을 보내야 한다는 캠페인을 벌였을 정도이니 다르푸르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실제로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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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르푸르의 사람들을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신문에서 설명하던 아랍인과 흑인의 구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다. [출처: 경계를넘어] |
게다가 몇몇 언론들은 ‘무슬림 대 기독교인’의 갈등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아랍인은 무슬림으로, 흑인은 기독교인으로 구분하려는 태도는 다르푸르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무지한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다르푸르 내전으로 인해 직, 간접적으로 희생된 사람이 30만 명이고 25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 바시르 대통령을 기소한 오캄포 검사는 알 바시르 대통령이 정부기관과 민병대를 동원하여 조직적으로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를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캄포 검사가 알 바시르 대통령에게 두고 있는 혐의는 다르푸르에서 발생한 집단 학살에 대한 혐의 3건과 성폭행과 고문, 강제이주 등 반인륜적 범죄혐의 5건, 그리고 마을을 약탈한 혐의 2건 등 총 10건의 범죄혐의다.
하지만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수단 집권당인 국민의회당 지지자들 수천여명이 수도 하르툼에서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아프리카연합과 아랍연맹은 수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프리카 연합군과 유엔평화유지군의 안전과 수단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를 반대했다. 현재 다르푸르에는 '유엔-아프리카연합 임무단' 8천명이 군.경 병력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이 다르푸르의 상황을 통제하기는 수적으로도 역부족이다.
유엔은 아프리카에 파견된 요원들이 물자 부족과 수단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병력과 물자 지원을 계속 요청해왔다. 또한 평화유지군과 구호단체에 대한 공격은 이들의 활동이 위협받는 실질적인 위험요소이다. 알 바시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의 재판을 받게 되면 다르푸르 뿐만 아니라 수단 전역으로 치안과 정치상황이 불안해질 것이며 유엔과 구호단체에 대한 공격도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알리 오스만 타하 수단 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가 국가수반을 체포할 경우 수단 정부가 유엔 요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협박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수단의 석윤 수출량의 2/3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도 외교부가 직접 나서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수단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에 협조해야 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의 체포영장 발부를 지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수단 대통령의 기소가 유엔군에 대한 반감과 공격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누구도 정의를 피해갈 수 없다며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를 인정했다. 그런데 그 동안 다르푸르 문제에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미국은 수단 정부와 국제형사재판소 양쪽 다 자제해야 한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국제형사재판소의 활동을 집요하게 방해해왔던 미국이 다르푸르 문제를 계기로 국제형사재판소의 기소권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다르푸르 파견 유엔군의 주둔 연장에 대한 투표에 대해 기권을 행사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수단의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므로 이를 막기 위해 국제사법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라는 무리수를 두는 것은 다르푸르 사태 해결에 대한 의지의 반영일 것이다. 하지만 알 바시르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다르푸르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 그에 대한 재판을 실행하기까지는 국제형사재판소가 가지는 한계가 너무 크다.
2002년에 설립된 국제형사재판소는 지금까지 139개국으로부터 각종 범죄에 대한 조사요청을 받았지만 기소로 이어진 것은 북 우간다, 콩고 민주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단 다르푸르 4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사건들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가 12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6명은 이에 개의치 않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며 2명은 이미 사망하였고, 4명 만이 구금되어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조사 중인 4개의 사건이 모두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되어있다는 것은 국제형사재판소의 공정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2003년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비준 국인 영국을 민간인 살인과 고문 등의 전쟁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 기소하려는 요청이 240건이나 접수되었으나 국제형사재판소는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 대량학살이나 반인륜적인 범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며 비준 국이 106개 국에 달한다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국제형사재판소는 자신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민에 대한 예외조항을 요구하며 국제형사재판소의 활동을 방해하고 있는 미국이나 국제형사재판소가 조사하고 있는 사건에 대한 조사를 12개월 동안 중지시킬 수 있는 유엔 안보리의 권한도 큰 걸림돌이다. 유엔 안보리의 중지요구는 무기한으로 반복될 수 있는데, 현재 아프리카 연합이 유엔 안보리에 알 바시르 대통령의 기소를 중지해달라는 요청을 한 상태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기소 중지 요청은 유엔군 파병 연장 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도 제기되었고, 결의안에 이 내용이 직접적으로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곧 안보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가 알 바시르 대통령의 기소를 어떻게 할 지 결정을 내리겠지만,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수단 대통령이 재판을 받아 유죄가 입증되더라도 수단의 문제가 해결되는데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모르는 실타래처럼 얽힌 상황을 풀어나갈 열쇠는 수단의 민중들이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사회라 불리는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그 열쇠를 손에 넣은 듯한 태도로 다르푸르를 대하고 있다. 그들이 시급히 해야 하는 행동은 사건의 책임자를 당장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반성하며 열쇠를 돌려주는 일이다.
::글 _ 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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