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힘은 지난 8월 30일 제23차 총회를 열고 ‘당 건설 계획안’과 ‘21세기 변혁전략’을 다룬 끝에 이같이 결정하고,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준비모임’(추진기구) 10월 중순 발족
노동자의힘은 10월 중순 준비모임(추진기구)이 구성되면 약 3-4개월 동안 △지역,부문 추진위원 조직화 전면 결합 △변혁전략, 당의 상과 운동방향에 대한 입장 개진과 실현 노력 △반자본사회화 투쟁 정치선전, 선동 등의 활동을 통해 추진위원회의 몸집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한편 최근 국가보안법 사건으로 초점을 받고 있는 사노련도 모든 사회주의 세력이 당 강령 초안 제출을 통해 사회주의 대중정당 건설을 제안하고 있어 기존 진보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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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3차 총회 안건을 다루고 있는 박성인 중집위원, 이종회 중앙집행위원장. 사진/ 변정필 기자 |
3일 오후 노동자의힘 사무실에서 선지현, 장혜경 두 중앙집행위원을 만나 이번 총회 결정이 갖는 내용과 의미를 물었다. 두 중집위원을 포함해 구성된 정책교육위원회는 이번 총회에 ‘21세기 변혁전략’을 작성, 제출했다.
두 중집위원은 10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준비모임’(추진기구) 건설 논의가 비공개로 이루어지고 있는만큼 신중한 보도를 당부해왔다. 추진기구 건설에 노동자의힘이 과도하게 표현되면 그만큼 노동자의힘이 주도하는 사업으로 비쳐지게 되고, 이는 현장, 지역, 부문 등 각계가 참여하는 추진기구 건설 취지가 색 바랠 수 있다는 염려 때문으로 보인다.
“올 3월 15일 21차 총회에서 당 건설 계획안이 통과됐고, 4월 28일 22차 총회에서 당 건설 지도부를 뽑았다. 이번 총회는 계획안을 수임받은 8기 지도부가 그동안의 사업을 총괄 보고하면서 이후 계획안을 확정하는 자리였다. 그동안 큰 변화는 없었다.”
당 건설 경로, ‘강령’ 보다는 ‘결집’, 사노련의 토론회 제안은 환영
두 중집위원은 사노련이 2일 구속자석방대회에서 제안한 사회주의정당 건설 제안에 대해서는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다만 지난 논의 과정의 크고작은 엇박자로 미루어 하나의 흐름으로 쉽게 모아지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노동자의힘이 지난 7기(2007-8년 초)에서 여러 좌파세력과 당 건설을 함께 하기 위한 논의(좌파테이블)를 진행했다. 그 결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당면 과제로 삼고 돌입하겠다는 조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두 번째는 (사노련이) 당 건설 과정과 경로에서 노선의 핵심이 강령을 중심으로 당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비해 노동자의힘은 2008년 시기 당 건설에 바로 착수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밖에 현장에서 각 조직의 활동가들의 실천 현안에서도 일정한 이견이 있어왔다.”
두 중집위원은 노동자의힘이 주장하는 노동자계급정당은 개인과 세력 모두에게 열려있다며,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며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해, ‘강령’보다는 ‘결집’에 무게를 실었다.
“(좌파테이블은) 그 지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진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 노동자의힘이 결정한 당 건설의 핵심은 사회주의, 코뮤니즘을 직접 걸고 당 건설에 즉각 착수하자는 것이고, 그 기조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개인이 결집하자는 것이다. 세력 대 세력 간 논의도 중요하므로 그것 역시 열어놓고 있다. 문제는 당 건설 투쟁 과정이 계급대중과 호흡하며 이루어지느냐에 있다.”
두 중집위원은 강령 역시 중요한 문제로 인식, 사노련의 토론회 제안에 대해서는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강령 초안을 기초로 당 건설을 하자는 입장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했다.
“강령은 중요한 문제다. 강령은 곧 현실 실천 문제라고 보는데 대토론회를 하자고 해서 거부할 이유는 없다. 실력만큼 밝히고 토론하면 되니까. 그런데 어떤 실천을 할 거냐 어떤 사회주의적 실천 운동을 할 거냐가 더 중요하고 긴급한 문제라고 본다. 강령의 공통점을 확인해서 같이 가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건 아니라고 본다. 자본주의를 변혁하고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 선거를 통해서가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권력을 세우는 것 등 몇 가지 대전제가 확인되면 강령의 차이는 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해소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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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경, 선지현 노동자의힘 중앙집행위원 |
노동자계급정당 추진기구 공개 제안 3개월째, 10월 추진기구 현실화 되나
노동자의힘은 지난 4월 22차 총회 이후 5월 28일 제1차 중앙위원회에서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추진기구 제안문’을 채택하고 공개한 바 있다. 3개월이 흘렀다. 제안문에 담긴 비상한 비장감으로만 미루어본다면 일정한 진척이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두 중집위원의 판단은 다소 조심스럽다.
“어려움이 많았다. 첫째는 예상치 못한 촛불정국을 맞으며, 대중적으로 공론화하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는데 한계가 있었다. 촛불투쟁과 결합하는 가운데 대중적으로 공론화하는 호기이기도 했겠는데, 좌파운동, 노동운동의 결합과 실천이 전반적으로 취약했고 노동자의힘도 자유롭지 않았다. 둘째는 노동자의힘이 사회주의 코뮤니즘을 내걸었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맥락에서 사회주의 코뮤니즘을 공공연하게 제기하는 것에 따른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었다. 왜 사회주의인가 왜 코뮤니즘인가가 독자적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서 설득력있게 공론화 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총회 자료집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추진기구 구성을 위한 2차 토론회에는 40여 명의 활동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한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0월 추진기구에는 100여 명의 추진위원이 추진 활동을 같이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추진기구-추진위원회 구상은 제 좌파의 결집을 통한 당 건설 경로를 수정한 건데, 노동자의힘 회원만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현장, 현장, 부문 활동가의 결집을 통해 만든다는 데 있다. 노동자의힘의 이름으로 제안할 경우 한계가 존재한다고 판단한다. 가령 양한웅 활동가는 노동자의힘이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에 복무하라고 당부한다. 그래서 당 건설 공적 주체가 필요한 것이고, 공적 주체로서 추진기구를 사고했다. 100여 명의 추진위원은 반드시 숫자가 아니라 전국과 부문을 포괄하면서도 추진 집행을 할 수 있는 주체의 규모로 대강을 잡은 것이다.”
이처럼 반드시 100명은 아니라 하더라도, 조만간 공개될 추진모임은 곧 노동자계급정당 건설 추진 주체의 면모를 사실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2월까지 반자본사회화, 사상적 통일성 확보로 당 건설
노동자의힘의 조직노선 말머리에는 ‘투쟁을 통해’가 상투적으로 쫓아다닌다. 이번 추진기구(10월중순)-추진위원회(09년2월) 일정에도 ‘투쟁사업’이 어울려 있다. 노동자의힘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반자본사회화’를 투쟁 방향으로 제시하고 활동해왔다.
“노동자의힘은 이명박 정부 시기 진행되는 민영화, 시장화 저지투쟁과 더불어 공세적 대안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투쟁을 통한 당 건설은 2008-9년 시기가 결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공공부문 민영화, 시장화가 핵심 문제이기 때문에 이를 돌파하는 과정이 당 건설을 실제로 결정짓는 과정이 될 것이다. 반자본사회화를 핵심으로 주체와 내용 두 측면 모두 고민하고 있다.”
사회화는 기치나 노선이라기보다 정책으로 다뤄질 문제인데, 귤이 강을 건너면 탱자가 되나 보다. 노동자의힘은 올 들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반자본에 사회화를 더해 ‘반자본사회화’ 라는 그럴듯한 정치기치를 내놓았다.
“98년 이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민영화 저지투쟁을 해왔는데, 투쟁 과정에서 공공부문의 공공성에 대한 여러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저지를 넘어서는 노동자 요구가 무엇인가에 대한 공론화였다.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의 전방위적인 민영화, 시장화를 추진하는 시점에서 기업 수준에서 막아내는 투쟁이 아니라면, 변혁의 전망을 가지고 총체적으로 접근하며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고, 그래서 주요 고리로 반자본사회화를 내건 거다.”
노동자의힘은 반자본사회화의 주요 내용으로 △공공부문 민영화, 시장화 반대투쟁 △반자본사회화 운동 공론화 및 실천적 토대 구축 △정치선전 △촛불투쟁의 각 부문운동에 기반한 일상투쟁 기획과 유관조직 재편 △사회운동, 지역운동의 실천에 대한 이론 검토와 입론 작업 등을 들었다.
특히 공공부문 민영화, 시장화 반대투쟁과 관련해서는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의 전국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 △공공부문 민영화 관련 법 저지투쟁 △생존을 위한 연대회의 △1만 대중행동 조직 △노동자총파업 투쟁시 엄호 및 전국투쟁전선 구축 등을 열거했다.
주요 연대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공동행동’은 최근 전략회의와 집행위를 잇따라 열고 하반기 사업의 대강을 마련하고 있다.
“공공부문사유화저지공동행동은 기존 운동의 연장선에 있다. 대중조직이든 단체든 다같이 모여 정치전선을 설치한다는 의미가 있고 이러한 전선 속에서 반자본사회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일천인 행동단 등의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하반기 노동운동발전전략, 지역정치활동론, 강령 논의 집중
두 중집위원은 이번 총회에서 반자본사회화와 함께 사상적 통일성 확보와 정치역량 강화를 추진기구의 주요한 사업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총회는 △21세기 변혁전략 및 당론 토론(9-10월) △노동운동발전전략 및 지역정치활동론 수립(9-10월) △강령초안 마련 및 토론(12-1월)을 결정했다.
“강령은 노동자의힘에서 마련한다 하더라도 추진위에 결집한 주체의 토론을 통해 결정할 것이고, 당이 이후 지역정치활동을 어떻게 할 건지 노동운동의 계급적 강화를 어떻게 할 건지 등은 당 건설 결집 주체가 결의해야 할 사안이다.”
두 중집위원은 노동운동발전전략, 지역정치활동론, 강령에 대해 제각기 갖는 의미 설명을 덧붙였다.
“노동운동발전전략은 지금까지 노동자의힘의 활동이 노동조합운동의 지원과 개입이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주의의 전망 하에 노동운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다루는 거다. 노동운동에 대한 새로운 개입전략의 문제로 보고,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조직적인 토론 결의를 한 것으로, 이는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 건설에 도움이 될 거다. 지역정치활동은 모든 운동단체들이 중요하게 강조하는 것처럼, 노동운동이 중심이 되어 있지만 대중의 삶의 공간인 지역에서 변혁의 진지를 구축하는 주체 형성 과제이다. 강령은 문구 상의 몇 가지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활동의 시금석이 되는 강령 초안을 만들려는 것이고 강령 초안 작업은 제 정파나 좌파 활동가들과 열린 토론 속에서 상호 문제의식을 배우고 전달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쉽지 않을듯. 무엇보다 내년 2월까지면 시간도 많지 않거니와, 노동운동발전전략이나 강령 등은 노동자의힘이 지난 9년간 줄곧 자신의 과제로 삼아온 것들이다. 뒤집어보면 이미 일정하게 정리된 내용이 없는 것도 아닌데, 따라서 뭔가 ‘입론’이나 ‘문서’로 정리되는 그 무엇을 의미하지는 않아 보인다.
“노동운동발전전략, 지역정치활동론, 강령초안에 대해 그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거고, 문제의식만큼을 정리하겠다는 거다. 운동 재편의 내용이기도 하고, 주체적인 측면도 그렇고, 한 단계 진전을 위한 노력, 그 의지의 표명이라고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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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0일 유성 유스호스텔에서 열린 노동자의힘 제23차 총회. 사진/ 변정필 기자 |
‘21세기 변혁전략을 위하여’, 공들인 흔적
23차 총회에서 ‘당 건설계획안’과 함께 다뤄진 ‘21세기 변혁전략’. 총회에서는 ‘21세기 변혁전략을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채택됐다.
21세기 변혁전략은 △세계 자본주의와 국제정치질서의 분석 △한국 자본주의와 정치/사회의 변화 △문제는 자본주의다. 변혁이다 △대안사회(사회주의/코뮤니즘)의 기본상 △기본관점과 활동방향 등의 목차로 구성됐다.
“7기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노동운동발전전략이나 지역정치활동론, 강령 과제와 같은데, 노동자의힘이 당 건설을 결의한 마당에, 만들어질 당이 어떤 활동을 하느냐는 곧 한국 사회 변혁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로 인식했다. 21세기 사회주의 변혁전략은 20세기 사회주의의 한계를 넘어 어떤 전략 기조 하에 활동할 거냐를 중요하게 바라봤고, 그동안 조직 내부에서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다. 다만 주체의 활동방침까지 나가지는 못했다. 이번 총회에서 기조에 대해 일정한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두 중집위원은 완성된 변혁전략이라기보다 제기된 쟁점이나 과제를 더 논의하고, 당 주체의 활동방침까지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 과정에서 변혁전략의 위상이나 위치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었다. 구체적인 활동지침이 요구되기도 했고. 식량주권을 둘러싼 쟁점, 대안사회의 상에 대한 쟁점, 1당독재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다당제 도입에 대한 쟁점 등이 있었다. 또 당이 수권할 수 있느냐. 대체권력이 부르주아 권력을 대체하여 민중권력을 세우는 건데 선거를 경시하는 것은 아닌가 등의 지적도 있었다.”
이처럼 ‘21세기 변혁전략을 위하여’는 대체권력의 문제, 사회주의 이념의 재구성의 문제, 변화하는 사회계급 관계 속에서의 계급동맹의 문제 등을 다뤄, 대안사회 경로와 관련한 유익한 토론거리를 제공한다.
“민중 개념 내지 계급동맹과 관련, 기존의 경제적 기초에 따른 계급구성이 아니라 촛불투쟁에서 드러났듯이 반자본의 전망을 갖는 생활과 사회 영역에서의 반자본 정치의 구성으로 접근해봤다. 노동자계급의 경우도 산업프롤레타리아트로 보는 데서 확장해 노동자계급 내부의 동맹을 넘어서는 계급관계 모색 시도이기도 하다.”
21세기 변혁전략과 맞물려, 노동자계급정당 준비모임과 추진위 구상이 23차 총회 결의 대로 잘 이뤄질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동자의힘이 해소되는 사나리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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