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에는 대물보상업무에 대해 자회사를 설립해서 건당 수임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외주화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 LIG손해보험의 경우 LIG손해보험, LIG홀딩스가 투자해 설립한 자회사인 LIG자동차보험손해사정, ACE손해사정에서 대물보상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날 경우 자동차에 대한 수리(보상)를 담당하는 것이 대물보상업무이다. 양 손해사정 회사의 노동자들은 퇴근시간이 없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것은 불만 가득한 고객의 음성뿐이다. 1돌이 되어가는 아기를 꼭 안아본 것이 언제인지 모른다. 새벽에 나가 자정무렵 지친 몸으로 귀가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연차휴가를 사용하라는 회사의 재촉에 형식적으로 반차를 사용하고 근무를 해야만 했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일상이 찌들어가고 편두통에 머리 한 구석은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때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는 “인간답게 살고싶다”였다. 그래서 노동조합 설립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2008년 8월 11일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 LIG손해사정지부와 ACE손해사정지부는 노조를 설립하고, 공개적으로 조합원 가입 활동을 시작했다.
두 노조는 회사 측과 공식적인 면담을 통해 “노동조합을 인정한다.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양지부의 대표이사로부터 확인하였다. 이윽고 조합원 가입행렬이 이어졌고, 전체 조합원 범위의 80~90%에 육박하는 순간 사용자 측의 전근대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본격화 되었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저해하는 행위로 노동조합 조직과 활동에 사용자가 지배·개입하거나 불이익 취급하거나 단체교섭 거부·해태하는 등 노동조합을 와해시키기 위한 방해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는 겉으로는 노동조합을 인정한다고 하면서 “노동조합이 생겨서 회사가 폐업할지 모른다.” “모회사에서 위탁계약을 해지하려고 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조합원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전국의 센터장과 팀장들에게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조합원 자택을 방문해서라도 탈퇴서를 받아오라고 지시하고, 어느 팀장은 새벽 3시40분에 조합원 자택을 방문하는 일도 발생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지도 않은 노동자에게 탈퇴서를 받고, 휴가 중인 노동자의 명의를 도용해서 탈퇴서를 만들고, 퇴근시키지 않고 한자리에 모아놓고 팀장이 탈퇴서 양식을 보여주면서 “부산 갈래? 탈퇴서 쓸래?” 협박을 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부당노동행위 장소에 노동조합 간부가 도착하자 팀장은 탈퇴서를 책상서랍에 넣고 열쇠를 채우고 도망가고, 조합원들은 울분을 토로하며 탈퇴 철회서를 다시 노동조합에 제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심지어 8월 말 경 주말을 기점으로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하여 노동조합 간부들이 일요일 22시경 회사를 항의 방문 하였고 대표이사는 “소지하고 있는 탈퇴서를 출근 즉시 본인에게 돌려줄 것 외부 유출시 엄중문책 대표이사 ○○○”라는 내용의 문자메세지를 발송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 회사에서는 “ACE손해사정(주)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 1차 탈퇴인원명부”라는 것을 작성해서 한날한시에 96명의 탈퇴서를 노동조합에 제출하고 접수증을 써달라는 요구를 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탈퇴서 작성일자를 보면 사용자 측에서 팀장급 회의를 소집하거나 팀별 회의를 소집한 날에 집중되어 탈퇴서가 작성되어 있다. 그리고 회사 COP를 통해 “노사협의회가 구축되어 과반수 이상의 많은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탈퇴하는 상황에서 센터장이나 팀장들이 노사협의회 또는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억제하거나 직접적으로 간섭하지 말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부당노동행위를 시인하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 측의 전근대적인 부당노동행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단결을 유지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회사 측에서는 “강성”으로 분류한 조합원들을 원격지로 전보발령하기 시작했다. 양사를 합쳐 현재까지 15명의 조합원에 대한 부당전보를 자행했다. 그리고 계속 인사권을 남용하며 조합원 탈퇴를 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조합은 당연히 관할 노동지청인 강남노동지청과 북부노동지청에 부당노동행위 고소장을 제출했다. 노사지원과장도 만났고, 지청장도 만나 부당노동행위의 심각성을 확인시키고 즉각 특별근로감독 등 사용자측의 부당노동행위를 중지시킬 수 있는 시급한 조치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관할 노동지청은 “빠른 시일 내에 출석요구서를 보내 조사할 것이다.” “회사 측에 부당노동행위를 중지하도록 전화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더욱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노조법에서는 사업장의 안전보호시설의 유지·운영을 정지·폐지하거나 방해할 경우 “쟁의행위긴급중지명령”을 행정관청이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있고, 구제신청 제도가 있지만 처벌과 구제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사후적인 일이다.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용자 측이 자본과 인사권을 앞세워 노동자에 대한 폭압적인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할 경우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조직과 활동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처음으로 노동자라는 말을 들어보고, 수줍게 팔뚝질을 하며 투쟁을 외치는 이들에게 사용자의 거침없는 부당노동행위는 위법과 불법일지라도 그 위력을 무시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위법적인 쟁의행위에 대한 “긴급중지명령”제도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인사권을 남용하여 위법,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사용자의 극악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긴급중지명령”제도가 없다는 것은 제도적 흠결일 뿐만 아니라, 자본편향적인 노동정책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조의 건설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피와 땀으로 투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었던 수많은 노동자들이 있다. 선배들의 투쟁의 역사를 되살리며 조직력으로 노동조합의 단결로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은 강조하지 않아도 노동조합 조직과 활동의 기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하여 노동지청은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오로지 단결과 투쟁만으로 돌파하라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급히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긴급중지명령이 제도적으로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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