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가 지난 달 29일 전국의 지방노동청에 내려보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의 허용 범위와 한계에 대한 지도지침'이 또다시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노동부 지침, "총회 빙자한 쟁의행위 못 하게 하라"
노동부는 이 '지도지침'에서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 △회의 교육 등을 위한 기업시설물 이용 △유인물 배포, 현수막 게시 등 홍보활동 △투쟁복 리본 등 착용 △근로자가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 △조합원 개인의 노조활동 여부 등 총 6가지 항목에 걸쳐 '쟁점별 지도방안 및 위반시 책임'을 '안내'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같은 지침의 목적이 "불합리한 노사관행을 해소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거론한 항목에서의 '지도방안'이 사실상 노동조합 활동을 규제하는 내용이라 문제가 되고 있다.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에 대해 "근무시간 중 노조활동이 무단으로 행해지거나, 총회 교육 등을 빙자해 노조활동 시간을 불법 쟁의행위의 방편으로 이용하는 사례 등이 발생"하므로, "사용자의 승낙"을 받거나 "근무시간 외에 활동하도록 지도하라"는 식이다.
'유인물 배포 및 현수막 게시'에 대해서도 "근거 없는 비방이나 사용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무단으로 게시 부착된 홍보물을 사용자가 철거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고 "기업 또는 개인의 명예 인격을 침해하는 경우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해고자나 노조 상급단체 활동가,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겨냥한 듯한 '근로자가 아닌 자의 사업장 출입' 항목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의 승인을 받지 않는 한 사업장 출입이 허용되지 않음을 지도"하라고 한 내용도 눈에 띈다.
민주노총, "사용자 지키는 노동부, 없는 게 낫다"
민주노총은 노동부의 이같은 '지도지침'이 "친 사용자 중심이자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통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의 일상적이고 필수적인 활동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더 나아가 어떻게 법률적으로 옭아맬 것인가를 안내하고 있다"는 것.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정당한 노조활동의 범위'에 대한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대체로 "노사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행정지도의 방향은 노조의 활동을 가능한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돼야 한다"는 상식이 통용되고 있으나, 노동부는 이번에 각종 판례들을 동원해 이번 '지도지침'을 만들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각종 법률이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는데도 노동부가 노조활동을 엄격하게 제한하려는 것은 노동자의 생존권적 권리를 사용자의 명예나 시설관리권의 하위 개념으로 축소시키는 것으로 사회정의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악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노동부의 지도지침은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알리안츠생명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법'을 주장하고, "청년층에 비정규직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노동계의 반발을 사 오던 차에 또다시 불거진 일이라, 노동계의 '사퇴'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이런 식으로 노동자의 권리에 앞서 사용자의 명예나 지키겠다는 노동부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며 "노조탄압용 지도지침을 당장 철회하고 이영희 장관이 사퇴하는 것이 문제를 풀어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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