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미국의 '대테러전쟁'은 좌파에 대한 전쟁

[9.11 이후 세계는](5) 소규모 반군 토벌 빌미로 미군 영향력 확대해

미국과 필리핀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 확대 각본을 이보다 더 뻔뻔스럽게 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의 동남아 8개국 방문을 마무리 한 시기는 2월에 시작된 아부 샤아프 필리핀 납치 그룹에 대한 양국 군사작전이 마무리되는 시기와 일치했다. 콜린 파월이 하루를 묵은 후에 정부 관료는 미국 전투군 약 1,160명가량이 주둔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그들의 새로운 목표는 '공산주의자'와 노동조합 조합원이 될 것이다. 그들이 이야기 한 것처럼, 대테러전쟁의 두 번째 전선은 필리핀이다.

이런 움직임은 예상했던 것처럼 기만적이다. '발리까딴(미-필리핀 합동 군사작전)'이 시작되면서, 약 60명도 안되는 작은 떼도적 한 무리가 이런 거대한 군사작전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약 1억 달러의 지원을 받는 1,200명의 미군과 6,000여명의 필리핀 군 11대대가 아부 샤아프에 대한 군사작전을 시작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비참했다.

아부 샤아프 무장 그룹을 소탕했다고 발표한지 3주 후에, 다시 이 그룹은 6명의 기독교 전도사들을 납치했고, 이 중 2명의 목을 베었다. 애초에 이 엘리트 병력들은 인질 3명을 구출하는 데 실패해서, 마틴 번햄과 필리핀인 에디보라 얍이 살해되었고, 번햄의 배우자 그라시아가 부상을 입었다.

소규모 반군 소탕작전이 대규모 미군의 개입 빌미로

그러나 그들의 무능함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부 샤아프는 원래 핑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관리들이 이제야 인정하는 것처럼 애초 목적은 더욱 '불안정화'하는 세력들을 청산하는 것이었고, 상호병참안보협약(MLSA, the Mutual Logistics Security Agreement)을 체결해 미군이 영구주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미군기지는 1991년 필리핀에서 철수했다.

미 고위급 장성 토마스 파고 해군 대장은 발리까단 해단식에서 "필리핀 군대의 지속적이고 자립적인 테러대응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훈련으로만 끝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10월에 있을 새로운 전쟁훈련의 전제조건으로 상호병참안보협약을 체결을 내걸었다고 필리핀측 대표 게리 살라푸딘이 밝혔다. 미-필리핀 상호병참안보협약은 3개월 이내에 체결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시기에 맞춰 글로리아 마까파갈 아로요 정부도 적이 누구인지를 분명해 했다. "테러에 대한 전쟁은 일반적인 테러범들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신봉하는 사람들 사이에 구별을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는 범죄, 테러범, 악물중독자, 납치범, 밀수꾼,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장을 파괴하는 사람들을 향해 전쟁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로요는 지난 해 살해당한 진보적인 운동가들은 안중에도 없이, "우리는 인권운동가나 외관상 합법적인 정치 활동가들의 가면을 쓴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들의 싸움에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로요는 인권 침해를 했다며 이들에게 혐의를 덮어 씌우고, 공산당과 신인민군(New People's Army)을 타킷으로 삼았다. 신인민군(New People's Army)은 1969년부터 게릴라전을 수행해온 무장조직이다. 다시 말해 아로요는 "테러와의 전쟁"을 좌파와의 전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 관료들은 신인민군이 작전을 벌리고 있는 지역에 군대를 재배치하겠다는 위협을 계속 강화해왔다. 최근 미 의회는 필리핀에 5천5백만 달러의 군사지원을 승인했고, 필리핀 정부는 7천명의 군인과 1만5천의 민병을 모집할 계획이다. 마르코스 독재 시절에 농촌지역에서 무법적인 활동을 펼쳤던 지역민병대(Civilian Armed Forces Geographical Units)의 공포스런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필리핀은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고로 미국의 군사지원을 많이 받는 나라다. 아로요는 두 유명 좌파활동가들의 총기발사 혐의를 13년이 지난 지금 다시 되살리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활동가 중 한명은 현재 국회의원이기도 하다.

테러리스트로 낙인찍기

오늘날 필리핀 공산당과 신인민군(New People's Army)은 미제국주의와 아로요 정권이 테러조직으로 몰아붙이는 대표적인 단체다. 무장을 하지 않고, 합법적이지만 단지 세계화와 반동적인 사회체제에 맞서 단호하고 전투적으로 싸우는 진보적인 단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아로요 진영 안에서도 이런 태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발리까딴 이후에 외무장관직에서 사임했던 전 부통령 테오피스또 긴고나는 필리핀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필리핀이 끌려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긴고나는 자신을 "공산주의 찬미자"로 비난 하는 것에 대해 마치 아브라함 링컨을 "흑인 찬미자"라고 공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긴고나는 "링컨은 '나는 흑인 찬미자가 아니라, 흑인을 인간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뉴욕의 백인과 알라바마의 흑인을 포함하는 모든 미국인들이 단결하도록 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며 "내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이야기 할 때는 어떤 이념이나 신념을 가졌는가와 상관없이 모든 필리핀인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엄령 당시 인권을 위해 싸울 때, 나는 이념과 상관없이 모든 필리핀 사람을 위해 싸웠다"고 덧붙였다.

테러리즘을 무슬림, 아랍인, 정치적으로 다른 입장과 동일시하는 것은 미국에서 시민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아로요가 필리핀의 "공산주의"와 테러리즘을 동일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로요가 권력을 잡은 후, 아로요는 새로운 미국의 독재 정책을 열렬히 수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군 훈련지역에서의 학대 행위

실제로 미군이 훈련을 실시했던 지역에 대한 진상조사에서 그런 확신이 현실로 드러났다. 가히 "두 번째 테러의 전선"이라고 불릴만하다.

미군과의 훈련에 참여했던 필리핀 군인들이 비무장한 민간인들을 수 차례 살해한 사건, 범죄사실에 대한 거짓된 정보로 인해 기소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나 증거도 없이 끔찍한 감옥에 민간인들이 체포되고 감금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 처한 25명 이상의 어린이와 여성, 남성들이 이사벨라와 마닐라의 감옥에 수감되어 있다. 이 외에도 투옥된 민간인에 대한 고문과 방대한 지역에 걸친 생계터전과 집, 농장 거주민들의 강제 이주 등이 조사되었다.

미군은 이런 학대 행위의 많은 경우에 직접 참여했다. 2002년 7월 25일 미군과 필리핀 군대는 한 밤중에 투부란 마을의 한 가옥에 몰려들어가 한 남성의 다리를 총으로 쏘았고, 그의 부인과 나이 든 어머니, 처제와 조카에게는 도망치도록 강요했다. 군인들은 그를 군부대로 데리고 갔고, 몇 주 동안 외부와의 접촉을 단절 시켰다. 그의 부인은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 숨어 있어야만했다.

주둔하고 있는 미군 측에서 제기된 논리는 미군이 군사용으로 사용되는 도로와 항구의 발전을 가지고 올 것이며, 의료지원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의 '시민 활동'으로 지역 사람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 경제적 문제의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주민들과의 인터뷰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런 논리는 영구적인 전쟁상황, 군사화, 외국 군대의 주둔을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적인 논리로 작용한다. 또 의존성을 낳는다. 강력한 군사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의 핵심은 엄청난 학대와 학살, 고문, 구금과 강제 이주 등 특정 사례들의 길다란 목록을 넘어서, 이런 일들이 언제나 만연해 있으며 억압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위 "안정화 작전"은 국내 사안에 대한 정치 군사적 개입이자, 미군 등장의 핑계일 뿐이다. 이라크와 같은 곳에서 "평화 이행" 및 "경찰" 임무 등을 수행하면서 미국은 미국 기업들이 이라크의 자원들을 약탈할 수 있도록하는 직접적인 개입을 바란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미군은 필리핀 남부에서 아부 샤아프 조직을 소탕한다는 목적으로 군사훈련을 시키고, 전쟁 물자와 병참 지원을 제공했으며, 필리핀군 특수부대에 '조언'을 하고 있다. 군사지원은 기본적인 훈련에서부터 실제 현장에 미군이 참여하는 것까지 포함된다. 그리고 미군은 아부 샤아프 조직의 작전 수행지역 뿐만 아니라 신인민군 세력이 강력한 곳에서까지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지구적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하면서, 부시 행정부는 150명의 특수부대를 포함해 1,200명의 병력을 필리핀에 배치했고, 정보교환작전도 강화하고 있다.

군사기지 및 접근에 대한 협정을 통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넓게 포진해나가고 있다. 이것은 자원과 시장의 탐욕에 이끌린 것이다. 그러나 범위가 확장될수록 억압받는 사람들의 분노도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제국주의적 탐욕과 권력의 맹습에 반대하는 주권과 독립을 확보확보하기 위한 싸움도 굳건해지고 있다. 신식민주의적 통제의 발톱아래 민족 해방을 위해 지치지 않는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덧붙이는 말

마크 파드란님은 필리핀 이주민 공동체 '카사마코'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9.11 이후 세계는]은 경계를넘어(ifis.or.kr)와 민중언론 참세상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됩니다. [9.11 이후 세계는] 기획기사 일정이 늦어졌습니다.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