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 신화를 자랑하는 삼성에서 노동자들의 분노가 또 폭발했다. 삼성SDI 울산공장 노동자 17명이 회사가 천안공장으로 전직을 강요하자 ‘고용보장 없는 전직 강요’에 부당함을 호소한 것이다.
삼성SDI가 삼성전자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이하 삼성SMD) 합자회사를 설립함에 따라 삼성SDI 울산이 노동자들에게 전직을 요구했으며, 거부한 노동자 17명은 노동부에 진정을 내도 안 되자 13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울산지부 조합원으로 가입, 14일 아침 7시 30분에는 월차를 내러 천안공장까지 왔다.
삼성SDI 울산 노동자 손철식 씨에 의하면 회사는 2주 전에 급작스럽게 전직을 거부한 노동자 17명에게 13일부터 천안공장으로 출근할 것을 강요했으며, 13일 울산으로 출근했는데 회사가 출근을 인정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천안에 월차를 신청하러 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삼성SDI 천안도 14일 출근한 노동자들에게 “월차는 울산에서도 신청할 수 있고 2~3일 뒤 처리된다”고 했다가 퇴근시간인 저녁 6시까지 노동자들의 월차신청을 거부해 일각에서는 “회사는 노동자들이 강제 발령을 거부하자 명령불복종, 무단결근 등의 이유를 들어 강제 해고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손 씨는 “월차요구를 했지만 회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월차를 불승인 했다. 마치 천안공장으로의 발령을 기정사실화하며 장장 8시간동안 우리를 천안공장에 붙잡아뒀다. 우리는 저녁 6시 천안 공장을 나와 울산으로 올 수밖에 없었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청춘 바쳐 일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고용불안, 생존권 박탈, 생활권 위협
삼성SDI 울산은 2007년 브라운관 구조조정으로 노동자 1,050명을 정리해고 했고, 2008년 10월 현재에도 노동자들에게 삼성SMD로의 전직 동의서를 요구하며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손 씨는 “누가 보더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일방적인 발령은 잘못 된 것이다. 더구나 가족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면서 가정생활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대부터 청춘을 바쳐 일했건만 돌아오는 것은 고용불안, 생존권 박탈, 생활권 위협이다”며 강제 발령의 불합리함을 주장했다.
실제 천안공장에 근무 중인 임 모 씨는 회사의 전직 동의서 강요에 공황장애로 쓰러지기도 해 회사의 전직 동의서 강요와 일방적 구조조정 추진은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와 생존의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회사는 2007년 브라운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울산공장에 남기를 바라는 노동자들에게 올해 11월말까지 재취업교육을 시키며 현장배치를 구두로 약속했던 전례가 있기도 한데 전직을 거부한 노동자들에게 단 2주 만에 강제 발령을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해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동의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전직 동의서상에 노동자들의 고용보장이 빠져있고, “전직과 관련해 앞으로 민, 형사 및 행정 기타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한다”는 등의 불필요한 항목이 삽입되어 있다. 근로조건과 관련해서 손 씨는 합자회사로 발령될 시 근로조건이 계승되어야 하는데 회사는 사원설명회에서 “처우는 별도 검토 중에 있다”고 말만 해 가장 중요한 근로 조건과 관련한 어떠한 약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은 “삼성SDI에서 계속 억대 수준의 적자가 나고 삼성전자랑 합치면서 삼성SDI 울산공장을 공중분해 하려는 것 같다. 삼성SDI 김순택 대표이사가 전지(에너지)쪽으로 투자한다고 했고, 전지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노동자들을 정리해고 하고, 바른말 하는 노동자들을 강제 발령, 해고 등을 통해 정리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금속노조 울산지부는 소속 회사의 노조 유무에 관계없이 노동자들의 개별적인 지부 가입이 가능하다. 금속노조는 운영위원회를 열고 삼성SDI 노동자 17명의 노조 가입 요구에 대해 울산지부 지회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정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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