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청이 국정감사를 받은 기관으로부터 감사 결과를 보고받아 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오늘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홍희덕 의원이 입수한 '부산지방노동청 수감일정 세부사항' 자료에 따르면, 수감 결과를 2시간 이내에 보고할 대상으로 청와대 및 국무총리실 외에도 국정원과 경찰청이 포함돼 있었다.
피감기관이 국정원과 경찰에 세부사항 실시간 보고해
이 자료에는 '보고항목'으로 수감진행 상황, 질의답변 내용, 수감결과, 구두요청 질의 내용, 국회의원 보도자료 일일보고, 국정감사 보도 모니터링 등이 적시돼 있으며, '보고처'에는 국정원 김 모 조정관, 경찰청 김 모 씨의 실명과 이메일 주소가 기재돼 있다.
홍희덕 의원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환노위 국감이 진행되는 도중 질의내용이 실시간으로 국정원과 경찰에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국정원이 국감을 사찰하고 배후조종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하자, 치열한 여야간 공방이 벌어졌다.
정진섭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감사의 모든 것은 언론과 속기록을 통해 공개되기 마련"이라며 "어떤 기관에 어떻게 보고하는 것이 우리 위원회와 무슨 관련이 있느냐, 이 자리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만들지 말자"고 주장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 내용을 보고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만일 사실이라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준선 한나라당 의원은 "'사찰'이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국정감사 결과를)취합해서 총리실이던 국정원이던 검찰이던 보고한 후 신속히 해명하고 처리하도록 정보수집 기능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다.
이에 반해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홍희덕 의원의 자료대로라면 심각한 사태"라며 "국정원이 정보 수집을 하는 것은 당연하나 각 기관이 국정원의 하부기관이 아닌데, 공안 정국도 아닌 현재 국정원이나 경찰에 노동부가 국감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을 보고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국정원은 협조 기관... 과거에도 해 왔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 과정에서 고성이 오가자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송영중 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목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국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왜 대공보안업무 담당의 국정원 직원과 경찰에 보고하는 것이냐, 그런 사실이 있는지 답변하라"고 물었다.
송영중 실장은 "경찰청이나 국정원에도 기관 간에 업무 협조 차원에서 전달이 됐을 수 있다는 판단"이라며 "이런 내용은 이명박 정부에서만이 아니고 과거에도 대부분 이루어진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김재윤 민주당 의원이 "'수감결과 보고'를 국정원 경찰청에 보고하는 법적 근거가 무엇이냐"고 묻자 송영중 실장은 "국정원도 그렇고 경찰청도 그렇고 노동 관련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무 협조를 하는 것", "이 기관들은 평소에 우리와 업무 협조를 하는 기관들"이라고 재차 말했다.
크게 흥분한 야당 의원들이 송영중 실장을 집중 추궁하고 나서자 결국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여야를 떠나 국회 국정감사 권위에 대한 심대한 도전이고 노동부의 월권"이라며 "지방청이 버젓이 한 일을 노동부가 '관행'이라며 시인하지 않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국회 입장에서 행정부 잘못을 감시 감독한다는 차원이므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처리해 주실 것을 환노위원장으로서 요청한다"며 한 시간 여 만에 감사를 중단시켰다.
정무위에서도 '국감 사찰' 논란
뜻밖의 논란으로 환노위 국정감사가 중단되자,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되는 등 '국정원 사찰' 논란은 국회 전체로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대상의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정원이 직무상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국정원에 정식으로 자료제출을 요구해서 만일 사실이라면 정무위 차원에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다른 위원회에서도 파장이 일었다.
한편,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도 오늘 브리핑에서 "국정원과 경찰청의 개입은 단지 부산지방노동청에만 한정된 게 아니라, 노동부와 행정부 전체로 확대됐을 것이라는 심증을 떨칠 수 없다"며 "이명박 정부는 국회의 고유권한까지 침범하는 국정원과 경찰청의 개입에 대해 한점 의혹 없이 명명백백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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