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위성방송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하고 프로그램 채택 방식을 비공모제에서 공모제로 바꾸기로 한 건 지난 8월.
이에 따르면 방통위는 2009년부터 위성방송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지원금을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에게 지급하고, 스카이라이프는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방영할 방송채널사업자(PP)를 공모를 통해 선정한 뒤, 선정된 PP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같은 조치는 우선 현행 방송법 70조와 충돌한다. 방송법 70조는 “위성방송사업자는 시청자가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의 방송을 요청하는 경우 공공채널을 통해 방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모제로 바뀔 경우, 현재 공공채널로는 국회방송, KTV, OUN 세 개뿐인데, 스카이라이프가 이들 채널에게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을 강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는 시민방송 RTV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방송해왔다.
따라서 방통위가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PP(방송채널사업자) 공모제로 바꾸게 되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여건은 지금보다 크게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스카이라이프는 법적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RTV와 계약한 것이고, 이 계약은 사적인 것으로 방통위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말하고 “의무를 수행하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명확한 이유없이 RTV가 갖는 성향을 문제삼아 RTV를 고사시키는 것은 퍼블릭엑세스를 죽이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PP공모제에 대해 최영묵 교수는 “KTV 등 다른 공공채널은 자신의 고유 편성이 있는데, 특정 시간대에 위탁할 경우 몇 시간을 할 것이며, 그때그때 가변적으로 된다면 고정 편성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최영묵 교수는 “RTV는 기획 엑세스를 통해 시청자참여 위주로 편성해 시청자 참여프로그램 기획, 제작, 엑세스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는데, 공공채널 위탁 방식으로 가면 퍼블릭엑세스는 사실상 고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PP공모제는 방송접근권에 있어 시청자의 참여를 위축하고, 그동안 참여 활성화를 이끌어온 RTV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주체들의 판단이다.
현재 스카이라이프는 시민방송 RTV를 통해 한 해 1천400여 편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RTV는 지난 6년간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비정규직노동자와 우리 사회 다양한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려줌으로서 시청자참여 전문채널로서 자리를 잡아왔다.
이정훈 RTV 편성국장은 “지난 6년간 RTV가 시청자 방송 참여의 길을 터왔다는 점에서 안팎의 평가가 긍정적인데 방통위의 지원 중단은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방통위는 KTV 등을 생각하고 PP공모제를 이야기하는데, 해본 적도 없거니와 UCC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시청자 참여의 취지에 맞게 운영할 지 의문스럽다”며 우려를 표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주체들은 방통위의 PP공모제 시행 결정이 민주적 정책결정 절차도 훼손했다고 주장한다. 시청자의 방송 참여는 방송접근권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는데, PP공모제와 같은 중요한 정책 전환이 있을 경우 시민 제작자와 방송 전문가, 관련 학자 등의 의견을 수렴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지난 8월 위원회 보고 시점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책 설명이나 관련 주체와의 간담회도 갖지 않았다.
박채은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활동가는 “어제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주체 등이 기자회견을 한 후 겨우 12월 20일 이후 간담회를 약속받았다”며 “그나마 방통위가 성의를 갖고 제작 주체들과의 간담회를 준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제작 주체들은 방통위가 이같은 정책 전환을 가져가겠다면 차제에 방송법 70조를 개정해 위성방송사업자가 직접 시청자제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경우 지금까지처럼 시청자 참여 전문 채널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한다. PP공모제를 철회하라는 촉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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