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 일자리'를 둘러싼 미묘한 차이

중앙일보 "고용 창출의 보고"...LG경제연 "포화상태의 낮은 부가가치산업"

  중앙일보 2월 25일자 1면

2009년 한국의 화두는 단연 '일자리'다. 실업률은 늘고 일자리는 없다보니 '잡 쉐어링(일자리 나누기)'을 놓고 한쪽에선 노동시간을 줄여서, 다른 한쪽에선 임금을 삭감해 일자리를 늘이자는 해법을 내놓고 있다.

업종은 단연 '서비스업'을 주목한다. 지난해 제조업 일자리가 4만개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21만5천개 늘었다. 올 1월엔 더 심해져 제조업 일자리 12만7천개가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 1만3천개가 늘었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5일자 1면 톱기사로 "일자리, 제조업의 4배 서비스업에 답이 있다"며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의 보물상자로 추겨세웠다. 중앙일보는 경남 김해에 들어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광주 도척면 곤지암리조트 등 구체적 사례까지 들어가며 새로 문을 여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의 직영, 가맹점들의 '고용효과'를 기대했다.

중앙일보 말대로 하면 김해시 관광유통단지에 1만3천여명, 신세계 새 매장에 1만5천명,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는 SPC그룹에 3천5백명 등 총 5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LG경제연구소 보고서. "서비스 부문의 부가가치 창출이 높지 않아 향후 고용 흡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그런데 LG경제연구소는 이 기사가 나오기 열흘 전 서비스업을 놓고 이와는 다른 관점의 보고서를 내놨다. LG경제연구소는 지난달 15일 "서비스업 고용 흡수 여력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서비스업 고용 창출을 다소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취업자수 증감 추이. 최근의 고용 사정 악화는 특히 서비스업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출처: LG경제연구소]
윤상하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 보고서에서 "제조업에서 이탈하는 인력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온 서비스업 부문에서 취업자 수 증가율이 2007년 3/4분기 이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은 경기 변화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하기 반응하기 때문에 서비스업 고용이 최근 부진하다는 것이다.

현시기 경제위기 때문에 제조업의 고용 이탈 압력은 높지만 부가가치가 낮은 서비스업으로선 인력 흡수 여력이 낮다고 전망했다. 외환위기 땐 서비스업 부문에서 자영업 창업이 실업의 대안이 됐지만 자영업이 포화상태인 현재 조건에선 유력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전체 인구에서 자영업자의 비율이 10%도 안 되는 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20%를 넘기 때문에 서비스업이 주인 자영업은 이미 포화상태다.

이처럼 일견 정반대 입장인 듯한 <중앙일보> 기사와 LG경제연구소의 보고서는 안으로 들어가면 서로 대립되는 의견은 아니다.

<중앙일보>는 '서비스업 일자리'의 문제점으로 "선진국에 비해 도소매.음식업 같은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에 집중돼 있어 일자리의 질이 높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비중이 높은 영세 자영업에 자금을 지원해도 생명을 연장하는 것일 뿐"이라는 삼성경제연구소의 발언도 인용했다.

  제조업, 서비스업의 1인당 명목 부가가치 및 부가가치 배율 추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출처: LG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소도 '생산성도 낮으면서 고용 증가도 더딘'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운수업과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 증가에 대해 "서비스업의 대형화와 전문화"를 아쉬워했다. 중앙일보와 LG경제연구소 둘 다 현재 서비스업이 부가가치가 낮은 영세 자영업 중심이라는 한계를 인정한다. LG경제연구소는 이 점에 더 주목해 이런 식의 서비스업은 더 이상 일자리 창출의 기제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대형 유통업 활성화 등으로 서비스업의 산업구조를 바꾸면 일자리 창출 기대효과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비스업 일자리'를 기대하는 두 시각에서 <중앙일보>는 "일자리를 대거 창출할 수 있는 지식형 서비스산업 육성이 시급하다"고, LG경제연구소는 "적극적인 수요 급락 방지책과 확실한 내수 활성화 대책을 통해 고용 창출력을 높여야만 여타의 일자리 대책도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각각 결론내렸다.

둘 다 '제조업 고용대란'을 기정사실화하며 서비스업에서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제조업의 고용유지 노력과 서비스업 일자리 질의 상승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진 않았다. 중앙일보가 전국화된 체인망을 갖춘 대형 유통업을 중심으로 지식형 서비스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목을 매는 반면 LG경제연구소는 다소 소극적으로 서비스산업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소가 서비스업을 바라보는 시각차만큼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아무튼 '서비스업'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위기 극복의 효자산업이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