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용산구 복지행정

용산구청, 빈곤층 의료수급권 일방 변경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 사는 이 모 씨는 정부에서 의료비를 지원받는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다. 이 씨는 지난 6일 병원을 찾았다 자신이 2종 수급권자로 자격이 변경된 사실을 알았다. 뒤늦게 이 씨는 남영동주민센터를 찾아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용산구 남영동에서만 1종 수급권자 186세대 중 168세대가 2종으로 종별 변경된 후였다. 이 씨는 "주민센터에선 '근로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받아 오면 다시 (1종으로) 변경해주겠다'는 말만했다"고 하소연했다.

용산구가 지난 1일 관내 1종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을 아무런 통보 없이 2종으로 일괄 전환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의료급여제도는 국가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등 빈곤층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공공부조제도다. 1·2종 구분은 근로능력여부 및 질환의 중증도 등에 따라 결정되며 종별에 따라 의료보장 정도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1종 수급권자는 병원 입원 시 비급여 외 본인부담금이 면제되지만, 2종은 본인부담금의 15%를 내야 한다.

용산구청과 남영동주민센터는 이번 일괄 종별 변경은 보건복지가족부의 지침 변경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2009년도 의료급여사업 안내' 지침에 따르면 '근로무능력자'라는 의사 '소견'이 명시된 진단서를 받아야만 1종 수급권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 기존에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3개월 이상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한 사람들을 '근로무능력자'로 인정했다. '근로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기존 1종 수급권자들의 자격을 박탈했다는 것이다.

"용산구 수급권자 자격 일괄 변경, 실정법 위반"

그러나 이 같은 용산구의 조치에 인권단체들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빈곤사회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은 14일 오전 용산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범법 행위이자 행정을 빌미로 한 폭력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수급자격 복권을 요구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권자의 자격에 변동이 있을 경우 서면으로 그 이유를 명시해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구청은 수급권자 종별을 변경하며 서면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14일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주민센터 의료급여) 담당자가 미숙했는지 (변경) 통보가 안 이뤄진 것 같다"고 인정했다.

다만 올 초부터 일선 주민센터에선 1종 수급권자들에게 변경된 복지부 지침을 전화로 안내했다. 또 남영동의 경우 지난 달 27일 동내 1종 수급권자들에게 '2009년 의료급여사업 주요개정사항 안내'라는 공문을 보내 변경된 복지부 지침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2종으로 변경한다'는 통지는 물론 사후 통지도 없었다. 용산구청은 지침 변경 안내문만을 보내고 5일 뒤인 지난 1일, 남영동에서만 기존 1종 수급권자 중 90%가 넘는 168세대를 2종으로 일괄 전환했다.

인권단체들은 이에 대해 "만약 병원 수납창구에서 종별 변경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당사자들은 자신에게 일어난 생계의 유일한 방편인 수급 자격 변동 사실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용산구와 관할 주민센터들은 사과는커녕 '근로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된다'며 사후 약방문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용산구에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용산구 16개 동에 거주하는 1종 수급권자는 전체 2천214세대 2천576명에 달한다.

복지부 "용산구, 절차 상 문제 있다"

한편 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 관계자는 14일 '참세상'과 전화통화에서 '일선 기관에 1종 수급권자들을 2종으로 일괄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그랬으면 용산구뿐만 아니라 서울시 전체적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용산구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절차 상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용산구의 한 개 동에서만 168세대가 전환된 것과 관련해 "하더라도 적당히 해야하는 것 아니냐. 용산구의 이번 조치가 어떤 배경에서 진행됐는지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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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 기초생활보장 , 기초법 , 수급자 , 의료급여 , 용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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