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 내몰린 개성공단

정치 문제를 경제로 답하는 정부

북한이 15일 개성공단에서 남측에 제공했던 특혜의 무효를 선언했다.

북한은 남측에 제공한 특혜조치를 전면 개정, 시행할 것이고 남측기업과 관계자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하다"고 선언했다.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북한은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 정부가 져야 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정부가 6.15선언으로 대표되는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전면 부정하고 "극단적 대결정책으로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아넣어 개성공업지구사업의 기초를 허물어 버렸다는 게 북한 주장의 요지다.

개성공단의 안정적 운영여부는 남북관계를 가늠하는 척도다.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견제 또는 대립완충지대 역할을 해왔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남북관계도 극단적 대립으로 이어질 것은 당연하다. 복구의 과정도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삐걱거리기 시작한 개성공단은 이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北 "6.15부정하는 자들에게 혜택 줄 수 없다"

북한은 15일 통지문에서 토지임대값과 토지사용료, 노임, 각종 세금 등 관련법규와 계약을 무효화하고 "변화된 정세와 현실에 맞게" 이를 개정,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지문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변화된 정세와 현실'은 "북남선언의 근본정신인 '우리민족끼리' 이념을 부정"하고 "극단적인 대결정책으로 북남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것이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자발적으로 개방할 경우 국민소득 3천 달러 달성을 지원한다는 요체의 비핵개방3000을 주장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남북관계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북한은 2008년 3월 27일 남북교류협력협의사무소 상주 남측 당국자 11명 전원을 철수를 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같은 해 남측 당국과 기업체 상주인력 축소를 요구한 12.1조치도 내려졌다. 2009년 3월 9일부터 21일까지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기간 동안에는 세차례에 걸쳐 개성공단 육로통행 제한 조치가 취해졌다.

정부는 3월 북한의 로켓 발사를 둘러싼 공방이 오갈때도 호전적 언어를 숨기지 않았다. 미국에서 '우주발사체'로 로켓을 규정했지만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미사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4월 북한이 로켓을 발사는 유엔 안보리 제재로 이어졌고 정부는 한발 더 나가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량파괴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가입을 추진했다. 남북대립은 더욱 첨예해졌다.

결국 북한이 개성공단을 내세워 정부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대북정책의 전환이다. 그래서 개성공단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닌 정치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 정치문제를 경제로 답해

정부는 북한의 일방 선언에 같은 날 통일부 대변인 논평을 내고 "개성공단에서 나가도 좋다라고 한 것은 북한 스스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 매우 부책임한 처사"라고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관련 법규정들 및 계약들의 무효 선언을 즉각철회"하고 15일자에 이어 정부가 다시 제안하는 18일 당국간 실무회담에 조속히 호응해 나오기를 촉구했다. 그러나 성사여부는 낙관적이지 않다.

정부는 여전이 개성공단 둘러싼 논의를 경제적 차원에서 해석하고 있다. 경제적 차원을 넘는 당국자들의 문제해석은 확인하기 힘들다.

이번을 기회로 북한의 일방요구대로 할 수 없다는 "학습효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국자는 "개성공단 내에서는 북한의 법률에 따라야 하지만 수용자가 남측기업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뜻대로 관철할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과 세금 문제는 "개별기업이 선택하는 문제"고 정부는 입주기업의 의견 수렴과 "국민의 신변안전과 개성공단의 3통(통행, 통신, 통관) 등을 논의할 수 있을 뿐이라고" 역할에도 선을 그었다.

유씨 문제 해법에 대해서도 정부는 완강하다. 유씨를 석방하기 위해 개성공단 문제와 유씨 문제를 분리해 양갈래로 협상을 진행하라는 조언도 나오지만 정부는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유씨 문제가 개성공단의 본질적 문제로 "거래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통지문의 표현이 "실무접촉 결렬"이 아닌 "결렬의 위기"라 표현되어 있다는 점에서 접촉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개성 조치를 협상을 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은 반드시 남측과 접촉을 해야한다.

당국자는 "북한이 폐쇄까지 생각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공단다운 공단 하나 북한 땅에 있는 건데 쉽게 폐지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존립을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