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디 말입니다, 오반장님. 그 반에서 발행하는 학급신문(<뉴욕 타임즈>)을 보니까, 요즘 오반장님께서 매일같이 긴급임원회의를 여신다던데, 그 회의에서 주로 논의하는 것이 워찌카면 옆 학교에 있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알카에다와 탈레반 애들을 몰아낼 것인가 하는 거라믄서요? 반장님네 임원 중 한 명이 "파키스탄 상황이 갈수록 안 좋아지는디 워쩐디야. 요즘 임원회의 분위기가 말이 아니구먼"이라고 했다는 소리도 들리고 말입니다.
또, 지난주에는 아예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반장을 한꺼번에 교실로 불러들여서 제대로 하라고 단도리도 좀 치고 달래기도 했다는 얘기도 들었슴돠.
근디 마침 같은 날에 미합중국에서 보낸 선도부 애들이 아무 죄없는 아프가니스탄 학생들을 또 150명이나 마구 두들겨 패는 바람에 그 날 모임 분위기가 영 껄쩍지근 했다더만요, 쩝.
제가 오늘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도 바로 그 얘기를 좀 해야 쓰겄다 싶어서입니다. 그동안 미합중국이라는 반이 돈 많고 싸움 잘하기로 소문이 나긴 혔지만, 아~따 오반장님도 차암 오지랖도 넓습니다 그려. 아까 참에도 얘기혔다시피, 지금 그 반 애들 상황도 장난이 아니라서 신경써야할 데가 한 둘이 아닐텐디, 워쩌자고 옆 학교 일까지 일일이 간섭할라고 하십니까 그래.
게다가 아프간은, 그 뭐시기냐, 조 지부신가 하는 친구가 미합중국 전임 반장으로 있을 때 이미 선도부 아이들 여럿 보내서 난리를 쳐놓은 곳 아닙니까. 조반장이 보낸 애들 때문에 아프간은 말할 것도 없고 요 근래에는 파키스탄에 있는, 그냥 공부만 착실히 하던 학생들까지 아무 잘못도 없이 얼마나 험한 꼴을 많이 당했는지 오반장님도 잘 아시면서 도대체 왜들 그런다요? 왜 조반장하고 똑같이 놀려고 그려요, 답답해 죽겄네, 참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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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Latuff] |
물론 제가 이렇게 얘기하면 반장님께서는 "아니, 탈레반 애들이 아프간 뿐만 아니라 이제 파키스탄까지 접수할라고 하는데 그걸 그냥 지켜만 보라는겨? 그리고 갸들이 숨겨줬던 알카에다 애들이 8년 전에 우리 반에 쳐들어와서 교실을 완전히 아작 내버린 거 잊었어? 아직도 우리 애들은 그 때 얘기만 나오면 깜짝깜짝 놀래고 경기를 일으켜, 이거 왜 이래."하고 반박하시겄죠.
근디 오반장님은 이것을 아셔야 합니다. 지난 2월에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인 거예유. 물정 모르는 사람들은 지금 파키스탄이 탈레반한테 완전히 넘어가게 됐다고 난리가 났나본데, 그건 파키스탄 그 반을 잘 몰라서 하는 소리구먼유. 물론 최근 들어서 탈레반 애들 중 일부가 교실 한 구석으로 몰려와서 소란이 좀 일어나긴 했지만, 그건 그 쪽에 앉아 있던 학생들하고 탈레반 학생들이 예전에 파슈툰이라는 같은 반에 있었기 때문에 원체 서로 친한데다가 오반장님 반에서 보낸 선도부 애들이 계속 몰아세우니까 그 쪽으로 피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 아녀유. 게다가 그 친구들이 있는 '연방부족자치지역'이라는 데는 전체 파키스탄 교실 내에서 불과 얼마 되지도 않는데다가, 작년에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4분의 3이 넘는 학생들이 탈레반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했더만요.
무엇보다도, 미합중국 학생들은 흔히 파키스탄을 항상 혼란과 분열, 테러와 이슬람 극단주의의 온상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파키스탄 학생들의 절대 다수는 민주주의를 따르고 군사독재나 부패한 관료주의에 맞서 싸운 역사와 전통이 있다는 걸 오반장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이 말입니다. 왜, 작년만 하더라도 미합중국 조반장이 자기 꼬붕으로 그렇게 밀어주던 무샤라프 반장이 멋대로 임원들 쫓아내니까 반 학생들이 똘똘 뭉쳐서 임원들 다시 제자리에 앉히고 무반장을 쫓아내버린 거 오반장도 봤잖아여.
또, 아프간과 파키스탄을 그대로 놔둬불믄 알카에다 애들이 파키스탄에서 다시 뭉쳐갖고 미합중국을 비롯한 서구 학교 전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완전 개 풀 뜯어먹는 소링께 오반장도 그런 얘길랑 하덜 마셔유. 정 제 말이 납득이 안 되면, 오반장님 반에서 선도부장하는 로버트 게이츠라고 있죠? 그 친구한테 함 물어보셔요. 그 친구가 작년에 뭐라 그랬냐믄, "난 그렇게 생각 안혀. 왜냐믄 말여, 알카에다가 아프간에 있을 땐 다른 반이나 학교에 왔다갔다 함시롱 애들하고 연락도 주고받고 그랬거덩. 근디 인자는 아프간과 파키스탄 두 교실 사이에서 침 좀 뱉고 쌈질만 좀 할 뿐이지 예전처럼 그렇게는 못하거덩."
결론적으로, 오반장이 작년에 반장 선거하면서 애들한테 했던 약속, 즉 아프간과 파키스탄에 선도부 애들 왕창 더 보내서 탈레반과 알카에다 애들 싹쓸이해버리겠다는 약속은 굳이 안 지켜도 아무도 뭐라 안항께, 이참에 싹 잊어부라는 말씀을 저는 이 편지를 통해 드리고 싶네요.
글고, 마지막으로 하나만 덧붙이자믄,
오반장님 답답한 맘은 잘 알겄지만, 그렇지 않아도 비리비리하고 인기없는 우리반 반장 임영박헌티 자꾸 우리반 선도부 애들 보내라, 돈 보내라 이런 얘기는 허지 마셔유. 아, 그러게 쌈질을 안 하면 될 거 아녀, 안 하믄.
학교 돌아가는 꼴이 도통 맘에 안 드는
까밀로가
::글 _ 까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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