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또다시 점령군의 공습으로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9월 4일 아프가니스탄 북쪽에 위치한 쿤두즈 지역에서 나토 군의 공습으로 100여명이 사망했고, 그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사망자와 부상자의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지난 5월 미군의 공습으로 150여명의 민간인이 사망한 이후 4개월만의 일이다. 나토는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들이 탈레반 대원들이라고 주장했지만, 목격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지역 주민들이라고 증언하며 갑작스런 공습으로 인해 아수라장이 된 현장의 상황을 전했다.
이번 공습은 군수물자인 석유탱크를 이동 중이던 나토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석유탱크를 빼앗긴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일어났다. 석유탱크를 탈취한 탈레반 대원들은 쿤두즈 강 너머로 석유탱크를 옮기는 데 실패하자 밸브를 열어둔 채 석유탱크를 강가에 버리고 떠났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근처 오마르 케일 마을 사람들은 석유를 담을 수 있는 용기를 들고 석유탱크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곧 석유탱크의 위치를 찾아낸 나토는 석유를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에게 공습을 퍼부었다. 그들은 수백 명의 목숨보다 석유탱크 두 개가 더 중요했다. 기왕 빼앗긴 것이니 공습의 빌미로라도 이용해야 했던 것이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려지는 국가에서 온 점령군들의 잔인함과 비인간적인 면모는 그들을 과연 희생자들과 같은 인간의 범주에 두어야 할지 망설이게 한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며 탈레반 정권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정권이라며 선전했다.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인들에게 점령군은 또 다른 탈레반일 뿐이다.
그럴수록 점령군은 전쟁의 수렁에 더욱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무차별적인 폭력 앞에 분노하고 저항한다. 그 폭력이 나와 내 주변으로 가까워질수록 더 그렇다. 점령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령군에 의한 죽음이 많아질수록 점령에 반하는 저항의 힘이 거세짐이 이를 증명한다. 오바마 미 행정부가 올해 초 2만 1천명의 병력을 추가로 파병하고, 나토군도 추가 파병의 움직임에 동참했으나, 저항세력의 공격은 보란 듯이 수도 카불의 중심으로 깊숙이, 그리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인식되었던 아프간 북부 지역으로 점차 확대되어왔다. 대선을 이틀 앞두고 있던 8월 18일에는 대통령 궁이 공격을 받았고, 9월 8일에는 카불 국제공항이 공격을 받았다. 카불 국제공항은 민간공항이자 군사공항으로 이용되는 곳으로 조만간 나토군 사령부가 이전할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보도되는 점령군 사망자 숫자의 기록 갱신. 2009년 8월은 지난 8년간의 아프간 점령 동안 가장 많은 점령군이 저항공격에 사망한 달로 기록되었다.
그럼에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끌고 있는 미국은 전쟁과 점령을 더 장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병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는 현재 약 10만 명에 달하는 미군과 나토 군이 주둔하고 있고, 민간군사업체 직원 7만 4천명이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고 경호와 전쟁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가니스탄 미군 사령관들은 미군의 숫자를 지금보다 최대 4만 명 늘려 주둔미군의 숫자를 1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해야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이 추가 파병을 결정하면 나토도 추가 파병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나토는 올해 초 미국의 요청으로 5천명을 추가 파병했고, 8월 선거 전에는 선거를 이유로 1만 명을 더 파병했다.
이라크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나토는 ‘제 3의 베트남’이라고 불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수렁에 빠졌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질 뿐이다. 아무리 많은 병력과 최신식 무기로 무장한들 그들은 아프가니스탄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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