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끝 안 보이는 노동자 죽이기

근로기준법 개정에서 공무원 탄압까지

2009년 정부의 노동운동 탄압은 전초전이었다. 친재벌 기조를 유지한 MB가 지금 기세로 노동운동을 몰아가면 정권 말까지 어떤 법을 가지고 어떻게 노동운동을 몰아붙일지 끝이 안 보인다.

작년 초 노동부는 건설노조와 운수노조의 특수고용직 노동자성을 문제 삼아 노조설립 취소 위협으로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노동운동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시작된 민주노총 흔들기는 공공기관 단체협약 해지와 공기업 노조를 선두로 한 민주노총 탈퇴분위기로 이어졌다.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고통분담도 2009년을 장식했다. 한국노총이 나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대타협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했지만 한국노총조차 정부가 임금삭감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했다. 고 박종태 씨가 목을 매 숨졌을 때도 정부는 성난 노동자들과 협상을 추진하기보다는 강경 진압으로 노동조합을 밀어붙였다. 쌍용차 사태에서도 강경일변도로 노동자를 밀어붙였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화와 타협을 외치던 정부는 유독 노동자와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했다.

법제도를 통한 노동자 옥죄기도 만만치 않았다. 작년 7월 비정규직 해고를 막는다며 현직 노동부 장관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한 100만 해고설은 과장된 분석으로 드러났지만 정부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기간제한 2년 연장이라는 비정규직법 개정 드라이브는 말은 ‘비정규직 해고 막기’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기업의 싼 노동력 유지였다. 연말엔 복수노조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통해 노동조합과 회사의 자율 협상의 토대를 모두 막았다.


법제도 개악과 물리적 탄압 동시에

이런 정부의 ‘반노동 비타협 강경모드’는 2010년에 더욱 거세졌다. 정부는 한 축으론 법제도 개악을 시도하고 다른 축으로는 공안기관을 중심으로 물리적 탄압을 개시했다.

우선 한나라당은 새해 벽두부터 노조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해 노동조합의 기틀부터 완전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작년에 무수한 논란 속에 법 개정이 무산되고 예정대로 시행됐던 비정규직법을 또 개정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27일 자 동아일보는 ‘당정이 비정규직법 개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작년에도 정확한 통계도 없이 해고 대란으로 부풀려졌던 ‘2년 이상 기간제 노동자 해고자 속출’이 올해도 명분이 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2010년 과제로 나왔다. 법제처가 26일 국무회의에서 보고한 2010년 정부 입법계획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담겨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을 통한 근로시간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시장 유연화로 이어진다. 민주노총은 노동시장 유연화가 불안정한 일자리를 만들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직업안정법은 전부 개정해 고용서비스촉진법으로 명칭을 바꾼다음 직업소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다. 민간과 공공 고용서비스의 역할 분담을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고용서비스의 민간위탁 대상, 절차 등 제도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용서비스촉진법도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않는 것처럼 고용서비스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이 아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는 “고용지원서비스 시장을 키워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야심 찬 정책은 다만 노동자들을 더 불안정하게 하고 더 착취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철폐연대는 “고용은 더 불안정해 질 수밖에 없고, 다단계 공급 구조가 늘어나 착취는 3중, 4중으로 벌어질 것이며, 업체를 통한 취업(간접고용) 자체가 일반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쌍용차 노조엔 본보기, 공무원 교사엔 수사 확대

이렇게 한편으론 법과 제도를 고치면서 다른 한편엔 노조에 대한 노골적인 물리적 탄압의 수위도 높였다.

우선 검찰은 쌍용차 점거농성을 주도한 노조 간부들에겐 6년과 4-5년을 주로 구형했다. 쌍용차 노조는 정리해고 만은 막자며 다양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작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했던 노사민정 대타협 모델처럼 노조는 많은 양보를 했지만 정부는 강경일변도였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는 노사협상이 원만한 타협으로 가는데 걸림돌이었다. 이렇게 정부의 방침과 다르지 않은 주장을 통한 방어적인 투쟁을 두고 최대의 구형량을 내린 것은 구조조정 반대투쟁에 대한 본보기라는 것이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2008년 촛불시위 이후 공안몰이를 해온 검찰의 무리한 공소권 남용이 도마 위에 올라왔지만, 검찰은 MB의 의지를 업고 노동탄압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대대적인 공안태풍으로 될 조짐마저 보인다.

경찰은 25일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특정 정당 당원으로 가입해 매월 일정 금액을 정당 계좌로 납부해 온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서울영등포경찰서는 수사대상자인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소속 조합원 290여 명 가운데 1차로 노조 전임자 69명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출석 요구서를 발송했다고 나머지 대상자에 대해서도 차례로 소환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대검찰청은 이번 사건을 중대사안으로 판단하고 일선 검찰과 경찰에 엄정대응을 지시했다. 수사 확대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밝힌 대상자는 290여명 이었지만 공안당국이 작정하고 수사를 확대하면 그 파장이 어디까지 가서 어떻게 노동운동과 진보운동을 옥죌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다.

친기업적인 MB정부가 올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노사관계 안정화라는 사실도 노동운동 탄압은 충분히 예상되는 지점이다.

구체적으로는 파업이 잦은 회사와 기관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노사 갈등 예방활동을 벌이는 노사정책 추진 전략이 있다. 19일 청와대와 노동부는 파업 시 파급효과가 큰 사업장 15곳을 중점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집중 관리하는 내용의 노사정책 추진 전략을 수립했다. 이 전략에 따라 정부는 현대차, 기아차, GM대우, 금호타이어, 코레일, 발전 5개사 등 15개사를 집중관리 사업장으로 선정한다. 선정된 사업장에 대해선 수시로 노사 현안을 확인하고 불법 파업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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