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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삼성전자] |
삼성전자가 기자들을 상대로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그동안 반도체 생산라인 노동환경 의혹에 대해 사실상 전면 부정했다.
15일 오전 10시부터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진행된 설명회는 언론사당 한 명의 기자만 취재가 허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80여명의 기자들이 참석, 열띤 질의응답이 오갔다.
이날 설명회는 공식적으로 1995년 기흥공장 소속 생산직 여성 노동자가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포함해 22명의 백혈병, 림프종을 비롯한 조혈계 암 환자 발생, 10명의 사망사건이 있은 뒤 삼성측에서 15여년 만에 최초로 갖는 행사이다. 또한 삼성측이 공식적으로 피해자들의 수를 거론한 것도 처음이며, 일부 라인 공개 역시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삼성측은 반도체 5라인 근무경험자 정애정 씨와 피해 유가족 추천전문가 당일 참석 주장에 대해서는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담당인 조수인 사장은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유족측이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천하면 컨소시엄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유족에 대한 생산라인 공개는 “적당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으로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날 삼성측은 반도체공장의 노동환경과 백혈병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자 여러 가지 계획들을 발표했다. 그동안 실시된 두 차례의 역학조사와 컨설팅을 통해서도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며 국내외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 학술 단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 사장은 컨소시엄에 대해 “시민단체가 공신력 있는 기관을 추천한다면 이를 수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재조사의 구체적인 시기와 일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직원들의 ‘보건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루기 위해 ‘삼성전자 건강연구소’를 출범하겠다고 소개했다.
삼성측의 이같은 행동은 지난 3월 31일 박지연 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한 뒤 삼성반도체 노동환경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자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등 시민사회단체는 몇 년 전부터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며 백혈병 및 림프종을 비롯한 조혈계 암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백혈병, 암 발병률에 관심 없다?
그러나 의혹을 불식시키겠다는 삼성측은 과거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발생한 사회적인 문제를 전면 부정하면서 향후 계획만 발표, 과거는 덮자는 식의 태도를 취했다.
향후 해결방안과 관련해 삼성측은 “(삼성반도체)의 근무환경에서 근무자가 암에 걸릴 확률은 전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느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리스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백혈병, 림프종을 비롯한 조혈계 암) 발병률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리스크가 뭔지, 개선할 게 뭔지가 중요하다. 제3기관 조사까지 말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다.”말해 반도체 생산라인 피해자들을 사실상 외면했다.
故박지연 씨의 사망을 언급하며 ‘소중한 직원이 목숨을 잃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는 삼성측이지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과거 자료에 대해서는 공개 여부에 답변하지 않거나 역학조사결과, 3차례에 걸친 자체조사 결과 등 결과적으로 삼성측에 유리한 자료를 유독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2009년 국정감사때 백혈병 유발물질인 벤젠이 나왔다는 서울대 ‘산업보건 위험성 평가’ 조사 결과는 전부 공개되고 있지 않고 있다.
삼성측은 이 자료의 공개 여부에 답변하지 않으며 “1차 조사에서 검출된 방사선은 자연상태에서 나오는 방사선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2차 조사에서도 작업환경과 사망률간의 통계적 유의성이 없다고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벤젠이 검출되었다는 조사 결과 역시 대기 중이 아닌 시료에 일부 함유되었다는 것으로 우리가 따로 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벤젠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공개되지 않는 자료는 기업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반도체 업체별 주요화학물질 취급현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현황, 백혈병 발생현황 등 한국 반도체 산업체 총 13개에 대한 정보가 망라되어 있는 노동부의 ‘일제조사 결과’이다. 정운찬 국무총리 역시 지난 4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비판에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추진되지 않고 있다.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병에 걸려 숨진 故황유미 씨의 근무환경과 관련해 삼성측은 “황 씨가 작업하던 3개의 수조에는 각각 과산화수소, 불산 및 불화암모늄, 초순수물만이 담겨 있어 발암물질은 없었다”며 “안전담당 관리자의 감독 아래 작업복과 보안경, PVC장갑 등을 필수적으로 착용하게 되어 있었다.”고 말해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돌리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여성 노동자들이 생리 불순이나 탈모 등이 많다는 의혹과 관련 실태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질문에 “산업안전공단의 2차 역학조사 당시 암질환 통계분석에서 여성 근무자는 보통 사람과 동등한 수준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며 지적을 피해가기도 했다.
제보자와 노동자들의 증언으로 확인된 안전장치 설비인 인터락 해제와 관련해서도 삼성 측은 인터락을 해제하고 작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반도체공장 피해 노동자들은 과도한 작업물량과 안전불감증으로 인터락을 해제하는 일은 현장에서 종종 발생했다고 증언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일 삼성측은 인터락 해제 문제와 생산성과는 연관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독성이 있는 화학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TCE)에 대해서는 1995년까지 사용했다고 인정했지만 이로 인해 향후 발생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삼성측은 답변을 피해갔다. 그러나 ‘장갑을 끼지 않은 상태에서 TCE를 면봉에 묻혀 작업했다’는 김옥이 씨는 1991년 1월 삼성반도체에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해 2005년 백혈병 진단, 책임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방진복 입어보기 행사로 전락
기흥공장 5라인, S라인이 공개되었지만 이조차 6명씩 조를 나눠 30여 분간 진행, 방진복을 입어보고 시설을 살펴보는 정도의 ‘산업견학’ 성격을 넘지 못했다. ‘눈 깜박이는 것조차 먼지가 발생할까봐 현장에서 조심한다’는 반도체 노동자들이 기자들의 방진복, 마스크, 장갑을 매만져줄 뿐 대화조차 나누기 어려웠다.
각 종 사고가 빈번했던 곳으로 알려진 1~3라인의 서비스AREA 구역 공개 요구도 쉽사리 허락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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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라인, S라인 공개는 요식행위 끝났다. [출처: 삼성전자] |
공개된 5라인은 1993년에 세워져 폐쇄된 1~3라인과 삼성LED로 이전된 4라인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된 라인으로 각종 센서에 쓰이는 200㎜ 웨이퍼를 생산한다. S라인은 2000년대에 세워진 최신식 라인으로 300㎜ 웨이퍼를 생산한다.
그러나 백혈병 등 암 피해 노동자들이 집중되어 있는 기존 1~3라인은 이미 폐쇄되었다. 5라인, S라인도 자동화 설비도입 등 새롭게 바뀐 것이 많다고 제기되고 있다. 백혈병 피해자들은 이 라인 조차 실제 일하던 현장과 180도 다른 모습이라며 “논란이 되어온 작업환경과 전혀 다른 현장을 공개함으로써 백혈병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공정라인과 발병한 노동자들이 근무한 라인의 근무환경이 같을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당일 삼성측은 5라인의 시설은 대부분 18여 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고 말할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자 일부 기자들은 “피해자나 피해자가 지명한 전문가가 안 들어오는 상황에서 5라인을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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