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추락한 '롤 경사로', 당분간 타라?

장애인이동권연대 '또 목숨 걸고 타라는 거냐?' 개탄

  27일 늦은 2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과 한국철도공사 담당자가 전장연 사무실에서 만났다. [출처: 비마이너]

지난 25일 동대구역에서 롤 경사로를 이용해 무궁화호(RDC) 열차에 오르던 장애인이 추락한 사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 측이 '사고가 날 줄 몰랐다'며 KTX 정차역은 연말까지 '유럽식 리프트'를 도입하고 전체 역에 대해서는 연차적으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이미 사고가 발생한 롤 경사로를 당분간 이용하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즉각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27일 늦은 2시 장애인이동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소속 활동가들과 한국철도공사 이천세 여객사업 본부장, 김태형 여객본부 영업설비팀장, 정진태 고속차량팀장 등이 전장연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은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5개 단체가 한국철도공사가 지난 3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KTX 산천, 무궁화동차 등에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한국철도공사에 면담을 요청해 이뤄진 것. 이들은 지난 23일 서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공사에 ▲장애인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안전인력 확보 ▲관할 모든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등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시설 즉각 개선 ▲누리로 호와 KTX 산천(신형 KTX)의 위험한 탑승설비 즉각 개선 및 안전 설비 마련 문제 등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하지만 면담을 코앞에 두고 동대구역에서 롤 경사로 사고가 발생해 면담 분위기는 엄했다.

먼저 장애인이동권연대 최강민 활동가가 "KTX 개통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고 이후 지속적인 면담을 요청했으나 장애인단체들에게 어떤 자문도 구하지 않고 진행되고 있어 실제로 신형 KTX에 (장애인이 혼자서) 탈 수가 없으며, 개조된 무궁화호 열차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며 유감을 표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지난 23일 장애인단체 측이 제시한 물음에 하나씩 답을 하며 면담을 이어갔다.

  김태형 여객본부 영업설비팀장 [출처: 비마이너]


▲장애인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안전인력 확보 문제 = 김태형 여객본부 영업설비팀장은 안전인력 확보에 대해 "전국 184개 역에 안내직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공익요원도 활용해서 장애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라면서 "문제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개선하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무인역의 경우 "경영상태를 고려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승무원에게 연락하면 직원을 보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최강민 활동가가 "무인역사의 경우 연락하면 승무원이 온다고 작년에도 약속했지만 오늘도 다시 확인해보니 안 된다고 답했다"라고 반박하자 김 팀장은 "철도청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왔는데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돌아가 책임지고 각 역에 공문을 내려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엘리베이터 설치 등 편의시설 개선 문제 =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과 관련해서 김 팀장은 "신축할 경우에는 (장애인들의) 의견 전체를 반영할 것이며, 개량하는 곳도 부분 반영토록 할 것"이라면서 "연차적으로 장애인 화장실 남녀구분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만 해도 42개 역에 엘리베이터 150여 개를 설치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장애인 남녀 화장실 구분은 하나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역은 헐어내고 다시 지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양해를 부탁한다"라고 전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KTX 산천의 카페테리아를 이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자, 이천세 본부장은 "승무원 도움을 요청할 것"을 권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성남 사무총장은 "장애인은 커피 한 잔 마시는 데도 승무원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느냐"라며 한탄했다.

장애인 활동가들이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에 비용부담을 이야기하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 차별이라고 지적하자 김 팀장은 "KTX가 하루에 181회 다니는데 하루 20명의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고, 작은 역은 일 년에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을 수 있는데 거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팀장은 "연간 6,000억씩 적자 나는 기업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며, 우리도 노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롤 경사로 등 위험한 탑승 설비 개선 문제 = 김태형 팀장은 탑승설비 개선 문제와 관련해 "독일 ICE하고 프랑스 TGV에서 사용하는 리프트를 도입할 것"이나 "한 대당 800~1,000만 원이 들기 때문에 현재 KTX 정차역에 사용하는 52개 탑승 설비를 연차적으로 바꾸고, KTX 신설 역에는 연말 개통하기 전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가들이 유럽식 리프트 설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달라고 요구하자 이천세 여객사업 본부장은 "KTX 산천 경사로에 문제가 생길 줄 몰랐다"라면서 "재검토해서 앞으로 나올 차는 물론이며, 현재의 차량도 검토 후 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 본부장은 "현장실사를 통해 문제를 밝혀 장기 개선 대책을 수립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장비를 도입하고, 도입 이전에는 현재 설비를 보강하고, 인력을 늘려 안전하게 이용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KTX가 정차하는 역은 연내까지 교체하고, 나머지 역에 대해서는 연차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 전장연 정은주 활동가, 전장연 조성남 사무총장 [출처: 비마이너]

이에 조성남 사무총장이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문제"라면서 "사고가 난 롤 경사로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고 강하게 항의했으나, 철도공사 측은 발주 소요기간 및 입찰 문제 등을 들며 롤 경사로 폐기 후 당장 대체 할 수 있는 설비가 없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연말까지만 그렇게(기존 설비 보강 및 안전요원 늘리는 방안) 가 달라"라면서 "KTX산천이 몇 번 안 움직이니까 급하지 않으면 다음 차(기존 KTX)를 이용할 것"을 권하자 장애인단체 대표들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분노했다. 최강민 활동가는 유럽식 리프트 도입은 KTX 개통 때도 약속한 바 있다고 지적하며 "뼈에 장애가 있는 경우 추락하면 생명이 위험하다"며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국철도공사를 질타했다.

(사)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배융호 사무총장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을 준수하지 않았고, 제작과정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천세 본부장은 "금년도 들어온 차량이 4년 전에 발주를 해온 차량인데 4년 전의 법은 경사로(각도)가 12도가 맞다"라고 답했다. 배 사무총장은 "경사 각도 12도는 휠체어를 타고 최대 속도로 목숨을 걸고 올라갔을 때 이야기지 이것에 맞춰 열차를 만드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 반박했다.

정진태 고속차량팀장은 "차량 실내는 장애인이 검증했으나 제작할 때는 플랫폼하고 관계가 정립이 안 되어서 이동경사로에 대한 검증을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정 팀장은 "유럽형 리프트는 KTX 산천뿐 아니라 다른 차량에 대해서도 높이에 맞춰 사용 가능하다"라면서 "졸속으로 만들면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개발 과정에 장애인과 함께해 보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롤 경사로 등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 현장 실사를 한 뒤 5월 14일까지 문제 해결을 위한 계획서를 작성해 장애인단체들에 보내기로 했다. 또한 장애인 단체들이 동대구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추락사고와 관련해 언론을 통한 공식적인 사과를 요청하자, 한국철도공사 측은 난감해하며 협의 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장애인 단체들은 "5월 14일 구체적인 시정 계획에 대한 공문을 관심을 두고 지켜볼 것이며 그것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장애인 및 인권 단체가 모여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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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리프트 , 동대구역 , 롤경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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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햇살이

    비장애인의 안전을 생각하는것처럼, 장애인인 안전도 생각하고 책임지길 바랍니다!

  • 홍재희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비장애인의 사고에는 호들갑을 떠면서 이럴 수 없네요. 장애인의 안전에 더욱 책임과 안전 그리고 사랑이 담긴 시설을 바랍니다.

  • 개지라

    비장애인의 안전도 생각하지 않는 사회인데, 장애인 안전까지 생각해주길 바라는게 지나치겠지.

    비장애인의 안전을 그렇게 생각했다면, 사고로 장애인이 된 경우가 거의 없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