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색 5월을 지난 역사로 치부하지 맙시다

한상균 쌍용자동차 전 지부장의 편지

작은 감옥에서 큰 감옥의 동지들을 불러봅니다.

일상적 연대와 단결을 온 몸으로 실천하지 않으면 자기들 밥그릇만 지키려는 오만과 독선의 권력에 짓밟혀 이 시대 이 땅의 노동자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서 벋어날 수가 없습니다.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하기에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피눈물을 흘리면서 결사항전을 선언한지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고통 없이 살아가는 이 땅의 노동자는 단 한명도 없다지만 뼛속까지 짓이겨진 5200조합원 동지들의 투쟁, 갈등, 패배와 끝도 없는 탄압의 역사를 지울 수도, 지워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울림이 멈춰버린 처절한 절규로만 기억되지 않아야 하기에 “해고는 살인이다” 외쳤던 연두색 5월을 맞아 다시금 현장복귀, 민주노조 사수를 피눈물로 쓰고, 심장으로 외쳐봅니다.

동지여러분!
청춘을 다 바친 공장에서 쫓겨난 늙은 노동자는 살을 에는 갯바람과 벗이 되어 현대제철 공사판에서 겨울을 보내셨다고요. 수십 군데 이력서를 냈어도 갈 곳이 없어서 대리운전, 자장면배달, 도시락배달, 이삿짐 보조 등 닥치는 대로 일해서 가장의 책임을 조금이나 하셨다고요. 투쟁의 구심을 찾기 위해 공동체 사업으로 한성카센터를 차리셨다고요. 지금도 소주 없이는 환청에 시달려 잠을 이루지 못하신 다구요. 불나비를 불러주며 힘내자 하셨던 차고병 동지, 잔인하게 진압당해 휠체어에 의지하는 최성국 동지, 앞니가 다 빠진 김종연 동지 아직도 쾌차하지 못하셨다고요.

죄송합니다. 미안하고 한 없이 미안합니다. 힘든 남편의 고통을 기꺼이 동행하는 우리의 아내,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몇 발짝씩 앞서가는 동지가 되어 있더군요. 손가락에는 반지 대신 반창고가 감겨 있고, 재판장 모퉁이에 서서 야만의 세상을 저미고 남을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가장이자 동지가 되어준 연두색 가대위 동지님이시여, 정밀 미안합니다.

동지들과 투쟁도, 고통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찾아오신 공장안 동지들! 상처를 함께 치유하자는 마음에 감사합니다. 인면수심의 탄압을 막아내기 위해 전국에서 달려와 함께 했고, 그 함성은 지금도 쌍용차 조합원의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더 뜨거운 연대로 함께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했었습니다.


동지여러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 모두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쌍용차 전체 노동자의 상처는 용서, 포용, 배려 속에서 실천적 단결을 적극적으로 모아낼 때 치유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외로울 때마다 하얀 벽에 동지들의 함성을 그려봅니다. 견결한 눈빛까지 함성에 실려 오기에 외롭지 않습니다. 동지들도 힘들고 지칠 때면 망설이지 말고 피보다 진한 동지의 따뜻한 손을 잡으세요. 혼자가 아니라는 행복감에 여유와 충전의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동지여러분!
해고자는 일회용품이니까, 버리는 것은 당연하고 민주노총 깃발까지 부러뜨리면서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고, 승리자라며 동지들의 피맛을 즐겼던 자들, 1년 동안 무엇을 했습니까.

2500억 긴급수혈, c-200 조기 출시만이 정상화의 유일한 돌파구라며 긴박한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대출거부 및 c-200 개발포기까지 강요당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어떤 놈하나 무어라 말하는 꼴도 안 보입니다. 고용이 국정 제1과제라고 떠드는 자들은 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투자가 안 되어서 문제가 된 회사를 또 다시 2년씩이나, 아니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연구개발비마저 대출해주지 않겠다니 이것은 깡용자동차 고사작전일 뿐입니다. 사측 대표는 공장 안과 밖, 협력사, 평택시민, 전 국민을 더 이상 기만하지 말고, 왜! c-200이 오토, 스틱으로 기형적으로 개발되고 개발비는 왜! 국책은행이 차단하는지 상세히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날조되고 약탈된 c-200 및 체어맨w 기술이전 계약파기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밝혀야 할 것입니다.

조합원 동지들. 패배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치부도 숨기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상하이차 4년, 그들은 쌍용차 대표를 기술연구소 소장으로 교체한 후 대놓고 구들장까지 다 빼가는 것을 알면서도 침묵 및 방관자로 있었습니다.
(중략)
회사측 대표가 부인한 기술유출을 결국은 산업은행이 밝히면서 알게 되었고, 뒤늦게 사측은 c-200의 약탈계약 및 해외 판권 문제까지도 시인했던 것입니다. 정부까지 나서서 비호해주고 있는 상하이차, 집행부, 활동가, 전 조합원이 사전에 단죄했더라면 호미로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야 반성하다니 씁쓸합니다.

파업관련 부족했던 점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립니다.
첫째, 정리해고 강행시 해고대상자는 선 상처를 치유하며 외부에 맞서 소위 산자가 공장내 점거파업을 진행할 것을 사전 결의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둘째, 전면 파업을 결의하면서 전 조합원 특별투쟁기금을 결의하지 못했습니다. 즉각적인 총파업을 강력히 주장했던 대의원 동지들이 왜! 단결을 모으자는 기금결의는 적극적으로 반대했는지 지금도 이해할 수 없고, 그렇다 치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을 전 조합원에게 직접 소통하고 총회를 묻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셋째, 국민의 70%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여론을 유지하지 못했던 점이 강경진압의 빌미가 되었던 것입니다.
넷째,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에 공장을 나섰지만 조합원을 먼저 내보내고 지도부 아니 지부장이라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점을 어쩐 말로도 변명할 수 없으며, 고통 받고 있는 모든 동지들께 진 죄값을 치르는 죄인의 심정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조합원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의견도 가슴으로 함께 하지 못한 점도 죄송스럽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여!
탄압의 역사 속에 노동자로 살고 있지만 1년이 지난 연두색 5월을 지난 역사로 치부하지 맙시다. 조치원 역 앞에는 세종시 찬성과 반대의 깃발이 광장을 갈라놓고 민심을 호도하고 있듯이 MB 정권의 국책사업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영혼까지 갈라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쌍용차 노사관계로 포장된 MB정권의 민주노조 말살 생체실험은 해고자를 한 번 더 죽이는 부관참시까지 진행하는 브레이크까지 없는 질주만 계소되고 있습니다. 전멸을 시키겠다는 끝장탄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만한 권력과 회사를 망쳐 논 경영자의 탄압은 무섭지 않습니다. 다만 이삽십년씩 형님동생하면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를 함께 불렀던 동지들이 찌르는 비수는 섬뜩해서 자괴감에 빠지게 합니다.

전 조합원의 덧난 상처를 전 조합원의 힘으로 치유합시다. 노동자는 하나다는 평범함을 반드시 연두색 5월에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동지들 힘내십시오. 무한히 사랑합니다.
동지를 부를 수 있어 한없이 행복합니다.

2010년 5월 평택구치소 한상균
(기사제휴=미디어충청)
덧붙이는 말

한상균 금속노조 상용자동차지부 전 지부장은 쌍용차 77일 파업투쟁으로 현재 수원구치소에 수감중이며, 이 편지는 매각 추진을 앞둔 5월 초에 쓰여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