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미 경기 둔화 공식화...국채 매입에 재투자 결정

제로금리 유지...출구전략은 요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만기를 맞는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원금을 장기 국채에 재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경기둔화 공식언급

FOMC는 성명에서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수집된 정보들은 최근 수개월동안 생산과 고용의 회복 속도가 둔화했음을 보여 준다”며 미국 경기둔화를 공식적으로 언급, 이를 기정사실화 했다.

회복속도 또한,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는 당분간은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공산이 크다” 고 밝혀 경기침체를 벗어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았다.

지난 6월 열린 FOMC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에서 경기회복이 모멘텀을 잃고 있다는 징후가 확대되고 있다. 얼마전 발표된 7월 미국 비농업 부문 고용자수는 2개월 연속으로 감소했고, 이 때문에 민간부문 고용자수도 소폭증가에 그쳤다. 노동부 고용통계에서는 실업률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나 있고, 소비성향조사에서 미 국민이 당분간 개인소비를 확대한다는 기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제로금리 정책 유지하기로

FRB는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의 유도 목표를 0~0.25%에 묶어 매우 낮은 수준의 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목표치는 2008년 12월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실업률과 낮은 인플레이션, 안정된 인플레이션 기대는 “기준금리가 계속해서 상당기간 예외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도록 정당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이 문구는 2009년 3월 이후 매 성명에서 사용되고 있다.

결국 FRB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장기간 동결함에 따라 미국의 출구전략은 요원한 상태가 되었다.

MBS 아닌 장기 국채에 재투자

한편, 이번 FOMC에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집중적으로 구입했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이 원금을 회수하여 미국 장기국채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FOMC는 정부 채권 및 MBS의 원금 상환분을 국채에 재투자함으로써 FRB 증권보유액을 현재수준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MBS 재투자 결정은 일종의 경기부양책의 의미를 띠기 때문에 미국 현지에서는 얼마 전까지 출구전략에 대해 협의했던 FRB로서는 정책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이다.

FRB는 2~10년 만기 국채에 재투자하여 국내 증권 보유액을 2조 540억 달러 정도로 유지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FRB가 보유하는 MBS 및 정부기관 채권은 매년 어느 정도 규모로 만기를 맞는가를 놓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000억~1500억 달러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이것은 소액은 아니지만, 경기에 큰 자극이 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가에서는 MBS 상환 자금이 미 국채보다도 다시 MBS에 투자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일으킨 장본인들에게 긴급수혈된 자금을 다시 투자하는 것에 대한 여론의 반발도 무시 못했다.

재투자 대상으로 MBS 대신 국채를 선택한 것은 특정 분야를 지원하는 정책에 반대 해왔던 더 매파적인 FRB 관계자의 입장을 감안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지적했다.

또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함으로써 미 경제 회복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지적도 존재한다.

불안한 선택

이번 FOMC의 결정은 FRB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거나 확대하지 않고 일단 현 상태를 유지하자는 것을 의미한다.

FOMC 성명은 미국 경제에 대한 생산과 고용 회복 속도가 “지난 몇 달 동안에 감속했다(has slowed)”며 한층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6월 마지막 회의에서는 경제 회복이 “전진한다(proceeding)”라고 했다.

또한, 성명은 “생산과 고용의 회복 속도는이 수개월에 감속했다”며 “앞으로도 경제 전망과 금융 시장을 지켜보며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촉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책 수단을 도입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FRB 고위 관계자의 일부는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일본과 같은 디플레이션 환경에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는 수개월 이내에 FRB는 더욱 과감한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고, 이미 끝난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산 추가 매입을 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낮고 안정적이라 보기 때문에 경기 악화가 진행되거나 더블 딥이 본격화 된다면 공격적인 자산매입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자산을 추가 매입하려면 추가로 지폐발행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당장 정부가 안고 있는 막대한 재정 적자를 화폐화 한다는 비판에 노출된다. 이것은 곧바로 미국 정부의 재정악화로 드러나게 되는 바, 이런 정책 수단이 어떤 효과를 낳게 될지 미국으로서는 어려운 판단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