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지킴이’라 불리는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 씨가 서울 동소문동 한옥을 지켜냈다. 이곳이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2년 반 동안 소송을 진행해 재개발 중단 판결을 얻어낸 것. 그는 42년 전 한국에 들어와, 40년간 한옥 생활을 하며 한옥의 매력에 빠져있었다.
바돌로뮤 씨는 무엇보다 자연친화적인 한옥이 매력적이라 했다. SBS 라디오 <서두원의 SBS전망대>에 출연한 그는 “한옥은 흙, 돌, 기와, 종이 등의 자연자재로 만들어져 인간적인 집”이라면서 “아름다운 미닫이 문살과 기둥 등 어딜 봐도 미술, 예술, 공예 같고,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한옥이 손이 많이 가고, 수리비가 많이 들어간다는 보편적인 생각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제가 한옥 생활이 40년이 넘었고, 2,30년 마다 한 번 수리하는데 다른 콘크리트 단독 주택보다 절대로 수리 관리비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바돌로뮤 씨는 1968년에 입국해 강릉에 4년 이상 살다가 73년도에 서울로 이사했다. 그 당시 10개월간 여의도 시범아파트에 살기도 했지만, 너무 답답해서 뛰쳐나와 지금의 동소문동 6가 한옥 집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동소문동이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되고, 한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바돌로뮤 씨는 그 때부터 ‘한옥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물론 재개발을 주장하는 주민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재개발 찬성 주민들은 그의 집 앞에서 데모를 했고, 그와 함께 재개발을 반대하는 활동가 담벼락에는 욕설을 써 넣기도 했다.
하지만 바돌로뮤 씨는 한옥의 가치보다는 부동산 가치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는 “35년 전에는 서울만 80만 채 정도의 한옥이 있었는데, 지금은 8천 채도 남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한국 사람들은 한옥에 문화가치가 있다는 것을 모르는데, 어느 나라에 가도 그 나라의 전통 건축으로 만든 주택은 문화유산의 중요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한국에서는 집이 20년 이상이 되면 집값이 없다고 하는데, 집이 냉장고 인가? 다른 나라에 없는 이상한 문화”라고 꼬집었다.
때문에 바돌로뮤 씨는 2년 반 동안을 뛰어다니며 재개발 추진이 위법하다는 증거를 모았다.재개발 절차에는 노후 불량 건축물 비율조사가 있는데, 노후가 60%이상 이면 재개발 진행, 60% 미만이면 재개발 취소가 결정된다. 2007년 구청에서는 노후비율이 60.74%로 발표했지만, 바돌로뮤 씨와 재개발 반대 시민들은 이에 의혹을 품고 집단소송을 냈다. 증거를 모으고, 법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와 이웃으로 지내기도 했다. 그 결과 고등법원은 ‘오래되거나 상태가 나쁜 건축물의 노후 불량률 산정이 잘못됐다’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재 바돌로뮤 씨는 한옥 두 집을 합친 14칸짜리 집에 하숙생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혼자 사는 것 보다 젊은 학생들과 같이 사는 것이 상당히 기분 좋다”면서 “하숙생들은 진해 해군 의장대 출신으로, 그 팀하고 정이 많고, 도움이 많이 되고, 나도 도와주면서 기분 좋게 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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