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장애인? MB 복지가 가짜!”

중증장애인 등 300여 명, 이명박 복지정책 규탄 한목소리

“오늘 우리는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정부의 복지가 ‘가짜’ 복지임을 선포한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소속 중증장애인 등 3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11회 사회복지의 날인 7일 늦은 2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가짜복지 규탄 결의대회'에서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을 비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 심사제도로 장애인의 팔다리를 자르고, 내년도 사회복지예산은 쥐꼬리만큼 편성하고,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게 최저생계비를 올리고, 우리의 건강권조차 자본가의 이윤으로 바꾸는 게 과연 복지인가?”라고 묻고 “이명박 정부의 가짜 복지에 맞서 앞으로 장애인들이 선두에 서서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장애등급 심사 과정에서 졸지에 '가짜 장애인'이 된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이 자신의 사례를 고발하고 있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가짜’ 복지를 고발하기 위해 올해 장애등급 심사를 받았다가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하락했던 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대희 소장이 나섰다.

올해 5월께 활동보조서비스 추가 시간을 받기 위해 장애등급 심사를 받았던 박 소장은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등급 심사에서 장애등급이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도 나는 전신마비장애인이기 때문에 당연히 1급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면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을 때 의사도 검사를 다 받을 필요도 없이 1급이라며 소견서를 써주었는데 2급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박 소장은 “주위 사람들과 의사조차도 ‘네가 2급이면 도대체 어떤 사람이 1급인지 모르겠다’라며 어이없어했지만, 더욱 황당하고 분노가 치밀었던 것은 국민연금공단이 다리에 감각도 없고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 다리에 어느 정도 힘도 있고 움직일 수 있다며 2급 판정을 내렸다는 것”이라며 분노했다.

박 소장은 “그 판정 때문에 나는 지난 13년 동안 다리가 움직이는데도 안 움직이는 척하고 있었던,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기 위해 안 움직이는 척하고 있었던 가짜 장애인이 되어버렸다”라면서 “국민연금공단에 항의해 다시 1급이 될 수 있었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1급 여성장애인이 장애등급 심사로 2급으로 하락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회원 등 300여 명이 참가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정부가 가짜 장애인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이것이 정부 정책의 실패로 인한 정부의 책임인데 이명박 정부는 오로지 장애인에게만 책임을 돌리고 있으며, 예산이 없다는 말 또한 4대강 사업에 30조 원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신당 박김영희 대표는 “정부가 가짜 장애인을 골라낸다고 하지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대통령이 가짜가 아닌가?”라면서 “우리의 삶을 장애등급으로 판정하겠다고 하는 정부에 대해 우리는 장애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투쟁을 계속 알려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당 서울시당 장시정 위원장은 “복지의 기본은 사람으로, 사람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현실은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장애인의 삶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라면서 “충분하지 않은 활동보조서비스, 보장받지 못하는 주거권, 최소한의 생활조차 지원하지 못하는 연금, 장애인가족에 지원 미비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눠 지원해 장애인을 소외받은 존재로 만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앞에 복지라는 말 자체가 붙은 게 부끄럽다”라면서 “장애인등급제를 폐지하고 현재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인 장애인예산을 최소한 평균 수준으로 맞춰야 복지의 시작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곤사회연대 최예륜 사무국장은 “외환위기 이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되었지만, 부양의무자 기준과 엄격한 소득기준 등으로 인해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만 4백만 명에 이른다”라면서 “하지만 정부는 사각지대를 없애거나 개선하려는 생각보다는 부정수급자를 잡아내는 데 혈안이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무대 옆에 마련된 '장애등급제, 생사의 저울' 모형에 목을 건 중증장애인.

  4대강 예산 등에 투입된 장애인예산을 장애인의 힘으로 되찾는 모습을 형상화한 퍼포먼스의 한 장면.

이날 결의대회에는 장애인예산을 삭감해 4대강 예산에 투입하는 정부와 이에 맞서 장애인예산을 되찾는 장애인들의 투쟁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도 함께 진행돼 갈채를 받았으며 연영석 문화노동자의 노래 공연도 큰 호응을 얻었다.

한편 결의대회를 마친 중증장애인들이 건널목을 이용해 화장실을 가는 과정에서 이를 통제하려는 경찰과 크고 작은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병력을 배치해 한 번에 많은 수의 중증장애인이 길을 건너지 못하도록 통제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몇몇 중증장애인들은 경찰에 포위돼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장애인활동보조 살리기 농성투쟁 선포식과 촛불문화제에 앞서 열린 이날 결의대회는 전장연, 빈곤사회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사회당, 민주당 장애인위원회 등이 공동주최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횡단보도 이용을 통제하는 경찰과 이에 항의하는 참가자들.

  횡단보도 이용을 위해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하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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