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곤봉’은 잊어라, 21세기 ‘신무기’가 온다

‘경찰장비규정’ 개정, 테이저건, 음향대포, 고무탄으로 무장한 경찰

20세기, ‘민중의 지팡이’라고 자처한 경찰은 지팡이가 아닌 곤봉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또한 최루탄으로 무리지은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4.19민주항쟁과 5.18광주민주화 운동, 이 밖에 많은 시위에서 경찰은 무차별적인 곤봉세례를 가했다. 곤봉과 최루탄만으로도 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다. 1987년, 당시 연세대 학생이었던 이한열씨는 머리에 최루탄을 맞아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곤봉’과 ‘최루탄’이 경찰의 주 무기가 아니다. 물론 이것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보조무기’정도가 됐다는 것이다. 특히 21세기 최루탄은 20세기 최루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20세기 최루탄이 눈물과 콧물을 자극했다면 21세기 최루탄은 피부까지 자극, 화상을 입히고 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바야흐로 경찰의 ‘신무기’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고성능 무기, ‘세련된 잔인함’으로 공격한다

7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경찰장비 국민통제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백남순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기획국장은 경찰진압장비의 인체 위험성을 보고했다. 2008년 촛불집회부터 2009년 쌍용차 파업, 그리고 2010년 G20회의까지 경찰이 도입한(할) 무기는 막강했다.

2008년 촛불집회에서는 경찰의 진압으로 인해 200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살수차와 방패, 하론소화기 등으로 시위대를 진압했다. 특히 백 기획국장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돌맹이, 소화기통, 쇠조각, 심지어는 전경 포크를 투척하기도 했지만, 당시 단연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하론소화기’라는 위해성 장비였다.

하론소화기는, 제1인산암모늄이 내용물인 일반소화기와는 다르게 하론가스로 만들어진 분무 소화기다. 백 기획국장에 따르면, 하론소화기는 눈, 코, 입, 피부 등에 가려움 및 통증을 유발하며 천식, 만성기관지염, 허혈성심장질환을 악화시킨다. 하론가스를 집중적으로 발사 할 경우 질식사의 우려도 있다.

2009년 쌍용차 파업에서는 더욱 막강한 무기가 사용됐다. 20세기, 거리 곳곳을 매캐한 연기로 뒤덮었던 최루액이 21세기는 막강한 발암물질로 돌아온 것이다.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이 헬기로 뿌려댄 최루액은 노동자들에게 2도 화상을 입혔다.

  쌍용차 투쟁당시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발암 최루액을 살포했다. [출처: 미디어충청 자료사진]

이 최루액에 노출될 경우, 접촉성 피부염과 결막염, 그리고 2-3도에 해당하는 화상을 입게 된다. 몇 주 동안 화상과 호흡기 질환이 지속되며, 폐수종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효과로는 유전자를 손상시키고, 돌연변이를 유발하며, 암을 유발하기도 한다. 20세기, 눈물 콧물을 짜내던 성능은 그대로 간직한 채, 발암물질과 피부질환을 유발시키는 무기로 진화한 것이다.

발암물질 최루액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충격을 안겼던 것은 바로 ‘테이져건’이다. 테이져건은 순간적으로 신체를 마비시켜 범인을 검거하는 무기다. 그 성능이 효과적인 만큼 미국 내에서만 3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쌍용차 농성 투쟁 당시, 경찰이 쏜 테이져건으로 2명의 노동자가 부상을 입기도 했다.

테이져건에 의한 사망 원인은 발사횟수와 약물복용, 흥분상태, 기저질환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큰 원인은 ‘발사횟수’다. 백 기획국장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테이저건을 한 번만 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테이저건은 저항불능상태까지 계속 쏘는 것”이라며 “ 때문에 발사횟수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또한 테이저건은 심장마비, 호흡마비 등을 일으켜 돌연사의 위험이 높다. 특히 ‘섬망’이라는 의식불명 상태의 돌연사가 30%에 해당되는데, 아직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고 있다.

  테이져건 다트.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10년 경찰이 내놓은 신무기는 ‘대포’였다. 지난 9월 28일, 경찰청이 일명 ‘음향대포’라고 불리는 지향성 음향장비를 진압장비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다.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위험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며 즉각 반발했지만, 경찰의 도입 방침은 강경했다. 지난 7일 열렸던 국정감사에서 조현오 경찰청장은 “음향대포는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통기구로 사용될 음향대포는 귀에 난치성 손상을 입힌다. 귀속 달팽이관의 외유모 세포의 영구손상을 유발하기 때문에 치료도 어렵다. 돌발적인 난청과 이명, 통증, 고막파열 등도 발생 할 수 있다. 백 기획국장은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이구동성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난치성이기 때문에 치료가 안 된다는 것”이라며 “또한 드러나는 외상 이외에도 급성스트레스증후군을 유발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청은 음향대포의 도입 외에도, 고무탄 등 다목적발사기 사용 요건 역시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위 진압 시 사용되는 대표적인 살상무기로, 20m거리에서 3mm의 두께의 합판을 파괴하는 위력을 가지고 있다.

고무탄 논란의 핵심은 ‘관통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시위대에게 고무탄 공격을 가했을 때 관통상 비율은 38%에 달했다. 백 기획국장은 “설령 관통하지 않더라도 심장과 허파에 피가 차는 등의 내부 장기 손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장하는 경찰...국민이 경찰의 ‘적’인가

박주민 변호사는 “군대는 ‘적’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무기의 효율성을 따지지만, 경찰은 ‘적’이 아닌 ‘국민’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효율성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장비는 국민의 인명과 신체, 그리고 기본권을 보호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채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경찰 장비의 분류 규정은 자의적이고 위험요소가 짙다. 우선, 수갑, 포승 등의 경찰장구 품목에 ‘테이저건’이 포함돼 있다. 가스차, 살수차와 함께 석궁, 고무탄 등은 ‘기타장비’라는 애매한 품목에 분류 돼 있다. 음향대포역시 기타장비에 포함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분류기준에 대해 경직법이 어떠한 규정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실상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위험성과 상관없이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기타장비를 규율하는 경직법의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통령령인 경찰장비규정만 바꾸면 기타장비로 분류하여 새로운 장비를 마음대로 도입할 수 있다.


다목적 발사기의 사용범위를 확대하는 경찰장비규정의 개정 역시 논란에 있다. 개정 경찰장비규정에는 △인질범의 체포 또는 폭동 진압 작전의 경우 △공공시설, 장소 또는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건물, 시설에서 무기, 흉기, 폭발물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여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의 진압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다목적 발사기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기존 규정과 달라진 것은 ‘폭동진압작전’와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건물, 시설’, 그리고 ‘경찰관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사람들의 진압’이 추가된 점이다. 하지만 ‘위험한 물건’이나 ‘정당한 공무집행에 항거’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박 변호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경찰 관계자가 케익 칼도 위험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한 만큼,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면서 “또한 경찰의 성과주의로 인해 다목적발사기의 남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현재 한국에서의 불법폭력시위는 전체 집회의 0.5%에서 0.7%대에 불과하다. 연도별 불법폭력시위 비율 역시 지난 2001년도부터 꾸준히 감소해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신무기도입과 진압장비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직접 나서서 곤봉을 휘두르지 않아도 음향대포나 발암물질 최루액, 하론소화기 등은 불특정다수에게 치명적 위력을 과시한다. 테이저건이나 고무총 역시 세련미와 기술미에 ‘살상무기’라는 이면을 숨기고 있다.

최은아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경찰의 대대적인 경찰장비 확대는 집회시위에 대해 ‘위축’ 효과를 넘어 ‘억제’하는 장치”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시위대를 향한 억제정책이 더욱 강력해지는 만큼, 공권력 남용에 대한 국민들의 억제 정책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은아 활동가는 “경찰은 국민의 외침을 위협하고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현명한 방법을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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