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사장이 고용해’ 공동농성단의 하루

[기고] ‘파견제 확대’라 쓰고 ‘고용 선진화’라 읽는다?

간접고용 철폐, 파견제 폐지,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외치며 공동농성단이 노숙농성에 돌입한 지도 13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여기에 정확히 80일을 더하면 동희오토 해고자들이 양재동에서 노숙투쟁을 전개한 기간이 된다. 93일. 곧 100일이다. 이제 지칠 때도 되었건만 공동농성단의 일정표는 오늘도 빼곡하다.

아침 7시, 본사 앞 농성장, 그들도 우리처럼


공동농성단의 하루 일과는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의 출근선전전으로 시작된다. 보통은 7시, 임원회의 때문에 임원들이 일찍 출근하는 날은 6시 30분이다. 말끔한 정장차림의 사무직 노동자들이 버스에서 쏟아져 나와 본사로 빨려 들어간다.

길바닥에서 스티로폼과 비닐로 밤을 지낸 농성단과 그들은 좁은 통로 덕분에 서로의 코앞을 스쳐 지나지만 결코 가깝지는 않다. 불편함과 어색함, 거기에 미안함까지 버무려진 표정으로 줄줄이 늘어선 피켓을 지나는 현대기아차 직원들에게 농성단은 어떤 존재일까? 하지만 8시가 임박하면 이런 의문도 조금은 해결된다. 어디에나 있는 지각생들이 본사를 향해 ‘전력질주’ 하는 모습은 농성단의 실소를 자아내며, ‘그래, 당신들도 똑같은 노동자였지.’

오전 11시, 청계천 전태일 다리, 열사를 기억한다는 것


전태일 열사 40주기 기념사업회가 정식으로 출범식을 갖는 자리에 공동농성단도 참석했다. 공동농성에 돌입한 첫날도 ‘전태일, 비정규직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함께 했으니 낯선 이들은 아니련만. 무대 뒤쪽에서 만난 다큐감독은 기념사업 티져영상에 우리를 담고 싶다고 연락처를 건네주니 황송할 따름이고, TV에서 보던 사람들도 제법 얼굴을 보이니 적응이 쉽지는 않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열사를 알고, 그 삶을 느끼는 것이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노동자들이 열사를 기억한다는 것은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그 처절한 몸부림에 함께하는 것이리라.

오후 2시,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파견제 확대’라 쓰고 ‘고용 선진화’라 읽는다?

공동농성단이 세 번째 도심 선전전 장소로 선택한 곳은 다름 아닌 고용노동부 서울지청. 얼마전까지도 그냥 ‘노동부’였던 곳이다. 파견대상을 확대해서 더 많은 중간착취자들을 양산하고 대규모 파견업체를 양성하겠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계획인데, 그들은 이것을 ‘고용서비스 선진화’ 라고 부른다. 제조업에서의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해고당한 비정규직지회 우상수 조합원은 ‘이미 2005년에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공장을 다시 조사한다고 한다. 한계가 뻔한 조사가 진행될 것이다.’며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투쟁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사회를 맡은 동희오토 박태수 조합원은 ‘정규직이 없는 공장은 비교대상이 없기 때문에 불법파견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절반이 불법인 공장은 조사하고 100% 불법파견을 쓰고 있는 공장은 놔두는 꼴’이라며 외주하청 비정규직 공장의 문제에 대해 성토했다.

자본을 위한 서비스만 계획하는 고용노동부를 규탄하는 집회와 시민선전전은 그렇게 2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그런데,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공동농성단은 이 날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자기 앞마당에 집회신고를 내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한 블럭 옆에서 고용노동부를 노려보며 집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집회신고 독점, 어디서 많이 보던 일 아닌가? 정말이지 못된 것만 배워서...

저녁 7시 30분, 본사 앞 농성장

하루의 투쟁을 정리하는 약식집회가 매일 진행된다. 매일 반복되는 집회, 그것도 약식집회인 것을 생각하면 적지 않은 인원이 농성장을 채운다. 동희오토 조합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오랜만에 상경한 충남지역 동지들, 쌍용자동차 조합원들, 농성단 소속단위 회원들, 촛불시민들까지 모여 반주도 없는 ‘문화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서로를 보듬는다.


어쩌면 농성을 하고 있는 것은 현대기아 자본인지도 모른다. 거대한 ‘두 개의 탑’ 위에서 천하를 호령하던 정몽구 회장은 끝없이 밀려드는 노동자들의 공격으로 고립되었지만 아직 백기를 들기에는 부족하다는 듯 말 그대로의 농성(적에게 둘러싸여 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킴)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동희오토 해고자들은 100일 가까이 노숙농성을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용역경비들의 폭력과 집회신고 독점의 만행들이 폭로되었다. 공동농성단이 조직되어 ‘진짜 사장이 고용해!’라며 외치고 있고, 울산공장의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이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손배가압류 문제를 해결하라며 일인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역시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을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 자본은 이처럼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는 무시한 채, 비정규직의 피를 빨아 모은 돈으로 현대건설 인수전에 나섰다.

하지만, 정회장 일가가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것이 공성전(攻城戰)이라면 공동농성단은 선봉대에 불과하다는 것. 성큼성큼 다가오는 추위에도 양재동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공동농성단의 투쟁은 현대기아 자본을 향한 노동자들의 분노를 집중시키고 그것이 불씨가 되어 다시금 현장에서 타오를 수 있도록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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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현대차 , 동희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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