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간강사 제도 개선 방안, 속 빈 강정

“교원지위 인정에도 함정 있다”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에서 발표한 ‘대학 시간강사 제도 개선 방안’(제도개선안)에 대해 비정규교수들이 대체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각 언론에서 “시간강사에 교원지위 인정된다”고 크게 떠드는 가운데 나온 평가라 주목된다.

사통위가 25일 시간강사들의 교원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학시간강사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제도개선 방안에는 시간강사들의 교원지위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내용 외에도 시간강사의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현행 학기 단위 계약을 고등교육법상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해 임용토록 하고, 도시근로자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 국공립대의 경우 오는 2013년까지 시간당 강의료를 현재의 4만3천원에서 8만원까지 인상토록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대해 비정규교수노조는 26일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가 김이 모락모락나는 빵을 우리 앞에 내놓았지만 속 빈 강정 같기도 하고 냄새도 별로인 데다 심지어 따뜻하지도 않다”고 제도개선안을 비유했다.


윤정원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교원지위 인정에 “함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 14조 2항의 교원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은 진일보”하지만 “시간강사 제도가 ‘겸임교수’라는 변형된 형태로 존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등교육법 17조의2(겸임교원 등)에서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제14조제2항의 교원외에 겸임교원, 명예교수 등을 두어 교육 또는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여전히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위원장은 “지금 7만여 명의 비정규교수 중에 3만여 명 정도가 비 전업 교수인데, 이들에게 처우개선 없이 여전히 살아있는 겸임교수직을 부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원으로 인정되는 강사보다 겸임교원을 아주 싼 가격에 쓸 수 있는데 누가 전임교원 쓰겠나. 겸임교원은 법적으로 교원이 아니다. 결국 현재 시간강사가 이름만 겸임교원, 초빙교원으로 바뀌는 것이다.”

처우개선에 대해서도 윤 위원장은 “국공립에서 3년 내에 평균 시간당 강의료를 8만원까지 올린다 했는데 그렇더라도 연 2,2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40대에 3~4인 가족 중심인 비정규교수들이 가정을 꾸려나가고 양질의 교육을 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라고 평가했다.

강제 조항이 없는 사립대학의 경우에는 더 열악하다. 제도개선안에서는 “사립대의 경우 연구보조비는 시간당 5천원에서 점차 증액시켜 시간당 2만원까지 인상하게 된다”고 명시했으나 윤 위원장은 “법적 지위 외에 모든 것을 각 대학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에 계약에 있어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훈 교수노조 부위원장은 “아무런 예산지원 없이 이런 대책을 낸 것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부족한 예산지원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가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 같다”며 “고용되는 시간강사 수를 줄여 전임교원한테 더 많이 강의하도록 강제하거나 비정규교수, 시간강사들에게 정부에서 권장하는 임금을 지급한다는 명목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상해 학생과 교수 사이에 갈등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산 뒷받침, 교육 공공성 없이 말로만 권장하는 행태를 빨리 그만두고 예산 심의중인 지금이라도 대폭적인 예산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윤정원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과 교과부 이주호 장관의 면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자리에서 윤 위원장은 사통위의 제도개선안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비정규교수노조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비정규교수노조는 “시간강사, 겸임교원, 초빙교원, 연구교수 등 10여 가지의 모든 비정규 교수제를 연구강의교수제로 통합하고 이들에게 담당 강의 시수에 관계없이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한 뒤 2년 이상의 단위로 간략한 평가를 통해 재계약하며 정부 재정으로 생활임금과 참정권을 보장해주는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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