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서적’ 판결이야말로 ‘불온’하다

지영준 전 법무관, “금서 규정 국가는 북한, 이란, 수단뿐”

헌재가 지난 달 28일,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가운데 헌법 소원을 제기했던 지영준 전 법무관이 헌재의 일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 전 법무관은 1일, ‘YTN 최수호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2002년도 전기통신사업법 불온통신 금지에 대한 헌재의 판결을 거론했다.

헌법재판소에서 2002년도 전기통신사업법 53조 불온통신 금지에 대해 ‘불온통신은 명확성 원칙 위반’이라고 명시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온서적 관련 판결에서는 그에 대한 고려 없이 합헌 판결이 났다는 것이다.

그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불온’의 의미를 ‘공공의 안녕 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이라고 법으로 규정을 하고 있었으나 이러한 개념도 헌법재판소가 명확성 원칙 위반이라고 판결 했다”며 “군에게 도서를 금지하려면 불온에 대한 아무런 개념 정리가 없는 ‘군인복무규율’ 외에 불온서적을 제한해서 해석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온의 기준이 없는 것 외에도 “불온서적을 누가 정할 것 이냐 또는 어떠한 내용의 책에 대해서 어떠한 절차를 걸쳐 어떠한 심사기준으로 하며, 어떤 심사 기관이 존재해야 되느냐에 대해 아무런 기준이 없다”며 불온서적의 심사 주체, 절차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정보의 제한과 통제를 ‘군 정신전력 강화’의 유일한 방법으로 여기는 시각도 문제 삼았다.

“육체적 훈련과 달리 정신적 자유라는 것은 제한을 하거나 정보를 차단한다고 해서 정신전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군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호하는 군대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는 것은 다양한 가치관에 입각한 정보들을 여러 방면에 거쳐서 접촉해 보고 그것을 읽어서 비판, 분석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전제한다. 군인들도 투표권과 선거권을 가지고 있는 성숙한 시민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과연 책을 제한할 것이냐, 아니면 다양한 책을 읽게 해 주고 그것을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전제하면서 교육시킬 것이냐의 차이다.”

그는 당시 불온도서로 지정되었던 23종의 책이 여전히 논란의 영역으로 남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헌법재판소가 불온서적 지정을 금지한 군인복무규율은 합헌이라고 결정함으로써 국방부에 불온서적을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국방부가 불온이라고 판단한 기준이 있다. 국가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고, 또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러면 과연 우리가 우수한 도서로, 또 많은 일반인들이 추천도서로 읽고 있는 23권의 도서가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하게 하는 내용이냐, 이적물이냐는 문제가 남게 된다.”

지영준 전 법무관 외 7명은 헌법 소원을 제기한 뒤인 지난 2009년 3월, 국방부로부터 파면 중징계 받았다. 이들은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파면처분 등 취소청구소송을 냈으나 4월, 행정 법원은 “법무관을 포함한 모든 군인은 상관의 지시나 명령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고 이에 항소를 제기해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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