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사찰 ‘원충연 수첩’ 충격...화살 청와대로

대대적 민간인 사찰로 살생부 만들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방송, 노조, 여권, 차기 대선 주자까지 전방위적으로 민간인 사찰한 정황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특검 도입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번에 공직윤리지원관실 사무관이었던 원충연 씨의 수첩을 통해 사찰 대상으로 밝혀진 사람들 중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친박’계열의 이혜훈 의원, 원희룡 의원, YTN, 한국노총 등이 포함되었다.

22일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원충연 점검1팀 전 사무관의 108쪽짜리 ‘포켓 수첩’에는 오세훈 시장의 동향 파악 및 친박 포함 여당 중진 의원들의 사찰 정황이 기록되어 있다.

오 시장과 관련해 수첩에는 ‘서울시장 대선 활동 관련 부서 만듦(이미지 관리)→지난번 인사 때 직원 발령함’이라 적혀 있어 오 시장의 대선 동향을 꾸준히 파악해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는 2008년 11월 10일자 메모에 ‘(건강보험) 징수공단 통합안 발의, 전 정부시절에도 찬성, 국감 때 박근혜의원, 전재희 장관 논쟁’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YTN 수뇌부와 노조도 집중적으로 사찰한 것으로 나타난다. YTN과 관련해 ‘구○○ 7.17, 우○○ 차장: 전전전 YTN 노조위원장, BH출입, 표○○ 전 사장:oh my news 9월 회장으로 임명, 경향신문 사장 공모 탈락’ 등 YTN 수뇌부와 노조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노조와 관련해서도 YTN 노조의 동향 외에 이용득 전 한국노총 위원장 항목에 ‘우리B(은행), KT, MBC 노조 수뢰 의혹, 해외여행 시 공금 유용, 이용여행사’라고 적혀 있다. 또 ‘토지공사, 주택공사, 한전노조, 발전노조(박노균):강성, 서울지하철노조, 철도노조, 한적노조’ 등 여러 공기업 노조를 사찰한 내용도 나온다.

수첩에는 현정부 내에서 걸러낼 명단 작성한 정황도 나타난다. 2008년 9월 22일 오전 회의 메모에는 ‘첩보 입수, 공직기강-정책점검, 하명사건’이라는 문구 뒤 ‘방해 세력 제거’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또한 ‘08121 회의(진 과장)-장·차관, 실·국장, 과장’ 제목 아래에는 ‘저항하는 놈 23명(양, 최, 이)-1인당 2p, 구체적인 것, 음성적인 저항 사례’라고 기록돼 있고, 또 다른 면에는 ‘○ 기획관리부장: 제약 업계 두둔, 지난 정부 때 FTA 반대, 공직 진출하면 안 된다’고도 적혀 있다. 이는 사찰의 핵심이 정부 내 방해 세력 제거임을 의미한다.

이밖에도 수첩에는 ‘망원경, 카메라, 노트북’이라는 문구와 ‘눈+귀, 입×, 목숨걸고’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지원관실이 사찰 과정에서 위와 같은 장비를 동원했으며, 팀원들은 ‘지원관실의 사찰 내용을 목숨 걸고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것으로 추측된다.

메모에는 이 같은 동향 파악 내용을 청와대와 국정원, 경찰청 등에 보고한 정황도 기록되어 있다. ‘(2008년) 7.31 동향보고 수신자’로 ‘경찰청-이○○, 국정원-양○○, 사회수석실-최○○, 인사〃-장○○, 국정원-가○○’라고 하여 소속과 담당자 이름이 적혀 있다. 사찰 경과에 대해서도 팀원들은 ‘착수, 진행, 완료’ 등 3단계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진행 과정’은 3차까지 보고했다.

‘원충연 수첩 효과’ 국조, 특검으로 이어지나

이처럼 대대적인 민간인 사찰에 대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난 만큼 야당의 공세도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야5당이 제기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도 점차 넓어지는 모양새다.

22일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 쟁취와 4대강 대운하 반대 서명운동 발대식’을 갖고 이틀째 서울광장에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은 “MB 정부의 불법사찰 실태와 증거인멸 수법이 점입가경”으로 “정권유지를 위해 상당수의 국가기관과 온갖 불법 수단이 죄다 동원되고 있다”며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는 국민의 요구이자 정권의 의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22일 논평을 내 이번 민간인 사찰은 “청와대판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군부독재식 공안통치 부활에 경악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사죄와 책임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청와대가 해명하지 않는다면, 청와대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결국 정권퇴진 국면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참여당도 22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청목회의 소액후원 환급금 사건에 대한 전례 없는 무모한 수사 방법과 시기가 엉터리 대포폰 수사를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야당이 공동으로 발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즉각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19일 민주당을 비롯한 야5당은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와 사정기관이 주도면밀하게 기획해서 진행해왔기 때문에 특검과 국정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공동으로 ‘민간인 사찰, 대포폰 게이트’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당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도부가 공식 입장을 내고 있지는 않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검찰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다.

남경필 한나라당 의원은 23일 ‘CBS 변상욱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에 공개된 원충연 수첩은) ‘수첩1’로 수첩이 얼마나 있을 것인지 사실은 짐작키 어렵고 사찰보고서도 몇 백 개인지 몇 천 개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해 사찰이 예상보다 훨씬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어 남 의원은 “차제에 이런 것들을 모두 밝혀내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하고, 국민들께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이 해야 될 일”이라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여당으로서는 (검찰의) 잘못된 수사, 미진한 수사에 대해서는 재수사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고 하여 검찰 재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5당은 이미 청와대 행정관의 대포폰(차명 휴대전화) 사용 의혹을 제기하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실 지휘자로 청와대를 지목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사찰한 정황이 밝혀져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사찰한 배후로 청와대가 더욱 집중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태그

민간인사찰 , 원충연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한나라당해체결사대사령관

    이명박하고 한나라당이 문제다 그러니 이 나라가 독재정부적 모습으로 회귀한건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