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보수’의 손에서 임기 종료

민간인학살 자료 기무사 반납 등 진실 은폐 의혹

지난 2005년 12월 설립돼 5년간의 활동을 이어갔던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위원회(진실위)’가 오는 31로 임기 종료를 맞는다. 진실위는 지난 28일, 마지막 전원회의를 열고 그동안의 공식행사를 모두 마무리했다.

하지만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했던 진실위는, 결국 이영조 위원장의 취임과 함께 불명예를 안고 임기 종료를 맞게 됐다. 특히 임기 1년을 앞두고 이명박 정부에 의해 임명된 이영조 위원장은 그간 진실위 활동과는 대비되는 행보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진실위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갔다

진실위는 임기 종료를 앞둔 지난 7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보유했던 민간인학살 주요자료 목록을 기무사에 반환함으로 민간인 학살에 대한 가해사실을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다. 새사회연대는 “진실위는 2007년 4월부터 10월까지 민간인 집단희생사건 조사를 위해 기무사로부터 관련자료를 입수하였으나 지난 12월 7일 모두 반납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는 지난 10월, 새사회연대가 진실위에 정보공개청구를 요구한 것으로 진실위는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때문에 당시에도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에 시달렸지만, 지난 8일 열린 진실위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에서 진실위의 자료 비공개가 ‘위법’으로 결정되며 해당 자료의 목록이 공개됐다.

하지만 진실위는 행정심판 개최 하루 전인 지난 7일, ‘사건조사 기간 종료’라는 이유를 들며 해당 자료를 기무사에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측이 자료들에 국가안전보장, 개인정보 등이 포함되어 있다며 진실위에 반환을 요청했기 때문.

이에 대해 새사회연대는 “해당 자료들은 국가기관에 의해 진실규명이 끝난 사건이거나, 진실위에서도 사건조사에 활용하여 조사결과가 공개된 사건들의 자료임에도 기무사는 국가안전보장, 개인정보 포함 등의 이유로 반환을 요청했다”면서 “특히 반납은 진실위법이나 정보공개법 어디에도 근거 없는 조치이며, 진실위 내부규정에도 반납 관련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이와 같은 기무사와 진실위의 정보 비공개 결정은, 진실위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가해기관의 해당자료 은폐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셈이 됐다.

진실위가 기무사에 반납한 지료는 지난 9월, 진실위 진실은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거창사건 관련기록 일체’를 포함한 ‘대한조선공사 보도연맹 명부’, ‘6.25시 부역자 명부’, ‘행정요시찰 명부’ 등 9건(3,859)에 달한다. 특히 해당 자료들은 진실위 설립 이전까지 민간단체 등에서 존재조차 알 수 없던 것으로, 일각에서는 민간인 학살사건 진실규명에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조 위원장 취임, 결국 진실위는 ‘보수’ 손으로

이영조 진실위 위원장은 지난 11월 5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대학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광주민주화운동은 광주에서 발생한 민중반란이다”, “제주 4.3사건은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모반이고 폭동이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때문에 이 위원장의 취임이, 정권이 진실위를 장악하려는 의도라는 그간의 주장은 더욱 파급력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진실위 초대위원장을 지낸 송기인 신부는 “더 놀라운 것은 그 원고가 과거사정리위원회를 거쳤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지 이영조 위원장의 개인적인 발언이 아닌, 진실위 내부에서 동의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송기인 신부는 “(광주민주화 운동과 제주 4.3사건에 대해) 국가가 발표한 게 있는데 그걸 뒤집는다는 건 전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진실위 임기를 1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이영조 위원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송기인 신부는 29일, SBS라디오 [SBS전망대]에 출연해 “보수세력의 입맛대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실제로 이영조 위원과 2년간 일을 하며 학자적인 양심을 살아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잘못 기대를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한편 진실위는 지난 5년간 1만 1175건의 사건을 처리했으며, 이 중 진실을 밝힌 것은 8450건, 규명할 수 없다고 처리된 사건은 510건, 각하한 사건은 1729건이다. 송기인 신부는 그간의 성과에 대해 “빨갱이다, 사회주의 집안이다 해서 늘 따돌림을 받고 피해서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 햇빛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면서도 “다 조사하지 못한 사건들이 남아있고, 특히 후속 사업 없이 해산하는 만큼 유족들이 좀 더 인내를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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