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수권법, 국제적 논란

미주기구 사무총장, 수권법 비판...차베스 정부는 반발

미주기구(OAS)의 호세 미겔 인술사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국회가 작년 말 승인한 대통령 수권법은 미주기구(OAS)의 민주주의 헌장을 위반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베네수엘라 차베스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수권법은 베네수엘라 헌법에 근거하는 것으로, 국회 심의를 통하지 않고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는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법이다.

지난해 차베스 대통령은 국토의 40%가 재해를 당한 홍수 피해에 대처하고 재건을 위해 수권법의 승인을 국회에 신청했다. 국회는 작년 12월, 18개월간의 기한을 붙여 수권법안을 가결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작년 9월 국회의원 총선거로 당선한 의원들로 구성되는 새로운 국회가 5일에 열렸다. 야당 세력은 새 국회 의석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권법을 가결한 구 국회는 90% 가깝게 여당 세력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야당 의원은 수권법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인술사 사무총장도 이 점을 문제시하며, “구 국회가 새 국회의 권한을 18개월간 제한하게 되었다”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고 지적. 사무총장의 권한으로 베네수엘라의 내정 문제를 미주기구(OAS)의 의제로서 채택할 생각을 나타냈다.

한편,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7일 밤, 인술사 총장의 발언에 대해 “새로운 간섭 행위”라고 비난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 외무부는 인술사 총장의 발언이 발렌수엘라 미 국무부 중남미 담당 차관보의 비판과 닮았다며, “침략 계획을 수립하는 미 국무부의 총감령(식민지를 지배하는 현지 대표)으로 미주기구(OAS)가 활동하는 것을 베네수엘라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페레스 정부 당시(1974년)에도 국회가 수권법을 승인한 예가 있다. 차베스 정부 하에서는 이번이 4번째다.

미국 등 서구 자본주의 국가들은 수권법이 국회의 권한을 무시하고 차베스 대통령이 독재를 자행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난해 왔다.

그러나 수권법은 베네수엘라 헌법에 규정된 것으로 △기간과 범위가 제한되고 △최고재판소 위헌심판 및 국민투표에 따라 폐지될 수 있고 △국회가 수권법 입법을 수정 또는 폐지할 수 있으며 △수권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또한, 이른바 절차적, 형식적 민주주의보다는 실질적, 민중적 민주주의에 수권법이 활용되면서 ‘수권법=독재’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권초기 보수세력에 장악된 국회가 지속적으로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방해했다는 점에서 수권법이 베네수엘라 민주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실제 차베스 정부는 수권법을 통해 토지소유의 민주화, 기간산업의 국유화 및 지역의 자치평의회의 확대 강화 등 베네수엘라의 민주적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기여했다. 이번 수권법도 홍수피해 대책과 재건에 국한되어 있다.

일본 [아카하타]에 따르면, 미주기구(OAS) 가맹국에서는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의 상황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하는 제안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영국 BBC 방송은 7일, 인술사 총장의 발언을 미주기구의 대 베네수엘라 정책의 전략 변경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미주기구 관계자의 견해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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