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대형병원 약제비를 지금보다 2배 늘리는 방안을 채택한 사실이 알려지며 이에 대한 반발이 일고 있다. 특히 가까운 동네병원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제도소위는 지난 11일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 활성화 방안을 논의해 의료기관 유형별로 똑같은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하기로 방향을 정했다.
건정심은 이날, 현재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병원, 의원 모두 30%인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60%로, 종합병원은 50%로, 병원은 40%로 올리고 의원급은 본인부담률 30%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을 다수안으로 채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등 44개 대형병원을 일컫는다.
특히 복지부는 당초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를 추진하면서 감기 등 경증환자가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우에 한정하려 했으나 건정심 논의 과정에서 모든 질환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측은 “대형병원으로 외래환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1차 의료기관인 동네의원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의료계 단체들과 의료기능 재정립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약제비 본인부담률에 대한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달 말 건정심 본회의에서 최종하고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안에 대해 시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 환자단체협의회 대표는 14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약제비 본인부담률 차등화 방안이 “병원 쏠림 현상 해소는 커녕 약값만 두 배 올려 환자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9년도 7월에도 대학병원의 진료비를 10% 정도 인상했었지만 환자가 줄지는 않았다”며 “약값을 올려도 대형병원 환자들이 동네병원에 안 가고 여전히 대학병원을 이용한다면 약제비 30% 정도의 수익이 발생한다. 그것으로 건강보험재정을 아끼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중증환자, 경증환자 구분 없이 약값을 인상하기로 결정한 것도 쏠림현상 해소라는 명분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내 아내가 백혈병 환자인데, 동네 안과 같은 곳에 치료하러 가면 백혈병 환자가 부담스러우니까 치료받고 있는 대학병원의 안과로 가라고 한다. 동네 병원에 가고 싶어도 현재 동네 병원의 의료 서비스나 수준 자체가 중증 환자를 다 치료해주지 못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갈 수 없는 것”이라며 “동네 의원은 가깝고 대기 시간도 짧고 비용도 저렴한데 환자들이 왜 비용과 불편을 들여가면서 대학병원에 가는지를 생각해야지, 대학병원 약값을 2배 정도 올리면 분명히 동네병원에 올 거라는 생각은 너무 어린아이 같은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환자가 대학병원에 가기 때문에 약값을 올리는 개념이 아니라 대학 병원에 왜 가는지 이유를 확인하고 그 잘못된 것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며 “1차 의료기관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인 기준이 먼저 되고 난 뒤에 그 다음에 그렇게 했음에도 안 됐을 때 환자들에게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병원은 환자만을 고려하고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영리병원 추진 움직임에 대해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병원이 주식회사가 된다는 것은 의료하고는 안 맞는 것”이라며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이 환자의 치료를 우선하지 않고 이윤획득을 우선하게 되면 환자의 안전, 경제적인 문제는 고려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가령 공공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주식회사 서울대병원이 되면, 주주에게 많은 배당을 해줘야 하니 지금까지는 환자만 잘 치료하면 됐는데 이제는 주주의 이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려고 하게 되고 그러려면 돈이 많은 환자가 와야 하는 것이고, 또 치료를 많이 하도록 해야 하니까 과잉 의료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돈 없는 환자들은 병원을 이용하기 쉽지 않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13일 이 같은 복지부의 약제비 본인부담률 인상안이 “더 많은 의료비를 지불함에도 대형병원을 가는 환자들에게 징벌적 비용부담을 지우고,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에 대한 책임을 환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에 “사상 최대의 건강보험 적자를 대형병원 외래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서 메우려는 약값 본인부담 60% 인상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과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고 1차 의료의 활성화를 위해 주치의 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에 우선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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