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리비아, 어디로 가나?

프랑스의 야욕과 리비아 공습

프랑스 군 전투기가 지난 19일 최초로 리비아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자 세계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이번 공격의 선봉을 맡아 지도적 역할을 보여 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 구상은 3일도 못가서 프랑스, 영국, 미국의 다국적 군에 의한 리비아 공격은 지도력이 부족해 서로 따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1일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국가간 견해차는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많은 국가들은 프랑스 주도가 아니라 NATO가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의 전쟁은 모두 NATO 또는 미국이 지휘했다. 이번에 미국은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지 않을 것을 재차 표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군사 작전의 이름도 프랑스 “하르마탄”, 영국 “엘라미”, 미국 “오디세이의 여명”이라며 국가마다 제각각 이름을 붙였다.

미국, 유럽 그리고 석유

유럽의 군사 전문가는 “특히 전략적 차원에서 미국이 지휘권을 타국에 양도했던 적은 없다. 이번에는 평소와 다르다.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중동 문제에서 미국이 발 하나를 빼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 내를 들여다보면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인 모든 측면에서 이번 전투를 주도할 이유도, 여유도 없어 보인다.

군사적으로 볼때,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이 끝났지만 준전시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리비아에 무리한 군사적 동원이 어렵다. 두 개의 전선도 부담스러운데, 세 개의 전선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다가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방예산까지 축소하는 마당에 리비아 전을 위한 전비 마련도 쉽지 않고 의회의 승인을 얻기에는 더 어렵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재선을 염두 해 두고, 전쟁과 같은 강성 이미지 보다는 ‘대화와 협력’이라는 다자외교를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작전의 지휘권을 유럽과 나토 쪽으로 넘기려는 이유는 석유에 있다. 거꾸로 유럽이 이번 작전에 긴밀히 결합하여 주도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리비아의 원유가 ‘저유황 경질유’로서 유럽에서 정제되는 기름이라는 것이다.

서정민 교수는 24일 [SBS 라디오 전망대]에 출연해 “리비아 석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와는 상당히 다른 종류의 석유입니다. 즉 저유황 경질유라고 볼 수 있는데요. 리비아와 알제리 같은 북아프리카 지역과 유럽의 북해산 브렌트유가 저유황 경질유입니다. 따라서 유럽의 경제시설 자체가 저유활 경질유에 맞춰져 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증산을 해서 석유 공급량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사우디에서 생산되는 고유황 중질유는 유럽에서 정제될 수가 없는 기름” 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원유 부족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다른 원유와 수합형태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럴 때는 상당히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유럽으로서는 리비아의 불안정 상황이 자국의 석유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를 가급적 빨리 수습하려는 그런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미국은 이번에 군사작전의 이름도 지중해를 배경으로 한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딴 “오디세이의 여명”으로 붙였고, 유럽 중심의 나토에게 군사 지휘권을 이양하려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사르코지의 야욕

한편, 미국과 달리 프랑스는 이번 군사작전에 매우 적극적이다. 심지어 프랑스는 NATO에 모든 지휘권을 넘기는 것을 반대하고 군사작전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NATO 회원국들로부터 지휘권을 이양하라는 거대한 압력을 받으면서도, 쥐페 프랑스 외무 장관은 “이번 군사행동을 NATO가 지휘하는 경우에, 아랍 국가들로부터 반드시 비난이 일 것이다. 다국적 군에서 철수하는 아랍 국가들도 나올 것”이라고 강조하며, 프랑스가 주도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과 영국이 중재를 서 NATO로의 지휘권 이양에 마지못해 합의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으나 NATO 내부에서는 군사작전의 범위와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러면 프랑스는 왜 이번 군사작전에 지휘권을 갖고 주도하려고 하는 것인가?

첫째, 리비아 사태 초기에 프랑스는 반군 조직인 “리비아 국가위원회”를 “리비아 국민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기관”으로 승인했다. 결국 프랑스는 카다피 정권을 제거해야만 하고, 이를 위해 이번 전쟁을 주도해 끝까지 이끌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프랑스를 포함한 인근국가들 특히, 군사기지 7곳을 제공하고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석유 금수 등 각종 정치 경제적 보복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프랑스는 G8과 G20의 올해 의장국으로서 국제 문제에서 큰 성과를 내고자 희망하고 있다. 사르코지 정권은 아덴만의 소말리아 해적 문제를 처리하고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충돌을 조정했다. 프랑스 우파언론들은 이번 사르코지 대통령이 “리비아 시민을 구했다”며 “호민 대통령”이 될 경우 프랑스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셋째, 프랑스 지방선거 제 1차 투표 결과, 여당인 국민운동연합의 패배로 경종이 울리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리비아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경우,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이것은 내년 대선을 고려한다면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국제외교무대에서 프랑스의 위상을 제고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프랑스 국내 정치를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거꾸로 리비아에서 카다피를 축출하지 못하면 프랑스는 외교적으로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될 상황이다.

예멘, 바레인 등에 대한 서방의 이중 잣대

현재 이번 군사행동에 대해 공격목표, 목적, 정당성에 대해 아랍연맹과 아프리카연합(AU), NATO 내부 등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비아 공습이 시작되자 아랍연맹과 아프리카연합은 즉각 비난성명을 발표했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중국 등은 유감을 표명하며 군사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NATO 내부에서도 노르웨이 등은 군사 행동 참가를 중단했다. 나토 최고의결기구인 북대서양위원회(NAC)에서도 독일과 터키 등은 군사작전의 범위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군사 지휘권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또한, 이미 시민사상자가 나오고 있는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긴급회의를 열고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한 리비아 상공의 비행금지구역에서 군사행동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

여기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이중잣대 문제도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예멘과 바레인, 시리아 등지에서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무력동원과 민간인 학살이 일어나고 있고 야당 등이 국제사회에 군사 개입을 요청하고 있다.

리비아와 달리 바레인 등은 특히 미국의 석유 패권이 상당히 공고히 되어 있다. 이런 국가에서도 연일 민간인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인데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서방국가의 태도는 리비아 공습의 명분과 정당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오리무중 리비아, 어디로 가나?

서방 연합국들 내부에서 군사적 목표가 서로 상이한 가운데, 리비아 사태의 해법은 점점 더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선, 현재로는 카다피 군을 완전히 제압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현 상황에서 프랑스 등의 독자적 군사행동이 국제적 지지를 받기도 어려워 보여 교착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반군에 무기지원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반군 세력이 단일하지 못하고 특히 압둘 잘린 전 법무장관이 이끄는 국가위원회에 대한 리비아 민중의 지지가 확고하지 못하다. 이들은 지난 40년간 카다피 정권의 수혜자로 배신자라는 낙인과 함께 이들이 주도하는 국가위원회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알카에다 등 이슬람 세력들이 반군에 가담했다는 정보도 있어 무기제공을 꺼린다는 분석도 있다.

때문에 리비아를 동서로 분할하는 방법이 고려되고 있다. 카다피 세력을 트리폴리가 있는 서부지역에 묶어 두고, 동부지역에 반군 거점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보호해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도 서방 내부에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프랑스 등은 카다피 축출이 실질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이 같은 방안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서정민 교수는 “현재로서는 동서로 나뉘는, 즉 비행금지구역을 경도를 기준으로 동서로 나누고 두 체제를 인정하는 쪽으로 갈 확률이 가장 높다고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서방의 일부 국가들은 카다피 정권의 온건한 세력 즉 둘째 아들과 같은 친서방 지도부 중의 한 일원과 접촉을 통해서 어느 정도 타협과 화해의 노력을 벌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그

리비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홍석만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Chong

    정제와 경제 잘 구별 하시도록....

  • Mr Pink

    이 와중에 독재자의 미사일과 총탄에 죽어나가는 리비아 시민들의 인권보다 석유와 이권의 향방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자들은 오히려 너희 반미파쇼들이 아닐까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