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핵발전이 태생적으로 핵무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양쪽 모두 인류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재앙 그 자체, 즉 평화적이거나 대안적일 수 없는, 존재 안에 절멸을 예고하고 있는 에너지라고 규정했다.
핵발전은 핵무기의 다른 이름
발제를 맡은 수열 사회진보연대 정책위원은 “원자력 발전은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안된 에너지원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라는 핵무기의 ‘수평적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타협안이었다”고 설명했다. 1945년 미국의 히로시마 원폭투하로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고 이런 상황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1953년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을 제시하게 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이를 감시하여 무기 제조를 방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수열 정책위원은 핵발전이 역사적으로뿐 아니라 기술구조적으로도 군사용과 분리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평화적으로 핵을 이용한다고 하다가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한 사례”이며 “한국 역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해 2004년 플루토늄 추출연구를 중단당하는 등 핵발전을 진행하는 많은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 기술에 해당하는 실험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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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자로 나온 신현원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활동가는 이러한 “핵발전 기술과 핵산업 시설은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공생의 기초를 파괴할 뿐 아니라 생명 그 자체를 절멸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죽음의 과학기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핵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절망의 생산”으로 “고도의 기술과 에너지의 집중적 투입이 불가피한 핵발전 과정에서 엄청난 환경오염과 대형사고의 가능성은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문제가 많은 핵발전소들의 건설이 강행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영찬 노동사회과학연구소 활동가는 “이윤에 눈이 먼 자본가들의 논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것도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독점자본들의 이윤추구를 국가가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며 “반면 노동자, 민중은 이윤보다 인간이 우선하는 사회, 핵발전소 없는 세상을 원한다”. 여기에 노동자, 민중과 반핵운동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
“반핵운동, 노동운동과 연계돼야”
이처럼 이날 토론회에서는 반핵에 대한 운동 진영의 공동 대응을 강조하며, 지금껏 생태운동으로 국한해 진행돼 온 반핵운동과 노동운동 간의 연결고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수열 정책위원은 “핵발전소와 핵무기의 문제가 결코 따로 떨어질 수 없는 문제라면 운동 진영의 대응 역시 통합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반핵운동이 핵발전소 반대를 중심으로 한 환경시민운동 진영의 것으로 그 위상이 축소 정립되었다”며 “핵에 대한 맹목을 깨고 민중운동의 적극적인 자기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핵운동이 본질적으로 노동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운동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장호종 다함께 활동가는 “완전한 핵폐기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요구는 개혁주의적 요구에 가깝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중운동은 필연적으로 체제 전환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 없는 세상’을 이루려면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며 핵발전과 핵무기 경쟁에 매달리는 이 체제와 지배자들의 저항을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는 “한국의 반핵운동은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 운동과 결합돼야” 하며 “이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힘을 지는 노동계급 운동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원 활동가는 핵발전소에서 위험하고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저항이라는 측면에서 노동운동과 반핵운동의 연결고리를 찾았다. 신현원 활동가는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이중삼중의 하청구조 속에서 불안정한 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을 뿐 아니라 심각한 저임금과 착취의 사슬에 묶여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린당하고 있다”며 “국가경제의 부흥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호흡할 수 있는 노동, 노동자들의 존엄과 생명, 그리고 정의와 공존을 실현하는 노동의 미래를 열기 위해 위험 그 자체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들이 더 늦기 전에 시작돼야 한다”고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과 한반도 비핵화,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어쨌든 이들 역시 핵발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 전환은 당위적으로 가야할 길이라는 데에는 여타의 환경운동 진영과 마찬가지로 이견이 없었다. 수열 정책위원은 “핵발전의 비중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2.4%, 한국의 에너지 소비의 6.3%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와 같은 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더라도 대체불가능한 수준이 아니며 핵발전을 유지해야 할 불가피한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가동 중인 핵발전소를 조기 폐쇄하고 재생에너지의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는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은주 진보신당 정책연구원은 “‘건강한 생태계’를 바탕으로 한 녹색 경제로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을 제거하고 노동자 및 지역 사회의 이익과 노동기간의 손실 없이 고용이 유지되도록 하는 ‘정의로운 전환’” 모델을 제시했다. 강 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탈핵도 ‘원자력 카르텔’의 해체와 함께 일련의 고용상의 변화를 수반하게 될텐데, 그것이 2~3년 사이에 강요되는 정리해고가 아닌, 20~30년을 소요하는 탈핵 과정과 함께 이루어지는 녹색 일자리 전환이 되도록 하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의 실현”이라며 “지역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늘리는 대안적인 에너지원 믹스를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산업 영역의 재편으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고용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영역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일방적 군축”을 주장하기도 했다. 수열 정책위원은 “지금과 같은 절대적 전력의 차이는 수많은 국가들이 절멸의 무기 경쟁에 뛰어들도록 만드는 유인이 된다. 한반도 역시 미국의 핵 우위 정책이 유지되고 대북 압박정책이 강화될수록 북한의 핵무기 개발 시도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군비통제나 군비축소를 위한 국가간 협상에 기대하기에 앞서 한국에서부터 반전반핵 운동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권 사회당 언론홍보위원장은 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정부가 북한의 급변사태를 대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정책 방향을 바꾸고, 6자회담은 한반도의 남북 양국과 일본 등 3국이 비핵공동선언을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국이 비핵화 유지를 보중하는 이른바 ‘3+3 비핵평화체제’ 수립으로 종결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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