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한국, 필리핀에서도 ‘노조 탄압’

필리핀 한국기업 해고 노동자, 두 번째 한국 방문 투쟁

필리핀 한국기업 필스전(Phils Jeon)의 해고 노동자 Merly Solano 씨와 Arenel씨가 4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찾았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해고된 지 5년이 지났지만, 회사와 한국 정부는 여전히 이들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고 후인 2007년, 노동자들의 농성 과정에서 사측은 부당한 폭력을 휘둘렀지만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지금까지 회사는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주)KB물산, 필리핀에서 5년째 ‘노조 탄압’

필리핀 한국기업 필스전은 (주)KB물산의 자회사다. KB물산은 1990년대부터 필리핀 가비테 수출가공지역에 의류를 생산하는 필스전을 운영하고 있다.

270여 명의 필스전 노동자 중 200명에 달하는 노동자들은 지난 2005년, 필리핀 노조법 상의 절차를 거쳐 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사측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1년여에 걸친 노동자들의 단체교섭 요구도 외면해 왔다.

때문에 노조는 2006년 9월, 파업에 돌입했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단체교섭이 아닌 집단해고였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차장은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회사는 이들에게 공문을 보내 파업에 참여할 경우 무단결근으로 간주해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다”며 “결국 파업에 참여한 120명의 노동자들은 전원해고 됐다”고 설명했다.

해고된 노동자들은 회사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8개월 동안의 농성 기간 동안 그들은 사측의 폭력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2007년 8월 6일, 농성장에 있던 2명의 여성 노동자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속옷 차림으로 길가 물 웅덩이에 버려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8개월간의 농성이 끝나게 됐다.

  필스전 농성장 철거 [출처: 국제민주연대]

이후 필스전 노동자들은 4년에 걸친 복직과 노조인정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사측은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4월, 한 번의 교섭이 개최되기는 했지만 사측의 요구안은 노동자들의 ‘사과’였다. 나현필 사무차장은 “회사는 교섭에서 노동자들에게 ‘회사와 한국 모기업, 한국의 인권단체 등에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는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며 “노동자들이 사과를 하고 회사의 노조 불인정을 받아들일 경우에만 재고용을 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부끄러운 한국...4년째 ‘확인중’

필스전(Phils Jeon)의 해고 노동자 Merly Solano 씨와 Arenel씨, 그리고 국제민주연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륭전자분회 등은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주)KB물산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의 인권침해와 부당해고 등을 규탄했다.

Merly씨를 비롯한 필스전 노동자들은 이미 지난 2007년 9월, 한국을 방문해 사측의 폭력행위를 규탄하고, 한국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연락 사무소(연락 사무소)에 KB물산을 제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KB물산 사측과 마찬가지로 연락 사무소 역시 4년 째 ‘확인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며 문제 해결을 회피하고 있다.

Merly씨는 “어제 연락사무소와 면담을 진행했지만, 그들은 현재 제소돼 있는 상태기 때문에 의견을 밝히는 것은 적철치 않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그럼에도 그들은 한국과 필리핀의 노동법이 다르니 어렵지 않겠냐는 무책임한 말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때문에 아시아 초국적기업 감시 네트워크 등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우리는 더 이상 한국정부와 (주)KB물산의 무책임하고 비열한 시간끌기를 용납할 수 없으며, 특히 한국정부가 OECD회원국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필리핀과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 인권단체들이 필스전 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하는 것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4월 18일, 한국을 방문한 필스전 해고노동자들은 오는 5월 3일까지 한국 노동, 시민단체와 연대 투쟁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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