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뜻 거스르는 의회 필요없다”...전국서 주민발의 활발

서울이어 경남, 충북, 강원까지..주민발의로 교육조례 제정한다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가 성사된 데 이어 전국 각지에서 ‘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주민발의 운동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경남과 충북 지역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선언했고, 강원도에서는 23일 고교평준화 조례 주민발의를 청구했다. 서울에 이어 해당 지역에서도 주민발의 성사 소식이 들려올지 주목된다.

경남, “도의회, 3년 동안 학생인권조례 무시했다”

지난 12일 경남지역 88개 시민단체는 ‘학생인권조례제정을 위한 경남본부(경남본부)’를 구성하고 주민발의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경남본부는 선언문을 통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학생들이 편견과 낙인 그리고 성적 경쟁의 들러리에서 벗어나서 학생의 인권과 권리를 보장해주고자 한다”며 “도민들의 힘찬 출발이 학생인권조례 제정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남에서는 이미 2008년부터 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시작하여 2009년 6월 전국 최초로 조례제정안을 완성한 바 있다. 하지만 조례제정 시도는 ‘보수 교육청’의 벽에 번번이 부딪혔다.

앞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운동을 주도해 온 경남교육연대는, 2009년 12월 경남교육위원회에 청원을 하는 등 의원 발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 제정운동을 전개하였으나 2010년 6.5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리가 미뤄지면서 자동 폐기됐다.

경남본부에 참여하고 있는 안호형 전교조경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더 이상 조례를 늦출 수 없어서 어떤 방법으로든 해보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주민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교육감은 절대 안한다고 했고, 의원발의 아니면 주민발의밖에 없는데 주민발의가 좋겠다고 의견이 모아져서 시작하게 됐다”는 것.

경남본부는 12일 발표한 선언문을 통해서도 “현재 경남도교육감과 도의회 의원의 발의를 통한 학생인권조례 제정 방법은 시급성과 당위성에서의 인식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여 결국 주민들의 뜻을 묻고 동의를 얻어서 강력하게 주민발의로 경남학생인권조례 운동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해볼 수 있다는 것도 주민발의 방식을 택한 또 다른 이유이다. 안호형 수석부지부장은 “조례가 제정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인권의식이 높아지는 건 아니지만 여러 주민들한테 조례를 알리고 설명하면서 조금이라도 인권의식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며 “주민발의 방식이 힘들긴 하지만 학생 인권에 대해 동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실제로 전교조 경남지부는 현재 경남지역 각 시군을 돌며 학생인권조례 제정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경남지역 순례는 지난 16일 김해에서 시작돼 마산, 밀양, 창원, 진해, 거창까지 진행됐으며 오는 6월 10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경남본부는 지난 18일 경남교육청에 대표자 신고를 마쳤으며 현재 증명서 교부를 기다리고 있다. 경남도교육청이 증명서를 교부하면서 주민발의 청구운동의 시작을 공표하면 서명운동이 시작되며 경남본부는 이후 6개월 동안 경남지역 유권자의 1%인 2만4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야 한다. 청구운동 시작은 이번 주 안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북, “도의회와 교육청에 기대할 것이 없다”

한편 충북에서는 학생인권조례 마련을 위한 첫걸음을 이제 막 뗐다. 전교조충북지부,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 등 충북지역 43개 시민사회단체는 19일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충북본부)’를 발족하고 인권이 꽃피는 새로운 교육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출처: 충북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본부]

충북본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건행 전교조충북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육 시장화 정책, 입시경쟁 체제 하에서 학생들의 기본권이 훼손되고 아동 청소년기에 누려야 할 행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학생인권조례 필요성에 대한 제시민단체들의 공감이 이루어져 작년 9월부터 구체적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학생인권조례운동 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충북본부가 주민발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지역 의회나 교육청에 이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건행 집행위원장은 “다른 지역은 의회나 교육감이 발의하는데 충북은 그런 여건 조성이 안 돼 있다”며 “주민발의 성공 여부를 떠나 교육자치 정신을 실현하는 운동의 개념으로 주민발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후 충북본부는 UN아동권리협약, 헌법, 교육법령, 이미 만들어진 타 지역 조례안을 바탕으로 올 8월쯤 충북학생인권조례안을 마련해 충북도교육청에 주민발의를 신고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교사,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강연회, 토론회, 캠페인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강원, “20년 염원한 고교평준화 막아...도저히 안 되겠다”

강원도에서는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신철수)가 고교평준화조례를 보류시키자 강원도 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고교평준화조례를 발의하기 위한 청구서를 강원도교육청에 제출했다.

4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교육공공성 실현을 위한 강원교육연대(이하 강원교육연대)’는 23일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가 고교평준화 기본 조례 도입을 사실상 반대했다”며 강원도의회 교육위원회의 고교평준화 기본 조례 계류 결정을 규탄하고 “강원도민의 힘으로 고교평준화 주민 조례를 발의할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출처: 강원교육연대]

유재춘 강원교육연대 집행위원장은 “민병희 교육감이 당선되면 당연히 평준화가 되는 줄 알았는데 교과부가 도의회로 공을 넘기고 도의회는 또 5월에 교육청이 제출한 조례를 계류시키고 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주민발의를 하기로 했다”며 “강원지역에서 평준화 운동의 역사가 20년 됐고, 어느 때보다 평준화 열망이 높은 만큼 한 달이면 주민발의 성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강원교육연대는 이달 준비기간을 거쳐 내달 초부터 주민조례를 발의하기 위한 1만2천600여명의 서명을 받아 오는 7월 열리는 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유재춘 집행위원장은 “고교평준화 주민 조례 발의도 교육위원회가 계류 또는 부결시킨다면 부결시킨 교육위원에 대한 주민소환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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