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국민투표, 원전 부활 “반대 94%”

수도 민영화, 총리 형사재판 법정출두 면제도 부결

이탈리아에서 13일(현지시간), 원자력 발전의 재개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94%가 반대표를 던져 원전 부활 시도가 중단됐다. 이번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천700만 명 가운데 57%가 투표에 참여해 국민투표 정족수인 50%를 훌쩍 넘겼다.

또, 원전 재가동 외에 함께 국민투표에 붙여진 총리와 장관에 대한 형사재판시 법정출두 면제 및 수도 사업 민영화(2개) 등 총 4개의 정부 주도 법률에 모두 95% 이상 국민이 반대표를 던졌다. 베를루스코니 정권은 지난 몇 주간 이 국민투표를 보이콧하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으나 지난 1995년 정족수 조건이 붙여진 이래로 처음으로 50%를 넘겨 57% 국민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탈리아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다음해인 1987년 국민투표로 원자력 발전을 중단했다. 이번 국민 투표는 후쿠시마 제1 원전사고 이후인 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다. 이탈리아 정부는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원전 건설을 일시적으로 동결했지만, 베를루스코니 정권은 장기적으로 이것을 부활시켜 몇 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을 가졌다.

또한 총리와 장관의 형사소추 면제법도 직무와 관련한 형사재판이 있는 경우 총리와 장관이 법정에 출두하지 않을 특권을 준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미성년자 성관계 등 현재 직면하고 있는 4개의 재판에서 총리가 자신을 비호하기 위한 법률이라는 비판을 강하게 받아 왔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법률은 수도 민영화에 대한 법률이었다.

따라서 원전 문제를 포함한 일련의 국민투표 결과는 베를루스코니 보수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 고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3일 패배를 선언했다. 이 총리 정부는 성명에서 “각각의 국민 투표의 주제에 대해 국민들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와 의회는 이 결과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투표의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단순히 반대투표 수가 일방적으로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보수연립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대패하고 불과 몇 주 밖에 지나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여당은 의회에서 여전히 다수를 쥐고 있지만, 총리의 인기는 지난 몇 개월 동안 하락을 계속하고 있어 이번 국민투표 결과로 이탈리아 정계의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민투표 참여를 호소해온 중도좌파 야당은 개표 결과에 환호하고 있다. 최대 야당인 민주당(PD)의 베르사니 대표는 개표결과는 정치적 변혁이 불가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번 이탈리아 국민투표의 결과로 원전 부활시도가 중단되면서 유럽에서는 “탈원자력 발전”의 흐름이 한층 더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의 영향으로 독일이나 스위스에서는 원자력 발전의 폐지를 결정한 바 있어 이번 이탈리아의 결정도 다른 나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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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 원전 ,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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