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원 노동자 죽어나가도...한전은 15억 ‘금품수수’

건설노조, “한전, 불법하도급 묵인하고 전기원 노동자 안전 외면해”

지난 10일, 한국전력공사(한전) 직원들의 무더기 뇌물수수혐의가 밝혀지자 전기원 노동자들이 불법하도급 근절과 안전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강서경찰서는 10일, 한국전력 공사감독관 등 관계자 100명이 약 15억 상당의 금품 수수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감독관 등이 불법하도급 실태를 묵인해주고, 공사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공사대금의 2~5%에 상당하는 뇌물수수와 술, 골프 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뇌물 액수가 많은 한전 직원과 8억 원 이상의 뇌물을 공여한 업자 등 5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인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실상 전기공사를 발주한 한전과 배전업체 간의 비리는 공공연히 이어져왔다. 김인호 경기도전기원지부장은 “한전과 사업주와의 비리는 사실상 20년 전부터 문제시 돼 왔으며, 이미 40년 전부터 이어오던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전과 사업주의 결탁은 불법하도급 묵인과 특혜 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현장노동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6년, 한전은 업주들의 요구로 ‘현장 실사심사제도’를 폐지했다. 업체의 배전현장을 방문해 적정인원과 장비 등을 심사해 인가를 내 주는 방식이 아닌, 서류심사만으로 업체를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김인호 지부장은 “업체가 적정인원을 속여 한전에 서류를 제출해도 인가가 나기 때문에, 현장은 항상 노동력이 부족하다”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업체가 일거리가 있을 때마다 전기원 노동자를 일용직으로 채용하는 것과, 안전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전국 20,000명의 배전공 전기원 노동자 중 지난 2년 동안 무려 50명의 전기원 노동자들이 배전현장에서 사망했다. 감전과 추락사가 가장 많았으며, 폭발, 전도, 붕괴 등의 사고도 빈번했다.

때문에 전국건설노동조합은 12일 오전 10시 30분, 한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전현장 노동자는 죽든말든, 한전은 부정부패로 제 잇속만 챙기고 있다”며 규탄했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지난해 9월, “전기, 건설업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약 2조 5천억원을 집행하고, 전기 건설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며 지속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작업현장 재해 Zero화’를 달성하고자 이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하지만 노조는 “해당 예산은 업체 이익에만 편성됐고, 전기원 노동자들에게는 그 혜택이 전혀 돌아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금철 건설노조 위원장은 “불법하도급이 공공연한 상황에서, 전북지역 전기원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했지만 한전은 이를 외면하며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노조 전북지역 전기원 노동자들은 ‘적정보유인원 확충과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현재 200일이 넘게 길거리에서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배전단가업체들의 노조 탄압과 한전의 면담 거부 등으로 파업사태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편 기자회견단은 “한국전력은 지금 즉시 ‘현장 실사심사제도’를 부활하여 배전현장의 적정 편조인원 투입 확인과 불법 하도급 근절에 나서야 한다”며 “또한 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팔을 걷어부쳐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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