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셋 중 둘, 사측 ‘아바타 노조’

민주노총서 분화된 복수노조 66%, ‘사용자 지배개입’...교섭창구 단일화 폐해

복수노조법 시행이후,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 90개 중 66%가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따라 설립됐거나 친사용자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1일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전국에서 322개 노조가 설립신고서를 제출했으며, 이 중 한국노총에서 분화한 노조는 37.3%(120개),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는 27.9%(90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노총 역시 소속 가맹, 산하조직을 대상으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50개 사업장에서 복수노조법 시행 이후 한 달 동안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설립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90개의 노조 중, 과반수 이상이 사용자의 지배개입이 이뤄지거나, 지원을 받는 것으로 드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제도’에 따른 제도적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어용노조 설립 본격화, 사용자 지배개입과 교섭권 침해사례도 증가

민주노총은 23일, ‘복수노조 도입에 따른 사용자 지배개입 양태와 시사점’ 이슈페이퍼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50개 복수노조 설립 사업장 중 기존 노조와의 노선차이 등 노조 내부 갈등에 따른 분화는 9개소(18.0%)에 불과한 반면,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따라 설립된 어용노조거나 친사용자 성향을 보이는 경우는 33개소(66.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KEC의 경우, 지난 3월 관리자가 주도해 금속노조 집단탈퇴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재건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복수노조 건설을 표방한 바 있다. 또한 회사는 ‘비상대책준비위원회’의 복수노조 설립 활동을 지원하는 한편, 금속노조 KEC지회의 활동은 원천적으로 봉쇄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역시 복수노조 설립 이후, 관리자가 신규노조 조합비 공제신청서를 들고 다니며 조합원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성원 개발의 경우에는 지난 7월 19일, 노조탈퇴 총회 개최의 대가로 회사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전직 분회 간부를 중심으로 신규노조가 설립신고를 제출했다.

  유성기업은 지난 7월 27일, 아산공장 정문 옆 담벼락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문'을 부착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작업에 나섰다. [출처: 미디어충청]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사측이 조합원 개인의 동이 없이 기존노조 탈퇴 조합원 명단을 신규노조에 제공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인천지하철과 대구지하철 등에서는 일부 관리자가 신규노조 가입을 종용하거나, 개별면담과 전화를 통해 신규노조 가입을 지속적으로 권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사용자 지배개입을 통한 어용노조의 설립이 △관리자가 주도하는 노골적인 복수노조 설립 △신규노조 편의제공 △기존노조 탈퇴조합원 명단 제공 △개별면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사용자 주도로 복수노조가 설립된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기존 민주노조의 교섭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창구단일화 절차를 이유로 사측이 7월 1일 이전부터 진행돼 온 교섭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사용자가 자율교섭을 선택해 신설노조에 우호적인 교섭을 펼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금속노조 청우지회의 경우, 복수노조가 설립되기 전부터 사측이 의도적으로 교섭을 지연해 오다 복수노조 설립 직후 ‘창구단일화’를 요구하며 교섭을 거부한 바 있다. 창구단일화 절차 개시를 요구하며 기존 노조와의 교섭을 전면 중단한 경우 역시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등에서 폭넓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금속노조 센트랄지회는 사측과 신기계 도입 관련 교섭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사측은 신규노조 설립 일주일 만에 신규노조와 합의가 이뤄졌다며 일방적으로 해당 합의내용을 시행했다. 남부 발전의 경우, 기존 민주노조를 배제한 채 오직 신규노조만을 대상으로 퇴직연금제 시행 및 필수유지업무 100%(무파업)에 합의하기도 했다.

‘교섭창구 단일화’제도, 자율교섭 침해와 소수노조 무력화
민주노총, “자율교섭 보장이 해법”


복수노조 시행 초기부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친 사용자 성향의 노조가 나타나는 것과 관련, 민주노총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방안’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현재의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전적으로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용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창구단일화 절차를 택하면 되고, 민주노조가 과반 이상이면 소수 어용노조를 만들어 자율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신규 설립된 민주노조의 경우는 출범과 함께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과반 이상’을 조직하지 못하는 경우, 탄입의 표적이 되기 때문에 신규노조 설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의 조사 결과, 7월 1일 이후 한 달 동안 민주노총에 합류한 신규노조는 18개소로 집계됐다. 하지만 18개 노조 중 10개 노조가 사용자로부터 △부당 전보 △승진 제외 △조합원 개별면담 △탈퇴 종용 △유언비어 유포 △신규노조 불인정 △조합원 집중 부서 외주화 협박 등의 부당한 탄압을 받았다. 또한 노조 설립 과정에서 기존노조로부터 회유 또는 협박을 받은 노조도 17개소로 집계됐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제도시행 초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 어용노조 출현이 줄을 잇고 있는 사실 자체가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제도’가 누구를 위해 채택됐는지를 잘 보여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교섭창구단일화 제도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 함과 동시에 헌법에 보장 돼 있는 평등권, 노동 3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자율교섭 보장과 단체행동권 제한을 철폐하기 위한 해법으로 ‘자율교섭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한 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있는 경우 ‘자율교섭’을 진행하고 있어, 교섭관행은 오히려 ‘자율교섭 보장’에 합치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부가 2007년 발표한 ‘복수노조 병존 사업장의 노사관계 실태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당시 총 72개 사업장의 복수노조 중 92%인 66개 사업장이 자율교섭을 진행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개악 노조법은 민주노총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된 법으로, ‘노사정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거쳤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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