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만 4년 3개월 한 강정마을 주민들은 선사시대부터 역사를 간직한 구럼비 바위 유적이 발견되면서 해군기지 전면 백지화 주장을 강하게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해군으로부터 발굴용역을 맡은 ‘제주문화유산연구원’이 지난 7월부터 제주 해군기지 예정부지인 구렁비 바위 일대를 조사한 결과 청동기부터 탐라국 성립기의 주거지와 조선시대 집자리 유구가 최근 발견되었다.
유적이 발굴된 곳은 경찰이 지난 9월 2일 기습적으로 펜스를 설치한 중덕삼거리 인근과 해군기지 공사장 정문, 강정포구이다. 중덕삼거리 인근과 공사장 정문에서는 청동기 후기부터 기원 직후인 탐라국 성립시기 것으로 추정되는 원형 수혈실 집자리와 주혈식 소토 유구 등인 확인되었고, 강정포구에서는 조선시대 후기의 것으로 보이는 수혈유구(집자리)가 발견되었다.
해군 측과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측은 정확한 가치에 대한 평가를 미뤄두고 있지만,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것이 발굴되면 상상도 못할 유적”이라면서 “제주도 국가사적으로 탐라국 초기를 알 수 있는 제주 삼양동 유적에 버금가는 유적이 발견 된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제주 삼양동 유적은 제주시 삼양동 일대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이 진행되던 1997년에 발견된 이후 2년 이상의 발굴조사를 거쳐, 기원전 1세기를 전후한 시기의 집터 236곳을 비롯해 돌로 쌓은 담장, 쓰레기 폐기장 등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을 유적이 확인 됐다. 또한 당시 제주도 생활사를 확인할 수 있는 각종 유물들이 발견돼 제주도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보존되고 있다.
구렁비 바위 일대에 발견된 유적은 문화재 지표조사를 통해 일부가 발견되었지만,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 등 제주도 전 역사에 걸친 유적이 발견된 것이라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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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설 자리는 문화재 발굴 조사중이다. 이곳에 문화제가 발굴 돼 초록색, 노란색, 하얀색으로 표시되었다. |
“제주도 어디를 찾아봐도 구렁비 바위 유적과 같은 곳은 없어”
황평우 소장은 “제주도 어디를 찾아봐도 이곳과 같은 유적이 없다”고 운을 뗀 뒤, “보통 일부 시기 특정유적이 발견되는 것이 유적의 특징인데, 이곳은 유적 분포도가 7천여 년은 된다”고 밝혔다.
선사시대, 탐라국, 조선시대 등 제주도의 전 역사가 구렁비 바위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제주도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큰 문화적 유산이라 볼 수 있다.
또, 선사시대부터 7천여 년을 아우르는 유적이 구럼비 바위 일대에서 발견된 것은 강정천을 중심으로 하는 강정마을 일대가 예부터 살기 좋고, 물 좋은 지역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저지 도민대책위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가장 깨끗한 물이 흐르는 강정 일대는 7천여 년 전부터의 제주도민의 삶을 보여주는 역사적 공간이고 우리가 왜 이 곳을 지키고 보존하려하는지 그 이유와 정당성을 확인한 것”이라며 구럼비 바위 일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사라지는 것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경찰 강제 진압 , 펜스 설치는 '중대한 불법'
철저한 정밀조사가 재검토 돼야, 삼양동 유적만도 2년 걸려
황평우 소장은 지난 9월 2일 경찰의 강제 집행과 구럼비 바위 가는 길목에 펜스 설치에 대해서 ‘심각한 문화재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문화유적이 발견된 장소에 펜스를 세우기 위해 기둥을 박는 행위는 심각한 문화재 훼손으로 불법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기둥을 세우기 위해 땅에 구조물을 30센치미터만 박더라도 묻어 있는 유물들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현재 지표조사만으로도 유물과 유적이 나오는데, 정밀조사를 하면 더욱 많은 자료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펜스를 설치하는 행위는 성급하다는 것이 황평우 소장의 지적이다.
한편,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대책위는 ‘평화비행기’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구렁비 바위 유적 발견, 공사 중지’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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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황평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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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회는 “법을 위반하며 공사재개를 강행한 해군의 사죄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어 마을회는 “중대한 문화유산이 나온 것이 확인된 마당에 불법적으로 설치한 펜스를 철거하고 이를 막으려다 연행된 주민들을 모두 석방하라”는 요구를 해군과 정부 측에 냈다. 또, 해군으로부터 의뢰를 받은 제주문화유산연구원과 문화유적을 담당하는 문화재청에 적극적인 정밀조사와 부분 공사 시행을 승인한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강정마을회는 “문화재 발굴조사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부 조사가 완료된 지역에 대해 유물, 유구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법률은 근거로 들어 부분 공사 시행을 승인했다”면서 “그러나 해군기지 공사 현장 곳곳에서 문화유적이 발견되는 상황이라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의 문헌에 따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공사를 즉시 중지 시켰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법률 제31조 제7항에 의하면 위 사항을 위반할 시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있다”면서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구렁비 바위 유적 발견으로 강력한 조사와 해군기지 공사 중지 등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앞으로 문화재 조사에 있어서 지도위원회와 주민설명회 등에서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문화재 전문가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문화재청, 제주문화유산관리원 등은 모두 고고학 전문가이지만 국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역 주민이 추천하는 문화재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이명박 정권과 해군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정마을 주민들은 구럼비 바위 유적 발굴에 크게 기뻐하면서도 해군에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한 주민은 “해군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생각하면 끔찍하다”면서 “그러나 진실은 숨길 수 없다. 해군이 설마 했지만, 이렇게 유적이 나온 마당에 더 이상 공사가 진행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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