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년 정다우리, 강정마을 표류기

[인터뷰] 최연소 강정마을 지킴이, 4개월의 기억

18세 청소년 정다우리 씨가 ‘해군기지 반대’를 주장하며 강정마을에서 약 4개월을 살았다. 해군기지 반대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활동가 중 최연소다.

최연소 강정마을 지킴이지만, 취재는 최고로 어려웠다. 인터뷰를 하면 에둘러 말하거나 형식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다우리 씨는 자기 검열 없는 솔직한 이야기들만 쏟아냈다. 조금 감상적인 질문을 하면 민망하다며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신신 당부했던 것은 ‘솔직한 인터뷰 기사’를 써 달라는 것이었다. 또 반드시 자신이 보내준 것으로 얼굴 사진을 넣어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그에게선 사춘기 소년티가 난다. 18세 소년이 강정마을로 표류해 4개월 동안 무엇을 느끼고 행동했는지 솔직한 이야기들을 엮어본다.

사진과 기타가 좋은 18세 청소년, 무작정 강정마을로

다우리 씨는 지난 5월 18일, 강정마을에 짐을 풀었다. 제주도를 혼자 여행하던 중, ‘강정마을에 한번 가보는 게 어떻겠냐’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해군기지를 비롯한 사회 문제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무작정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계획에 없었던 방문인 만큼, 이렇게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게 될 줄은 몰랐다.

[출처: 정다우리]

“제주도에서 자전거여행을 하고 있는데, 부모님이 한 번 강정마을에 들러보라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목사님이시고, 강정마을에서 활동하고 계신 목사님과도 친분이 있으시거든요. 저는 원래 사회문제에 관심 없었어요. 해군기지 문제도 잘 몰랐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한 번 와 본거예요. 근데 이렇게 오래 있게 됐네요.”

그런 그가 홀로 4개월 동안이나 강정마을에 머무른 이유를 물어봤다. 대답은 간단했다.

“일단 집에서 나온 게 좋잖아요. 여기 형들도 많고...”

4개월 동안이나 강정마을에 있었다면, 그 나이 또래의 대부분이 다니는 학교는 어찌했을 지 궁금했다. 예상대로 다우리 씨는 진작 학교를 그만뒀다. 대신 여행을 다니고, 혼자 공부를 하고, 사진을 찍는다. 특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외신 기자들과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곧잘 하기도 했다.

“학교가 자율적이지 못한 것이 싫었어요. 그러다보니 선생님이랑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었죠. 중학교 때 학교를 그만뒀어요. 그러고 나서 2달 간 필리핀을 여행했고, ‘생명누리’라는 단체를 따라 2달간 인도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방과 후 활동을 하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아이들을 모아 춤을 추거나 카드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평소에는 공부도 하고 일도 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읽어요. 소설책을 좋아해요. 그리고 오후에는 농사일을 도와요. 아버지가 목사이신데 농사를 지으시거든요. 영국 음악을 좋아하고, 취미생활로 기타도 쳐요. 축구도 좋아하는데 프리미어리그를 주로 봐요. 그리고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것은 사진을 찍는 거예요.”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다우리 씨는 4개월 동안 강정마을 사람들과 사건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인터뷰 내내 까칠했던 그는 사진 얘기가 나오니 절로 이야기가 많아졌다. 사진을 보여 달라고 조르자, 카페에 올렸던 사진을 차례로 보여준다. 색감과 분위기가 좋은 사진들이다. 5개월간 강정에서 기록해온 이야기들이다.

강정마을에서 본 ‘사람들이 사는 세상’...5개월을 있게 한 힘

무작정 강정마을을 방문한 다음날, 일이 터졌다. 구럼비 해안의 할망물 식당을 철거하라며 경찰이 들이닥쳤다. 당시 현장에 있던 8명의 사람들이 연행 됐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충격이 컸다. 아직 강정마을에 정을 붙이기도 전에 발생한 일이었다.

“너무 놀랐어요. 사람이 연행되는 것은 처음 봤거든요. 그걸 보면서 막 흥분이 됐어요. 내가 보기에도 그렇게 연행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든요. 이곳은 매일 이러는구나 생각을 했어요. 그 후에도 공사하는 사람들이랑 매일 부딪히고 싸웠어요. 저는 해군기지 공사를 막으려는 사람들을 뒤에서 도왔고, 장면들을 사진으로 찍고 했어요.”

[출처: 정다우리]

8월 24일, 강동균 마을회장을 비롯한 3명의 주민이 연행, 구속됐고, 9월 2일에는 대규모의 경찰병력이 투입해 35명을 연행해 갔다. 다우리 씨는 현장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다. 사회 문제에는 아무 관심도 없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사회’라는 생생한 현장이 다가온 계기였다. 강정마을 사람들의 분노가 곧 그의 분노가 됐다.

“8월 24일 강동균 회장님이 연행됐던 날 혼자 공사장에서 울었어요.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면서 눈물이 나오는 거예요. 그때 쫌 많은 것을 느꼈어요. 주민들이 사는 땅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거잖아요. 근데 주민들의 동의도 받지 않았어요. 공사하면서 자연도 파괴되고 생명체도 다 죽어요. 아무리 민군복합형 기항지라고 해도 강정에는 절대 들어올 수 없어요.

대한민국 국민들도 바보예요. 아무리 여기가 작은 섬이라지만, 자신의 일 아니면 관심이 없어요. 해군기지가 들어왔을 때의 여러 가지 문제가 곧 자기 일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심각성을 모르고 있잖아요.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우리 씨는 이제 점점 다른 이들의 삶을 볼 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삶과 내 삶이 얽혀 그것이 또 사회라고 불린다는 것도 깨달았다. ‘봉사’가 아닌, 강정마을의 일에 주민과 같이 분노하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 살면서 너와 내가 ‘우리’가 됐던 시간들이 그의 고민을 깊게 만들었다. 또래에 비해 빠른 경험이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다른 사람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내 일에만 관심 있었는데 경찰과 해군이 하는 짓 보고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이나 이야기가 계속 발생하는데, 정말 사회가 이런 부분이 있구나 하고 느껴요.

사회의 모순적인 부분도 봤어요.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 경관 선정을 위해 난리를 치는데 정작 해군기지를 만들면서 자연을 다 파괴시켜요. 그건 정말 모순적이고 미친 짓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생각이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시 강정 땅을 밟을 날을 기다리며...
“다시 올 때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다우리 씨와의 인터뷰 하루 후인 9월 21일, 마을회관에 긴급한 소식이 전해졌다. 누군가가 혼자 강정포구에서부터 헤엄을 쳐 구럼비 바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펜스로 둘러싸여 육지로는 통할 수 없는 구럼비 바위. 그 곳을 밟기 위해 헤엄을 쳤다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강정포구 현장에 도착했다. 헤엄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니 ‘다우리’라고 했다.

9월 22일은 다우리 씨가 강정을 떠나는 날이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구럼비 바위를 마지막으로 밟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강정포구에서 구럼비 바위까지 헤엄친 뒤 즐거워하는 다우리.

20일, 인터뷰 진행 내내 다우리 씨는 동영상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떠나기 전에 주민과 활동가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고 했다. 마을 주민을 비롯한 활동가들 100여 명의 사진 하나하나를 편집했다. 떠나기 전날 밤, 촛불 집회에서 상영될 동영상이다.

“떠나는 거 섭섭하죠. 여기 와서 사람들이랑 잘 어울리는 법도 배웠고, 정도 많이 들었는데... 특히 구속된 동원이 형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너무 마음에 걸려요. 그래도 집안 사정도 있고, 올라가서 공부도 더 하고 싶어서 일단은 올라가요. 그렇지만 꼭 다시 내려올꺼예요.”

떠나기 전날 밤 촛불집회. 다우리 씨는 주민과 활동가들을 위해 영상을 상영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그가 선곡한 노래는 ‘바위섬’과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다. 구럼비 바위와 함께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며 고심 끝에 선택한 노래다.

그렇게 사람들과의 마지막 인사를 했지만, 다우리 씨는 또 다시 강정마을에 돌아올 것이라는 결심을 한다. 특히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해, 돌아왔을 때는 변하지 않은 강정마을을 멋있게 찍고 싶다고 한다.

“집에 가면 사진 공부를 열심히 할 생각이예요. 다시 강정마을로 돌아와서 더 멋진 사진을 찍고 싶어요. 제주도 사투리를 많이 배우지 못하고 가서 섭섭해요. 근데 너무 어색해서 못하겠어요. 연습을 해야 하는데...

그리고 다시 강정에 돌아왔을 때는 이곳의 모습이나 사람들이 어떻게든 변하지 않은 채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정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그게 제 바람이예요.”
(미디어충청, 참세상 합동취재팀)

[출처: 정다우리]
태그

해군기지 , 강정마을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제주=정재은, 윤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 111

    나랑 거의 빗스하네
    그러나 해군기지 반대
    난 고엽제 미군들 꺼지라오 나가라 ...글
    쓰기로 아니 1948.4.3 미군들 나가라가 있다오
    부터 시작 내가 훨씬 앞서가 있다

    해군기지는 건설이된다.

    울릉도도 해군기지 건설이된다.. 독도 분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 ..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없으면

    제주도는 스스로 지켜야하는거야
    그게 거기 건설되는 해군기지의 역할이다.
    다신 윤회라는걸 안하게 될거야
    후손들에게서 조상욕 은 안들을테니.

  • 서울대학병원

    의료계의 도가니.
    동영상, 첨부파일 증거서류추가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112822
    꼭 서명합시다.
    일요신문 보도기사
    http://www.ilyo.co.kr/news/articleView.html?idxno=80406
    모른 척 지나치시면 나와 내가족들이 아플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 이상원

    저희 사촌형이에요 자랑스럽습니다. 형이 헤엄쳤다는건 얘기안해줬는데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