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마을, 구럼비 발파 ‘불허’ 총력전

제주도 주민설명회 무산돼... 경찰측 “서류상 문제없으면...”

국방부가 해군기지 설계 오류를 일부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럼비 바위 발파를 신청한 가운데 경찰측이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9년 국방부와 국토해양부, 제주도가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체결한 기본협약서가 이중 체결됐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번진 데다가 기지 설계 오류, 즉 15만 톤급 크루즈의 입항과 자유로운 선회 등이 불가능하다고 드러나자 강정마을회, 범대위, 종교계, 평화운동가 등은 구럼비 발파를 즉각 중단하라며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해군기지 육상공사 업체 대림산업이 지난 12월 1일 20톤가량의 화약을 사용해 구럼비 바위 일부를 발파 계획을 신청함에 따라 서귀포경찰서는 내일(7일)까지 허가 여부를 결정한다.

경찰서장 면담 ‘회피’... 마을회 반발
30분 면담서 경찰 “서류상 문제없으면 반려 어려워”
강정마을회장 “설계 오류 해군도 인정했는데 발파가 말이 되는가”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고권일 해군기지반대 주민대책위원장,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김종일 전 사무처장 등은 6일 오전 9시경 강호준 서귀포경찰서장 항의 면담에 나섰다. 강 서장에게 해군측의 구럼비 발파허가 신청을 반려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과 마을주민들의 뜻을 전달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강 서장과의 면담은 성사되지 않았고, 실랑이 끝에 발파 허가신청 여부를 담당하고 있는 김백준 서귀포경찰서 생활안전과장 등 실무자들과 면담이 이루어졌다. 강 회장 등은 “애초 어제(5일) 면담할 예정이었지만 경찰측에서 하루 미뤄달라고 해서 오늘 왔다”며 “그런데 경찰서장이 자리를 비우고 피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책했다.

30여 분간의 면담에서 경찰측은 서류상 문제가 없으면 발려한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내 논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 뒤 강 회장은 “경찰서장이 먼저 나서서 주민들과 대화를 가져야 하는데, 거꾸로 주민이 먼저 대화하자고 나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장이 회피했다”고 질타하며 “지금 현재 계룡대에서 해군기지 설계상의 오류에 대해 해군측이 인정한 상황에서 발파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 회장은 이어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는 경찰이라면 문제제기 하고, 충분히 발파 신청을 반려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발파 신청을 허가하면 주민간의 마찰과 강등이 뻔히 일어날 것을 알면서도 허가한다면 경찰은 직무유기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강 회장은 “발파 신청서를 보면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복합항 관황미항이라고 되어 있는데, 15만 톤급 크루즈도 못 들어오는 설계라는 게 증명된 마당에 무슨 민군복합항 관광미항이냐. 대국민 사기극 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제주도의 크루즈터미널 등 ‘주민설명회’ 주민 반발로 무산
해군기지 찬성 주민 4명, 공무원 등 20여명 참석
강정 주민 “순서 틀려도 한참 틀려... 당장 중단”


또, 해군기지 설계 오류가 확인되고, 제주특별자치도(우근민 지사)의 T/F팀 최종보고서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제주도가 서귀포시 강정항 크루즈터미널 및 함상공원 주민설명회를 열자 강정마을 주민들이 이를 무산시켰다.

제주도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 ‘서귀포 크루즈터미널 및 함상공원 조성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 사전환경성 검토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마을 주민들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검증도 끝나지 않았는데 무슨 주민설명회냐며 반발했다.

강동균 회장을 비롯해 마을 주민,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 등은 “순서가 틀려도 한 참 틀렸다”며 “계룡대에서 이뤄진 실무협의 과정에서 해군기지 설계상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고 해군도 인정했는데, 제주도가 주민설명회를 갖는 저의가 뭐냐”고 항의했다.

강 회장은 이어 “당연히 설명회는 보류되어야 하고, 당장 중단하라”고 강하게 요구했고, 마을 주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담당 직원에게 “이 사태를 누가 책임질 것이냐. 당장 못 벗고 나가라”고 고함쳤다. 또, 이날 공무원과 찬성측 주민 4명만 참석한 설명회가 ‘주민 설명회’냐며 비판했다.

윤상효 주민은 “해군기지 하겠다고 하다 2009년 민군복항형 관광미항이라고 했다 그것도 못 하고 벌써 3년이 흘렀다. 3년 동안 뭐 했냐”고 질타하며 “세계적으로 민과 군이 같이 쓰는 항구가 어디 있냐”고 따져 물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사진), 영화평론가 양윤모 씨를 비롯해 주민들은 곳곳에서 주민설명회를 중단하라고 항의했다. 결국 설명회가 무산됐고, 주민들은 집단 퇴장했다.

관련해 제주도 이양수 항만개발과 사무관은 “이번 설명회는 항만기본계획에 따라 첫 단추를 끼우는 것”이라며 “당장 사업에 들어가지 않고, 만약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사업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강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제주도정은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며 '요식행위'로 일관했다”며 “이미 첫 단추를 잘못 끼워졌고, 이번 설명회는 단추를 바로잡지 않고 다시 잘못 끼우는 것”이라고 비판, 결국 주민 설명회는 11시 15분경 중단됐다.

기자회견단, “제주도 침묵 말고 구럼비 발파 중단 나서라”
천주교연대, 구럼비 바위 발파 신청은 “파렴치한 행동”


종교계, 해군기지저지 범대위, 전국대책회의, 읍면동 대책위 등 12개 단체도 6일 오전 11시 30분경 해군기지 공사현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 발파 계획은 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공사 강행”이라며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단은 “제주도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자체 검증팀을 가동,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이 해군기지 항만에 입출항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여야 동수의 국회 예결특위 해군기지 조사소위에서조차 항만설계 오류를 지적하며 보완을 요구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인 절차도, 강정주민의 의견도, 심지어 제주도의 의견마저 깡그리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고 기어이 구럼비 해안에 대한 본격적인 발파를 강행하려 한다”며 “해군은 이제라도 항만설계 오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불법적인 공사와 구럼비 발파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주도, 정부, 정치권에 대해서도 구럼비 발파 계획 중단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우근민 제주도지사에게 “최근까지만 해도 해군의 구럼비 발파에 대해 제주도의 반대 입장은 단호해 보였지만 지금 해군이 발파허가 신청서를 접수한 상황에서 제주도정은 침묵하고 있다”며 “항만설계 오류가 확인된 상황에서 오히려 제주도가 먼저 나서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5, 6일 양일간 ‘전국 집중 생명평화미사’를 진행한 천주교연대도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럼비 바위 발파 신청과 제주 해군기지 공사 강행을 규탄했다.

천주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소망이며 한국천주교회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남녀 모든 수도회,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회위원회의 일치된 결정과 나아가 이 땅의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 국민의 한결같은 염원”이라며 “해군기지를 반대한다”고 전했다.

이어 구럼비 바위 발파 신청에 대해 “파렴치한 행동”이라며 “명백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우선 구럼비를 부수고 콘크리트를 퍼부어 놓고 보겠다는 해군과 건설자본의 탐욕과 무지는 어리석고 막중한 죄를 짓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평화운동가들은 해군기지 공사현장과 강정포구, 제주시내 곳곳에서 구럼비 발파를 불허하라는 내용을 담아 삼보일배, 1인시위 등을 이어가고 있다. (기사제휴=미디어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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