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착취...구사대 동원·성폭력·장시간 노동 시달려

“현장실습생 제도 폐지,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

작년 12월 17일, 광주 기아자동차 공장에서 고3 실습생인 김민재 씨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을 잃은 지 석 달 째. 여전히 실습생들의 노동 현장은 살인적인 인력공급 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사건 이후, 이채필 노동부 장관은 기아차 광주공장에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기도 했지만, 실습생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 혹은 폐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특별근로감독이 기아차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14일 발표한 현장실습생 관련 가이드라인 역시 법, 제도 개선만큼의 강제성을 가지지 못하는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전국금속노조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노동건강연대,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청년유니온 등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130호에서 무권리 상태의 산업체 현장실습의 대안을 찾기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사대 동원, 성폭력 시달려...장시간 노동 등 ‘노동착취’도

현장 실습생 문제는 짧게는 10여년, 길게는 40여 년간 이어져온 이야기다. 실습생 제도는 학교의 교육기자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963년부터 실시돼, 시작부터 교육적인 고려보다는 예산 부족의 이유로 시행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1993년에는 신경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3D업종에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공업계고등학교에 2+1제도를 도입하는 등 현장실습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기업의 도구로 전락했다.

때문에 현장실습 과정에서 성희롱, 폭력, 산재, 구사대 동원 등의 여러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 지난 2007년 7월, (주)세원테크가 노조원들의 조합사무실 출입을 막는데 3학년 실습생을 동원해 ‘공고 실습생들이 구사대로 동원됐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2002년에는 원주와 춘천에서 직장 상사가 각각 여자 실습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저임금과 산재, 하청,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제도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하인호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정책국장은 “산업체의 입장에서는 값싸고 말 잘 듣는 저임금노동자를 고용하는 방편으로 이뤄지고 있어, 현장실습을 통해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거나 최소한의 교육적인 배려가 이뤄지는 경우를 찾아보는 것은 어렵다”며 “이러한 제도의 문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교육인적자원부는 복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전교조 실업위원회가 지난 2011년 12월에서 2012년 1월까지 104명의 현장실습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실습학생의 약 30%가 야간노동과 휴일노동을, 40%정도는 잔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주당 노동시간은 49.6시간이었으며, 야간 노동시간은 월 26.6시간, 휴일 노동시간은 월 11시간, 잔업시간은 월 평균 25.1시간에 달했다.

최대값을 보면, 일일 노동시간은 14시간, 주당 노동시간은 84시간, 야간노동시간은 154시간, 휴일노동시간은 176시간, 잔업시간은 100시간에 달하는 등 일부는 살인적인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응답자의 12%가 휴식시간이 없다고 답했으며, 29.8%는 휴게공간이 없다고 답했다. 14.4%의 실습생들은 산업체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지 못했으며, 34.7%가 주말 중 하루는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37.5%에 달하는 실습생들은 안전장비나 보호구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으며, 폭언(18.3%), 폭행(5.8%), 성희롱(3.8%)을 경험하기도 했다.

“현장실습생제도 폐지, 유일한 해결책”

이처럼 현장실습은 교육적 목적이 상실된 채, 노동의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실습생들은 학생으로서도, 노동자로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법률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잡다업무 강요 등 단순노동인력으로 노동현장에 방치 돼 있으나 노동법의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통제장치도 갖지 못하는 셈이다.

[출처: 금속노조]

하인호 정책국장은 “직업교육훈련촉진법은 현장실습을 교육이 아닌 단순 노동으로 운영하는 것에 관해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다”며 “다만 현장실습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하고, 노동부에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권고하고 있을 뿐이며, 산업체의 장에게 몇 가지 협조사항을 당부하고 있는 소극적 배려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노동, 인권, 시민사회는 현장실습이 원래의 취지를 상실했고, 취지에 맞게 개혁하는 일도 불가능하다면 현장실습제도의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 국장은 “부분적인 보완책만으로 노동위주의 현장실습 자체를 바꿀수 없는 만큼, 현 단계에서는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현장실습 폐지 이후, 노(교원노조, 노총), 사(경총, 상공회의소, 센터 카운슬), 정(교과부, 고용노동부) 협의체 구성을 통해 현장실습 폐지를 포함한 현장실습 정상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인권교육 도입,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성주 전교조 실업교육위 정책국장은 “2010년 2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에게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에 노동기본권, 안전과 보건에 관한 권리 및 남녀고용평등에 관한 권리 등 노동인권 교육을 필수 교과과정으로 포함시키고 교육의 내용을 내실 있게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권고했으므로, 전문계고 학생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길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금속노조의 요구로 △실습생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야간노동금지 △유해물질 및 위험작업 부서 금지 △하루 6시간 이상 노동금지 △근로기준법 교육(8시간), 안전보건교육(8시간), 성희롱 예방교육(2시간) 의무교육 △지부(지회) 현장실습생에 고충처리 지원 및 실습생 학생 정기적인 간담회 실습 등을 제기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김환식 교육과학기술부 직업교육지원과장은 “노동부가 오늘 기업측 매뉴얼을 만든 것처럼, 교과부는 학교와 학부모가 알아보기 쉬운 실습생 관련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며 “또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의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9억 이상의 예산을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영범 고용노동부 직업능력정책과 사무관 역시 “우리나라는 현장실습 제도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한 기업과 학생과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은 만큼, 이를 전담하는 정부지원의 프로그램을 고민 중”이라며 “또한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습생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결과에 따라 위법성 여부가 발견되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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