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차 투쟁 1000일...총대선 승리하면 정리해고 없어질까?

민주노총과 야권의 ‘정리해고 요건강화’...‘정리해고 철폐’ 목소리도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로 4년째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쌍용자동차 노조가 투쟁 1000일을 맞았다.

그간의 투쟁과정에서 21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인 심각성에 비해 어떤 돌파구도 마련되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사회와 노동계 등이 ‘희망텐트촌’과 ‘희망뚜벅이’ 등으로 쌍용차 사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자본과 정권은 대화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때문에 노동계와 야권은 오는 2012년, 총대선 정국을 맞아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8월 총파업 요구조건으로 정리해고 철폐를 내걸었으며, 민주통합당 역시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를 통해 유럽식 정리해고제도 도입 등의 노동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동계와 각 야당의 정책은 정리해고 요건강화 수준을 둘러싸고 각각의 차별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2012년 총,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야권은 정리해고 요건강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지만, ‘정리해고 철폐’를 통해 자본에 남용되는 정리해고를 근본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역시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도 ‘정리해고 문제해결’ 정책 제시
민주노총, “현행보다는 낫지만...정리해고 개선 가능할지는 의문”


지난 11일,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 앞에서 열린 ‘3차 쌍용차 공장 포위의 날’ 행사에는 각 정당의 정치권 인사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현재의 노동 현안 중 가장 큰 이슈로 자리 잡고 있는 쌍용자동차 사태와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의지를 밝히고 나섰다.

정동영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은 “2012년, 무자비한 정리해고의 종식은 민주진보세력의 연대 없이 불가능하다”며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민주통합당은 2012년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실제로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31일, 유럽식 정리해고제도 도입과 차별시정, 비정규직 해결, 사내하도급 해결 등을 담은 노동개혁 정책을 발표했다. 이들은 대량 정리해고 문제와 관련해 ‘유럽식 정리해고제도’를 도입해 ‘해고회피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로 인정하지 않는 조항’과 ‘대량해고의 신고 의무화 및 협의절차 강화’를 근로기준법에 신설할 것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근로기준법 제 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 제 1항과 2항의 해고 회피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신설하고, 1항부터 3항의 각 요건을 따르지 않는 해고는 제23조의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방식의 개선안을 내놓았다. 또한 민주통합당은 정리해고의 절차적 요건으로 근로기준법 제24조의 2(해고의 협의절차)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량해고에 관한 행정적 통제조항 역시 공약으로 제시했다. 근로기준법 제24조 제4항의 신고의무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이 해고의 효력을 2개월 범위에서 일시 정지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피해고자에 대한 구제조치를 명문화 해, 재고용 우선권에 관한 사용자의 통지의무, 피해고자의 재고용 우선권 신청절차와 사용자의 재고용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의무 신설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구체적 요건을 단체협약으로 정할 수 있다는 고용안정협약의 효력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같은 민주통합당의 공약에 대해 민주노총은 “현행의 제도보다는 나은 것이지만, 이러한 기준 만으로 남발되는 정리해고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논평했다. 하나의 사회풍조로 자리 잡은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더 엄격한 제한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은 “우선 노사간의 힘의 불균형과 노동자의 종속성을 개선하는 조치로서 해고절차와 사후대책에 대해서는 노사간 합의를 전제조건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 정리해고 요건 강화 위해 ‘총파업, 총력투쟁’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역시 ‘근로기준법 24조 개정’ 주장


통합진보당 역시 지난 2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19대 총선 노동공약을 발표했다. 이들이 발표한 5대 노동공약은 비정규직 감축, 노조 조직율 확대, 실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현실화, 노동법원 설치 등으로, 정리해고와 관련한 대책 등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노회찬 통합진보당 대변인은 “정리해고와 관련해 당 내부에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해 왔으며,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방식은 민주노총과 같다”고 밝혔다.

전권희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부위원장 역시 11일 열린 ‘3차 쌍용차 공장 포위의 날’ 행사에서 “19대 총선을 통해 1순위로 해결해야하는 것은 정리해고 철폐와 비정규직 철폐”라며 “이번 총선으로 정리해고를 없는 세상, 야만의 시대를 끝장내는 싸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경우, 정리해고와 관련해 △근로기준법 24조 등을 개정해, 일방적 정리해고 금지를 입법화 할 것 △쌍용자동차, KEC등 정리해고 피해 현안 사업장 문제부터 해결할 것 등의 두 가지 요구를 내세우고 있다. 그 중 정리해고 금지 입법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정리해고를 규제하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민주노총의 입법 요구안은 민주통합당의 정리해고 정책과 비교해 봤을 때, 정리해고 유효요건 강화와 노사간 협의 절차 전제 등의 요건이 강화돼 있다. 민주노총은 근로기준법 24조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경영악화로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정도의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는 강화된 해고요건을 개정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신기술의 도입이나 작업방식의 변경 등의 기술적인 이유와 일시적인 경영악화, 장래에 올 수 있는 경영 위기에 대한 대처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 과정에서의 노사간 협의 및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는 해고는 부당한 것으로 인정한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이밖에도 정리해고 제한규정에서 정한 4가지 요건 중 하나의 요건이라도 충족되지 못하면 정당성을 갖지 못하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고용노동부장관이 해고 효력을 2개월 범위 내에서 일시 정지할 수 있으며, 해당 해고자에 대해 재고용 우선권에 대한 사용자의 통지의무, 손해배상의무 등은 민주통합당과 내용을 같이 하고 있다.

진보신당의 입장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심재옥 진보신당 부대표는 지난 13일 열린 ‘쌍용차 정리해고 철회촉구 토론회’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해고 제한 요건 강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해고 제한 유효요건 강화 △사용자 우선 재고용 의무 현실화 △고용유지 지원확대 등을 포함하는 정리해고제도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총대선 승리하면 죽음의 공장은 사라질까?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15일, ‘쌍용차 부당정리해고 철폐 촉구 기자회견’에서 총선관련 투쟁 계획과 관련해 “올해 잘못된 정리해고를 철폐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10개의 노동개혁입법안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며 “만약 총선 이후까지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정리해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6월 금속노조 총파업을 필두로 8월 민주노총 총파업 역시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2012년 총대선 국면을 맞아,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 등의 정당과 궤를 같이하며 정리해고제도 개선 투쟁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노총은 2012년 총대선을 맞아 ‘1-10-100(한번에 10개 법안을 100일안에)’ 방식으로 노동악법 폐기와 노동법 재개정을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총선을 겨냥한 법개정 투쟁만으로 현재 자본에 의해 남용되고 있는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법개정 투쟁이 아닌, 정리해고 철폐를 위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정리해고 요건강화를 위한 투쟁은 사실상 정리해고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이견이 있지만,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의 정리해고법은 정리해고에 대한 규제보다는, 정리해고를 위한 기업의 법적인 길을 열어주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법원 역시 정리해고 유효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판결이 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장래에 올 수도 있는 위기에 미리 대처하기 위한 인원삭감 역시 정리해고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례까지 나오고 있다. 법적인 규제가 사실상 기업의 정리해고를 정당화하는 방식으로 진화된 셈이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는 “정리해고는 그 요건이 약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며 “정리해고 요건이 강화된다 하더라도 자본은 일단 정리해고를 단행한 후 이에 대한 해석을 법원에게 맡기는 식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정리해고 요건 강화 수준으로는 거대 재벌의 권력을 강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법원으로부터 정리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받는다 해도, 법적 다툼과 투쟁 기간 동안 개인의 삶이 파탄나고 생존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현재 기업에서의 정리해고 단행이 경영상의 어려움 보다는 노동조합 무력화를 위해 이용되는 측면도 있어 정리해고 제도 자체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리해고 이후 노사가 해고자 원직복직에 합의했음에도, 회사가 합의사항을 불이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를 강제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사는 지난 2009년 8월 6일, 노사합의를 통해 무급휴직자 1년 후 복귀와 비정규직 노동자 19명에 대한 고용보장 확약, 조합원들에 대한 각종 소송취하 등을 약속했지만, 노사(정)대타협안인 ‘8.6 노사합의’ 사항은 지금까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

김혜진 활동가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아직도 정리해고와 해고자 복직 문제를 개별사업장 문제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고와 복직은 노동자의 권리와 재벌의 권력을 포함한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 만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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