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근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는 97년 IMF와 98년 파업 실패를 그 전환점으로 보지 않는다. 97년을 전환점이 아니라 87년 이후 연대 기풍이 계속 사라져 왔다는 것이다. 유형근 박사는 한국 노동운동이 구조적 한계가 연대 기풍을 갉아 먹었다고 지적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소장 김유선)가 14일 저녁 5시 연구소 회의장에서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변형, 울산지역 대기업 노동자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제92차 노동포럼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의식은 어떻게 해체돼 갔는가’라는 부제를 달고 유형근 서울대 사회학과 박사가 발제하고 금속노조 경기지부의 조건준 교선부장이 토론자로 나왔다.
유형근 박사는 자신의 논문을 추려 만든 이날 발제문에서 “한국의 대기업 노동자들은 87년 매우 빠르게 ‘계급형성’으로부터 ‘해체적 변형’ 과정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현재의 울산은 인구 100만 명 이상의 광역도시로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3대 업종의 대기업이 지역경제를 지배하고, 2008년 현재 전국 제조업 출하액의 14.9%를 차지해 울산을 뺀 서울 부산 등 나머지 5대 광역시의 합계 15.5%에 맞먹을 정도로 양적 성장을 거듭해왔다.
유 박사는 지역일간지를 통해 분석한 노동자의 저항사건 빈도수와 참여연인원의 흐름을 살펴본 결과, 국가권력과 충돌한 87년 직후 폭력적 저항과 대결적 저항은 급속히 줄어들고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도하는 시위성 저항과 관습적 저항이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유 박사는 이를 ‘갈등의 기업내부화’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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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대기업의 저항행동은 89년과 98년 두 번의 폭발을 빼면 급속히 사라졌고, 2000년대엔 오히려 300인 미만 중소규모 노조의 저항행동 빈도보다 줄었다. 유 박사는 이를 “2000년대 이후 대기업 노동자 저항의 온건화와 중소규모 노동자 저항의 급진화”로 표현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울산 대기업 노동자의 연대적 집단주의가 소진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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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의 파업 추이는 2005년 이후 전면파업이 소멸했고 2009년부터 파업 자체가 소멸했다. 이렇게 제조업 대공장 노동자의 집단행동이 줄어든 사이 비제조업 부문 노동자의 저항이 늘어나는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유 박사는 이렇게 된 이유를 87년 이후 96년까지 약 10년 동안 지역연대조직이 없었고, 소수의 대공장 기업별노조가 분산적 지역노동운동의 경로를 고착시키는 ‘분절 속의 연대’로 구조화해 내부 성원들만의 배타적 집단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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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박사는 노조의 임금정책도 구조적인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봤다. 대공장의 ‘임금극대화+임금평준화’ 정책은 기업 내부의 ‘평등주의’를 확대했지만 자본의 대기업 외부로의 비용 전가를 막아내지 못하거나 오히려 묵인했다고 본다. 1986~1991년 사이 울산지역의 급격한 주택가격 상승도 당시 정규직 노동자들의 ‘내집 마련’ 요구와 결합해 사회적 공동의 문제 해결보다는 기업복지 중심의 해결을 도모했다고 본다. 2000년 현재 울산지역 자동차 완성차 노동자의 자가 보유율은 67.3%인 데 반해 부품사 노동자는 45.4%로 20% 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인다. 이렇게 대기업 내부노동시장의 내부자에게 집중하는 사이 ‘연대의 사회적 기반은 급속히 침식’됐다.
이런 상황이 울산지역 대기업 노동자들의 정체성을 노동자성을 중심으로 한 ‘저항의 원천’이면서 동시에 ‘신분상승의 욕망’과 연결하는 이중적 구조화를 낳았다. 신분상승의 욕망은 다시 노동자 가족의 중산층 지향성으로 반영됐다. 이 속에서 노동자들은 ‘사회적 연결망’을 잃고 공장 내 직장동료만 ‘감정적 연계’를 맺는 협소화의 과정을 거친다.
사회적 연결망의 파괴는 작업장의 노동형태도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쳤다. 장시간 노동으로 여가시간이 절대 부족했고, 심야노동의 일상화로 사회적 주변화를 겪으면서 사회는 물론 가족관계로부터도 소외되고 있다.
유 박사는 “연대의 재구성을 위한 대안으로 공장 안에 국한한 노조운동의 경계를 확장해 조합원을 ‘노동자-시민’으로 재구성하는 새로운 주체 형성의 기획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유 박사의 이번 발표는 울산지역 양대노총 정규직 조합원 514명을 설문조사하고, 87년 7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울산지역 일간지 노동기사 가운데 3028건의 노동자 저항사건을 분석하고, 34명을 포커스그룹인터뷰(FGI)하고, 울산대 지역사연구팀이 실시한 울산지역 노동운동가 76명의 구술채록 자료에 근거했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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