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고 말도 마라. 몇날 몇일 한숨도 못 자고 고민했어. 과학대는 임.단협 협상 중이지 국회의원 출마는 갑작스런 결정이었거든."
어떻게 비례후보를 결심했느냐고 묻는 말에 김순자 지부장은 특유의 솔직함과 가식 없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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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신당 비레대표 1번 민주노총 연대노조 울산과학대 김순자 지부장. |
"기자 양반도 봤지만 바로 얼마 전 울산과학대 졸업식에 정몽준 의원이 재단 이사장으로 참석했었잖아. 우리 청소노동자가 정몽준 이사장을 만나는 건 하늘의 별따기지. 그날도 쥐꼬리만한 임금 올려달라고 손 글씨를 피켓에 적어 난간에 섰어. 연단에서 정몽준 이사장은 피켓 들고 서 있는 내 모습을 봤는지는 모르겠어. 교직원들이 순식간에 피켓을 뺏어버렸으니까. 2007년 과학대 투쟁 때도 그랬잖아. 정몽준 이사장 얼굴을 한 번이나 봤나. 처음에는 용역업체 일이니 학교 측은 교섭에도 나서지 않았고, 천막을 치고 상경투쟁을 가고 지역과 전국에서 연대하고 목소리가 커지니까 그제서야 학교 측은 교섭에 응했었지."
- 정몽준 의원과 한 판 싸워보고 싶으신 거예요?(웃음)
"우리 청소노동자가 정몽준 의원에게 사람으로 보이겠나? 교직원들조차 남자 화장실 청소하고 있으면 사람이 옆에 없는 듯이 밖에서 볼 일을 보곤 하지. 그러면 일하는 과정이라도 민망해서 얼른 자리를 비켜 나올 때가 많아. 관리직은 심지어 탈의실 문도 벌컥 벌컥 열어제끼곤 했으니까. 청소노동자는 건물 바닥을 깨끗이 청소해도 사람들에게 우리가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거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러니까 나는 청소노동자도 사람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
- 정몽준 의원(울산과학대 이사장)은 지부장님에게 어떻게 다가오나요?
"정몽준 의원이 뜨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집회 만날 하잖아. 대법원에서 정규직 판결 났어도 단번에 복직 안 시키고 그러면서 서민을 위하는 국회의원이라고 하는데 정말 서민을 위한 정치가 지캉 내캉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은 맘이 굴뚝 같어. 학교 이사장이기 전에 국회의원 아이가."
- 학생들에게서도 청소노동자는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기분이 드나요?
"학생들도 반반이지. 정몽준 이사장이 오거나 우리가 투쟁할 때 우리를 가로막는 것도 학생들이었는데 이런 일이 있었어. 그때가 어버이날이었는데 학생들이 우리에게 꽃을 달아주더만... 눈물이 나서 울었어. 학생들이 묻더라고. 가장 원하는 게 뭐냐고. 그래서 마주치면 수고한다고 인사라도 건네고, 졸업해서 다른 직장에 들어가도 거기도 청소노동자가 있을테니 그 사람들을 나의 엄마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대하면 좋겠다고. 그 마음만 가져 달라고 했어."
- 가족과 동료분들의 반대는 없으셨는지?
"반대가 왜 없었겠노.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내가 서울로 가면 과학대는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하는데 내가 그랬어. 그 걱정은 당선되면 하자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찬성하는 사람이 반이었고 반대하는 사람이 반이었는데 나중에는 모두들 찬성해 줬지. 대신 지금 진행중인 임.단협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어."
- 출마 결정하시는 데 다른 반대나 힘든 점은 없으셨어요?
"동료들 의견도 들었지만 그동안 같이 힘이 돼주고 했던 지역의 동지들 의견도 구해봤지. 거기도 찬성과 반대가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행여나 내가 정치판에 이용되거나 상처받을까봐 그걸 많이 염려했어."
- 그런데도 어려운 결정을 하셨는데 중요한 이유 한 가지만 딱 집어서 말씀하자면?
"기자회견문에도 썼지만 내가 꼭 10년째 청소일을 하고 있거든. 첨에는 50만 원, 7년 지나니까 67만 원, 10년째인 지금도 100만 원이 안 돼. 우리가 이뻐서 임금을 올려준 것도 아니고 딱 최저임금 인상되는 만큼만 올려주더만. 사람 대접 못 받는 청소일을 왜 하겠노. 대부분 가장인기라. 그 돈으로 생활이 옳게 되겠나? 최소 최저임금으로 150만원은 받아야지. 노동자를 위한 정치한다는 사람, 서민 위한 정치한다는 사람 많아도 안 해보면 모르는기라. 우리가 얼마나 소외받고 고통스러운지 그 말을 내가 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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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대 투쟁 당시 김순자 지부장(맨 왼쪽). 2007년 2월 울산과학대 청소용역업체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시작한 원직복직 투쟁. 탈의장에서 시작한 투쟁은 관리자들의 폭력과 폭행으로 끌려 나오고, 이후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투쟁해 복직에 합의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그랬다. 김순자 지부장은 청소노동자도 인간임을 선언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득 김순자 지부장의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가 궁금했다.
노동조합 가입하면서 세상에 눈 떠
"내가 초등학교때 공부도 잘하고 졸업식 때 송사나 답사 그런 거 할 때도 내가 했고 그랬는데 세상 사는 게 꿈처럼 되면야 사는 게 고통이라는 말이 와 나오겠노, 안 그렇소? 내 고향에 잘 아는 이가 무슨 시의원인가도 나오고 하던데 갸보다 내가 훨 잘났다는 소리 마이 듣고 자랐구만... 내 공부를 많이 못해 세월이 흐르니까 한도 많이 남더만... "
- 그러니까 지부장님은 예전에도 무언가 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셨겠네요. 혹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셨나요?
"(웃음)내는 가수가 되고 싶었지. 노래 부르는 거 참말로 좋아한다. 지금도 가끔 노래 부르면 세상 시름 다 잊고 기분이 좋아. 살다보이 가수가 뉘집 강아지 이름도 아니고 먹고 산다고 과학대에 청소하러 들어왔는데 노조 가입하면서 사단이 났어. 다른 세상이 보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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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2월 23일 계약해지 통보를 받고 2월 25일부터 시작한 과학대 투쟁은 단위사업장을 넘어 지침이 아닌 울산지역의 노동자.시민이 개별적으로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모범적인 지역연대투쟁으로 확대됐다. 울산의 '희망버스'는 이미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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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울산과학대 투쟁 당시의 조합원들과 김순자 지부장(왼쪽에서 두번째). 울산과학대투쟁은 지역 연대투쟁이 투쟁 승리에 힘이 됐지만 투쟁 당사자인 과학대 조합원들의 원직복직 쟁취 의지와 단결로 승리한 투쟁이었다. 김순자 지부장은 탈의장에서 끌려 나오며 실신을 하기도 했으나 중심을 잃지 않았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동료 조합원은 말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 노조 가입은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첨에 거기 경비일 하는 사람이 한번 해보라고 하더만. 그래 들어갔는데 그때 힘든 건 말도 못해. 청소하는 사람 11명에 관리자가 4명인기라. 용역업체 무신 부장인가 하는 사람, 학교 관리자, 청소 반장, 경비와 청소일을 한꺼번에 관리하는 경비반장 4명이 있었는데 밉보이면 잘릴까봐 아침이면 우유라도 사다가 주고 그랬어. 미운털 박히면 얼마나 우릴 못견디게 했는지 말로 다 몬하지. 55만 원 월급 받아서 명절이면 우리가 돈을 걷어서 백화점 티켓도 끊어다 주기도 했는데 그 관리자들 끝발이 전두환시절 장세동이 끝발보다 좋단 생각도 했지. 아마 노조 가입 안 했으면 못 있었을지도 몰라. 어느날 연대노조 김덕상 위원장을 만났지. 그분이 처음 노조 가입하면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해서 시작했어."
- 노조 가입하고 힘이 생기고 현실이 조금 바뀌었는지?
"아이구 많이 달라졌지. 일요일에 당직을 서도 돈 한 푼 못 받다가 그런 수당도 받게 되고, 생리휴가, 월차휴가 이런 걸 알게 돼서 그 권리도 찾게 되고, 작지만 휴게실도 만들고, 더 기분 좋은 거는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게 된거지. 그 전에는 도시락 싸가지고 와서 지하에 있는 탈의실에서 찬밥을 먹었거든. 식당에서 따순 밥을 먹는데 그제야 사람이 된 거 같단 생각이 들더만."
- 그 이야기를 크게 하고 싶으셨던 거군요?
"맞아. 내 그 이야기를 전국에 있는 우리같은 청소노동자들한테 다 하고 싶은 기라. 다니면서 우리 스스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말도 하고 싶고 아무리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한대도 우리같은 사람 10년 지나도 사는 게 변하는 게 없잖아. 제대로만 알리면 청소노동자도 스스로 힘을 가질 수 있고 우리가 힘을 가지면 정치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내 이번에 큰 결심을 한거야. 이걸 마다하면 내가 어디다 대고 이런 말을 세상 사람들 다 듣게 하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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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순자 지부장의 수첩에는 현장에서 보고 느꼈던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학교 구내 매점의 경우 1년 계약도 아니고 방학때는 월급 주는 게 아까워서 2개월 반 일 시키고 집에 가라고 했다가 다시 나오게 한다는 메모를 김순자 지부장이 설명하고 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우리가 죄수보다 못한 인간인가, 감옥에서도 밥은 준다"
김순자 지부장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는데 국회의원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물었다. 김순자 지부장은 거침없이 이렇게 말한다.
"감옥에서도 죄수들한테 밥은 준다. 그런데 청소노동자에게 밥을 주는 곳은 많지 않다. 우리가 죄인들보다 못한 사람들인가. 청소노동자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리고 건물을 지을 때부터 청소노동자 휴게실도 설계에 넣어서 지어야 한다. 청소노동자가 유령이 아닌 사람이라면 머리 좋은 사람들 건물 설계할 때 그건 당연하지 않은가. 내가 정했는데 청소노동자에게 계단 밑이 아닌 휴게실을! 찬밥 대신 따뜻한 밥을! 이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임금도 올라야 하고 계약직이 아닌 정직원이 돼야 한다. 우리를 정직으로 채용하고 다시 계약직이 생기면 그건 있으나 마나다. 비정규직법이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
- 출마선언 이후 사람들 만나면서 드는 생각은?
"2007년 우리 과학대 투쟁할 때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연대해주고 힘을 줬어. 모두 고마운 사람들인데 선거에서 당 소속이 다르니까 그게 많이 껄끄럽고 출마 결심하기 전에는 피부에 와닿지 않았었는데 막상 부딪치니 조금 불편하다."
- 며칠 선거운동 하면서 힘든 점은?
"며칠 안 하긴 했는데 사람들 만날 때는 잘 모르겠더니 집회에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플랜트노조 집회에 갔더니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지지하기로 결정했다고 그 후보들 사진이 선전물에 나와 있더라. 나는 늦게 결정해서 등록 못하고 노동자후보로도 올라가지 못했는데 내 얼굴 나오지 않는 선전물 보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진보신당과 사회당 사람들이 과학대 투쟁때도 그렇고 지역에서 봐도 열심히 싸우는데 진보신당이 민주노총 지지 정당에서 빠진 게 많이 아쉽다."
- 선거에서 당선도 가능하고 낙선될 수도 있는데 낙선하게 되면 상처받지 않을까?
"당선되면 얼마나 좋겠나. 그건 나 혼자의 기쁨이 아니고 우리같은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일이라 생각한다. 국회의원이 되면 전국의 청소노동자와 경비노동자, 급식조리원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말하고 노동과 정치를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 낙선하더라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예전보다 좀 더 자신있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처지와 비슷한 울산지역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일을 혼자서 하기는 쉽지 않겠고 이번 선거를 통해 진보신당이나 지역 사람들과 힘을 모아 해봐야겠다는 희망이 오히려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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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대표 출마 선언 이후 불법파견 정규직화 금속노동자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순자 지부장(중간) [출처: 울산노동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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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4일 진보신당 비레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는 김순자 지부장(가운데). 김순자 지부장은 기자회견문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자의 직접정치를 주장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비정규직의 문제, 다같이 고민해야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현대중공업에 일이 있어 밥을 먹으러 간 일이 있다. 그때 앞에 앉아서 밥을 먹는 분한테 중공업 위원장 선거가 언제냐고 물으니까 '나는 알지도 못하고 알 이유도 없다'고 하더라.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나는 비정규직어서서 그렇다. 나는 관리직보다 정규직이 더 밉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다니지만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그때 혼자 '이 일을 어찌해야 되겠노...' 하면서 왠지 책임감이 들었다. 이 이야기를 혼자가 아닌 많은 이들에게 어찌하면 좋겠는지 묻고 답을 같이 찾고 싶다. 노동자정치 이런 말 많이 하는데 비정규직 1000만 명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세상을 바꾸고 정치를 바꿔야 한다."
메모를 옮기며 김순자 지부장은 정치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미 과학대투쟁에서부터 정치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단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절박한 삶의 목소리로 투쟁을 돌파했듯 김순자 지부장이 선거에 노동자후보로 나서는 것을 넘어 삶의 정치가 국회에도 고스란히 전이되기를 바란다. (기사제휴=울산노동뉴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