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호안전구역’을 선포한 다음 날인 22일, 서울시청앞 광장 주변과 2호선 시청역 입구 등엔 경찰병력이 추가로 배치되어 지나가는 행인들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현재 13일째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 희망광장(희망광장)” 참가자인 구미 KEC 해고자 김순희 씨는 이날 오전 광장을 걸어가던 중 경찰에게 가방을 열어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순희 씨에 따르면, 경찰은 김순희 씨에게 희망광장 참가자냐고 물으며, 가방 검색을 요구했다. 김순희 씨는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며 “여자로서 개인물품을 보여주기 불쾌하니 여경을 불러달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관련법령만을 얘기하며 왜 가방을 안보여주느냐고 다그쳤다.
또한 이날 오후엔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배낭을 멘 한 남성이 2호선 시청역 5번출구(시청광장 방향)로 올라오던 중 바깥 출구 계단에서 가방을 열어보라고 경찰이 요구했다. 그 남성은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경찰은 역시 관련 법령을 얘기하며 가방 검색을 요구했고 통행을 제지당한 그 남성은 다시 계단을 내려가야 했다.
경찰이 행인의 가방을 검색하겠다고 내세우는 관련 법령은 법률 제11296호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5조 3항으로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통제...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활동을 할 수 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공문원은 경호구역 내에서 검문검색, 출입통제가 가능하다고 되어 있지만 그 대상자에 대한 기준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오늘 이뤄진 검문검색 조치 대상자의 기준에 대한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기준에 대해 특별한 지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선 경찰의 판단으로 이뤄진다”며 “대통령 경호법 5조 3항에 의해 즉시조치가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법률 제11296호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은 원래 대통령의 경호를 위해 만든 법이나 올해 2월 제5조의2(다자간 정상회의의 경호 및 안전관리)를 신설해 다자간정상회의 시 경호기구를 설치하는 근거를 만들었다. 지난 21일 서울시청앞 광장을 ‘경호안전구역’으로 선포한 이번 조치는 오는 26, 27일로 예정된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시행된 조치다.
이에 대하여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처장의 마음대로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되어있는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 회의장소인 강남구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서울시청 광장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자의적인 해석인가. 설사 여기 행인의 가방에 흉기가 들어있다고 해도 미사일이라면 모를까 회의장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단 말인가”라며 이번 조치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한 “이는 법률로서의 가치 기능 수행보다는 오히려 법률을 빙자해 공무원에게 무한한 권력을 부과하여 국민의 기본권인 이동권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위헌적 법률이다”라며 관련 법률의 위헌 요소를 지적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기존 집시법보다 우선한다거나 경호구역 내에서 집회가 금지된다거나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등의 특별한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010년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경찰의 과잉 대응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를 앞두고 희망광장 참가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청 앞 광장을 경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검문검색을 강화하는 등 경찰의 과잉 대응 논란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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