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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로2012 중계방송 캡쳐] |
또 한 가지 흥미로운 건 그 어느 때보다 참가국들의 경제상황이 관심사가 됐다. 준결승에 오른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의 남부유럽 3국과 또 하나의 준결승 진출국 독일의 경제가 이목을 끌었다. 남부유럽 3국은 유럽경제 위기의 핵이었고, 독일은 유로존을 좌우하는 소위 '돈'을 쥔 국가였다. 마치 재정위기 3국이 독일을 둘러싸고 압박하는 형세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왔다.
유로존 탈퇴와 재정 지원 사이에서 장난치는 독일을 축구 경기에서만이라도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언론도 지나치지 않았다. 경제위기가 남부유럽 국가의 민중들에게 주는 고통이 오죽했을까. 스포츠가 주는 감동은 현실에 대한 대리만족과 승부결과의 의외성에서 기인한다. 그런 면에서 스페인의 우승은 대리만족은 주었지만 의외성을 주는데는 실패했다. 스페인은 전 대회와 2010월드컵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렸으니까.
이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키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가깝게는 2006년 아시안게임 축구대회에서 당시 국내외적으로 상황이 복잡했던 이라크가 우승했다. 당시 대한민국은 이라크에 준결승에서 패배했다. 이전까지는 강자로 평가받지 못했던 이라크가, 더군다나 전쟁중인 국가가 우승까지 차지했다는 사실은 의외성과 동시에 감동적 소재로 활용되기 안성맞춤이었다.
97년 IMF구제금융 조치로 시름하던 국민들에게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박찬호의 경기는 '희망'이 됐다. 동시기 박세리가 LPGA 골프대회에서 양말을 벗어던지며 우승을 차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세리의 이 우승장면은 노래 <상록수>가 더해져 경제위기에서 헤쳐나가자는 모 기업의 광고로 등장하기도 했다.
현실에 지친 이들은 스페인의 우승, 이라크의 우승, 박찬호와 박세리의 승리에 열광하고 위안을 얻고는 했다. 그렇지만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의 '내 발모가지 분지르고 월드컵코리아 내 손모가지 잘라내고 박찬호 20승' 가사처럼 세상은 스포츠가 주는 감동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라크의 아시안게임 우승이 이라크 전쟁을 멈추지 못한 것처럼.
스포츠가 주는 의외성과 감동을 외면할 필요는 없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워 이기기도 하지만 그 경우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스페인을 이길 거라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길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싸움에 최선을 다할 뿐.
30일 최저임금은 고작 260원 인상되는데 그쳤다. 1시간 일해도 빅맥세트 하나 사먹지 못한다. 상대편인 경영계와 공정한 척 하는 심판(공익위원)의 경기력은 강하다. 이들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더 단단히 힘을 모아야만 한다. 경기가 끝나기 전까지는 이길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 260원이라도 인상했으니 감사합니다'하는 건 '오늘은 1골만 주고 지겠습니다'는 것과 같다. 월드컵은 고사하고 승리 한 번 하지 못한 태평양의 어느 섬나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운다.
축구가 전하는 선물은 감동보다 '의외성'이 주는 의지, 상대편 골문을 향해 패스를 주고 받으며 단결하라는 메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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