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 지부의 유명자 지부장은 페이스북 담벼락에 “온 사방의 습기와 자주 빨지도 못하는 침낭의 케케한 냄새와 눅눅함은 어찌해볼 수가 없네. 더욱이 오늘 같은 날에도 피 빨아먹겠다고 달려드는 모기까지”라는 글을 포스팅했다. 무더위에 축축한 빗물과 빗방울이 천막을 때리는 소음, 천막 앞을 가리고 공회전 중인 전경버스까지. 장마철은 농성장의 불쾌지수를 높일 모든 요소를 제공한다. 꽃다지는 재능교육 농성장을 보며 “정말 추운 것만은 어쩔 수 없더라”고 노래했지만 (꽃다지 4집, 노래의 꿈 - ‘내가 왜’) 장마철엔는 가사를 바꿔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정말 축축한 것만은 어쩔 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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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지부 농성장 |
6일 오전, 재능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정난숙 학습지노조 대교지부 지부장은 장마철의 농성장에서 겪는 고역이 만만치않다고 말했다. “매일 밤마다 모기와 전쟁을 벌이고, 아스팔트 바닥위로 물 흐르는 소리, 비닐 천막으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도 자지 못하는 고역”이다. “사측이 철거한다고 예고를 해놨기 때문에 대단한 보수도 하지 않고 비닐만 덧씌우며”장마철을 대비하고 있다. 재능 지부는 2007년 겨울 투쟁을 시작하고 벌써 다섯 번째 장마다.
길 건너 쌍용차 분향소는 며칠 전 장마대비 천막 보수공사를 마쳤다. 천막 바닥에 팔레트를 끼워 넣어 빗물이 흐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비닐 지붕에 빗물이 고여 무너지지 않도록 기울기를 조정하고 흘러내릴 물길을 터줬다. 그럼에도 비가 오면 분향소 안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지붕 곳곳을 살펴서 고인 물을 빼내야 하고 혹시 구멍이 뚫린 곳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며칠 전 폭우가 쏟아진 날에는 지붕에 고인 물을 빼내려고 장대로 비닐 지붕을 들어 올리다 구멍이 뚫리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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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대비 보수공사중인 쌍용차 분향소 [출처: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 트위터 (@kimjungwooSS)] |
지난 달 28일부터 삼성동 유성기업 본사 앞에 농성장을 꾸린 유성기업의 올빼미 투쟁단도 내리는 비에 고생을 했다. 급하게 친 천막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빗물이 적지 않다. 매일매일 이어나가는 선전전에도 내리는 비는 고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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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 농성장에 물이 새고있다 [출처: 유성 올빼미 투쟁단 트위터(@olppaemi518)] |
장마철의 불편은 축축함에서 끝나지 않는다. 비닐 천막위로 쏟아지는 빗소리는 천막 안을 울리며 소음을 만들어낸다. 아스팔트 도로는 빗물을 흡수하지 않고 흘려보내기 때문에 천막옆으로 물흐르는 소리도 만만치 않다. 긴 노숙생활에 피곤이 만성화된 몸이지만 새벽어름 한 두번 씩은 깰 수밖에 없는 소리다. 빗소리의 운치, 낭만 같은 건 사치다. 그 빗소리가 지금 이들에겐 ‘생활소음’인 것. 어느 아파트에서는 ‘층간소음’때문에 살인도 저지르지 않았었나.
장마철의 예상치 못한 적은 또 있다. 모기다. 실내라면 모기약 몇 번 뿌리고 향불 하나 피워놓으면 얼추 사그라지는 모기의 공격이지만 농성장에선 그 정도론 어림도 없다. 성수동 K2 농성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은 대형 모기장이다. K2 농성장은 인근에 하천까지 있기 때문에 모기들이 서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K2 농성장을 연대방문했던 한 활동가는 농성장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발가락 마디마디를 모기에 물려 밤새 한 숨도 잘 수 없었다고 전했다. 때문에 K2 농성장의 조합원들은 대부분 개인 모기장을 지참하고 있다. (K2 농성장을 연대 방문해 하루를 묵을 생각이라면 모기장과 모기약을 별도로 지참 할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기자는 농성장을 취재하는 짧은 시간동안 총 6군데를 물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장마철 농성장의 가장 큰 고민은 눅눅함과 모기보다 내리는 비에 농성장을 찾는 걸음이 뜸해지는 것이다. 더위와 눅눅함, 모기떼의 공격을 견딜 수 있는 동력은 결국 투쟁을 승리하겠다는 마음과 그를 가능하게 해주는 연대의 발걸음인 탓이다. 매일 저녁 문화제를 열고 있는 재능교육 지부 농성장과 쌍용차 분향소, 매 목요일마다 열리는 K2 농성장의 촛불 문화제는 빗길에 뜸해질 연대의 발길이 가장 큰 걱정이다. K2 노동자들이 매일 이어가고 있는 1인 시위에도 장마는 큰 방해다.
쌍용차 지부 정비지회의 문기주 지회장은 “연대 단위들이나 시민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잡아놓은 일정이 뒤로 미뤄지거나 취소되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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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능 지부는 5번째 장마를 맞이하고 있다 |
가뭄 끝에 오는 비는 달다. 가물었던 대지에 내린 비는 아마 올 가을 풍년을 약속하는 비일 것이다. 그러나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년여를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농성장은 장마에도 아직 가물어있다. 그 곳에 내릴 비는 물리적 물방울 보다는 연대와 관심의 발걸음이기 때문이다. (적당하지 않은 비유지만) 장마 끝은 없어도 가뭄 끝은 있다고 했다. 비 피해를 입어도 가문 농성장을 적시는 단비는 빗길을 뚫고 농성장을 찾는 발걸음과 비 피해 입은 농성장 천막을 함께 수리하는 연대의 손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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